悼亡(도망)/완당 김정희
어찌해야 달 노파와 저승에 송사하여
내세에는 남편 아내 바꾸어 태어나지
나 죽고 그대 남으면 내 마음을 알리라.
聊將月?訟冥司    來世夫妻易地爲
나장월모송명사    래세부처역지위
我死君生千里外    使君知我此心悲
아사군생천리외    사군지아차심비

짝을 잃어본 사람이 다른 사람 짝 잃은 슬픔을 알게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500년 조선 왕업을 통해서 벌쭉하게 이름이 알려진 서예가이자 시인이던 완당이었지만 짝을 잃은 슬픔만큼은 견딜 수 없었던 모양이다. 흔히 사람이 죽으면 죽는 사람만 불쌍하지 사는 사람은 어떻게 하든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시인은 달랐다. 내세에 우리 남편과 아내라는 처지 바꿔 태어나게 된다면, 나의 슬픈 이 마음을 그대가 알게하리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나 죽고 그대 살아서 천리 밖에 남게 된다면(悼亡)로 번역해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추사(秋史) 김정희(金正喜:1768∼1856)로 조선 후기의 문신, 실학자, 서화가이다. 다른 호는 완당(阮堂), 예당(禮堂), 시암(詩庵), 노과(老果), 농장인(農丈人)등 503여 종에 이른다. 서예가이자 금석학자다. 김노경과 기계유씨 사이에 태어나 큰아버지 김노영의 양자로 들어갔다고 한다.
위 시제는 [죽은 아내를 슬퍼함]로 번역된다. 비록 태어나기는 남남이었지만, 배필이 되어 부부로 만나 백년해로(百年偕老)를 하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한 것이 인간사이리니. 혼자 남는 외짝은 쓸쓸하기 그지없다. 때로는 의지 할 곳이 없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엔 같이 따라 나서겠다고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었다. 예나 이제나 이는 부부간의 현실이었다.
허탈감에 빠진 시인은 어찌하여야 월하노인과 저승에 송사하여, 내세에는 남편과 아내의 처지 바꿔 태어날 수 있으리라는 한탄을 먼저 한다.
귀양살이 3년 만에 한양에 두고 온 아내의 사망소식을 접하게 되자 죽은 아내 부둥켜안고 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수도 없이 월하노인을 원망하게 된다.
화자는 허탈감은 여기에서만 그치지 않는 시적인 대반전을 시도하게 된다. 혹시 [나 죽고 그대 살아 천리 밖에 남는다면 / 나의 이 슬픈 마음을 그대가 알게 하리라]라는 천길 낭떠러지와 같은 시심을 나타내 보인다. 천리길 떨어져 있는 몸이라 어쩌지 못하고 아내 사랑하는 지극한 마음을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했음은 고금이 같았으리라.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달의 노파 저승 송사 내세에는 바꿔 탄생, 나 죽고 그대 살아 슬픈 마음 알렸으면’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聊: 애오라지. 將: ~하려고 하다. 月?: 월하노인. 訟冥司: 저승에 송사하다(冥府: 저승을 관장하는 신을 모신 곳). 來世: 내세. 夫妻: 남편 아내. 易地爲: 처지를 바꾸어 태어님. // 我死: 내가 죽다. 君生: 그대가 살아. 千里外: 천리 밖에 남다. 使君: 그대로 하여금. 知我: 나를 알게 하다. 此心悲: 이 슬픈 마음./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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