어린 시절에 외롭게 방치되어 자란 사람..이런 사람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방법을 익힐 기회가 없이 자랐기 때문에 사람이 많이 모인 곳이 왠지 불편하고 어색해서주로 혼자 뒷전에 조용히 있는 편을 선택하는 사람이라고 말씀 드린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 반대의 양상이 나타날 때도 있습니다. 음지가 있으면 양지가 있는 것처럼 삶의 양상은 종종 서로 다른 양 극단으로 나타나곤 하니까요.

 방치되어 외롭게 자란 사람..혼자 있어 힘들고 외로웠던 사람은 늘 사람의 정이 그립습니다. 다시는 혼자 남겨지고 싶지 않거든요. 그래서 언제나 누군가의 곁에 있으려 합니다. 여기까지면 그래도 괜찮은데 이 사람은 아무 힘이 없던 어린 시절에 이미 혼자 방치되어 본 아픈 경험이 있는 터라 사람이 자기를 두고 떠나는 것을 매우 두려워 합니다. 즉 혼자 남겨질까봐 안절부절 하는 것이죠. 상대방이 정말 없으면 안 될 절대적인 존재라서 그렇게 두려워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린 시절 버려졌던 경험을 잊지 못하는 마음속의 어린아이가 그렇게 두려워 떨고 있는 겁니다. 자신의 생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그리고 그토록 안기고 싶었던 엄마가 또 다시 자기를 두고 떠나는 것 같은 바로 그 두려움을 느끼는 거지요. 엄밀히 말하면 정서적인 착각입니다. 상대방이 결코, 어렸을 때의 엄마같은 ‘삶에 절대적인 존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떠날까봐  무조건 어쩔줄 모르고 무서워 떱니다.  이런 사람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 뭔지 아십니까? 자기 방치, 즉 자기 홀대입니다. 한 마디로 말해서 자기를 아무렇게나 취급하는 마음입니다. 자기는 사랑받을만한 존재가 아니라는,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는 낮은 자존감이 무의식 속에 새겨져 있으니 자기 스스로 자기를  홀대할 수밖에요. 이런 사람은 늘 스스로 낮은 자리에  처합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겸손한 사람으로 보이지요. ‘겸손’과 자기를 스스로 천하게 여기는 ‘자기 홀대’,이 둘은 너무나 유사해 누구도 쉽게 구별할 수 없지만, 그러나 완전히 다른 정서입니다. 이것을 분명히 아셔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 홀대, 자기 방치에서 자기를 건져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남편이나 아내, 그리고 아이들 물건은 쉽게 좋은 것으로 사면서, 내 것은 돈이 넉넉히, 충분히 있는데도, 그리고 몇 푼되지 않는 물건인데도 몇 번이나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면서 선뜻 사기가 어려우십니까? 자기도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말입니다. 무의식 속에서 자기를 홀대하고 있는 겁니다. 자기에게 돈을 쓰는 것이 쉽지 않은 거죠. 자기에게는 아무 것도 사주고 싶지 않은 겁니다. 다시 말해서 자신은 그럴만한 가치가 없다고 무의식이 말하고 있는 겁니다.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 가면 스스로 허드렛일을 도맡는 자리에 앉으십니까? 조금이라도 대접받는 자리에 앉으면 스스로 너무나 불편해 허겁지겁 서둘러 내려오곤 하십니까? 그리고..그런 자신이 싫지요? 어떤 분들은 너무나 오래 이런 삶에 익숙해져 아예 싫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그래도,그래도 괜찮습니다.
 방치되어 자라 홀로 남겨지는 것이 죽도록 싫은 사람들, 특히 여성들 중에는 누구든지 조금만 잘해주면  늘 그리워했던 그 따뜻함에 매료되어 마치 자석에 쇠붙이 끌려가듯 그냥 스르르 끌려가고 마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요구하는 대로, 달라는 대로 다 주는 것이죠. 헤퍼서가 아닙니다. 어린 시절 혼자 남겨지는 외로움이 무서웠던 이 여성의 상처가 또 다시 혼자 남겨질까봐 필사적인 노력을 다 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사람들은 한 번 사귀면 그 이성에 병적으로 집착하고, 늘 어디 있는지 위치를 확인해 대고, 어쩌다 전화라도 받지 않는 날이면 그 날은 대 판 싸움이 벌어지는 날입니다. 그런 싸움이 하루 이틀이 아니니 상대방도 목을 죄이는 것처럼 지겨워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다가 헤어지려는 기미라도 보일라 치면 울고불고 매달리고 집 앞에 와서 몇 시간이고 기다리고 스토커처럼 어디든 따라 다니는 행동도 불사 합니다. 나와 결혼해 주지 않으면 죽어버리겠다는 사람,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무엇이라도 마다하지 않을 사람, 적극적인 열정이 멋있어 보이지만 거기에 속으시면 안됩니다. 그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그 것은 병적인 집착일 뿐입니다. 상대방에게서 거절당하면 목숨을 끊어 버리겠다는 병든 열정, 즉 내면에 상처의 고름이 가득한 ‘집착’이라는 말씀입니다.

  상처는 보이지 않게 우리를 끌고 다니고, 보이지 않게 우리 삶을  망가뜨립니다. 어떤 상처가 우리 안에 자리 잡고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 그리고 그 것을 인정하는 것, 그 것이 ‘나’를 아는 것이고 그 것이 치유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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