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일 오전에 장흥읍 충렬리에 소재한 “충렬소공원”에서는 존재 위백규(存齋 魏1727-1798)선생의 상(像)제막식 행사가 개최 되었다.

보기 드믈게 청명한 일기였고 300여명의 축하객들이 성황을 이룬 이 행사는 문림의향 장흥의 정체성을 확인 하는 오래 기억해 두어야 할만한 자리였다.
그러한 의미와 가을의 쇄락한 날씨가  어울려 저서인지 존재공의 상 주변은 마침 낙엽의 기운이 슬며시 물들어가는 수목들의 서정과 더불어 제법 아름다운 경관까지 연출하고 있었다.
존재공의 상을 제작하여 제막하는 뜻 깊은 행사도 의미 있거니와 이제부터 군민들이 공유해야할 과제는 그이의 높은 산 같고 드넓은 바다와 갈은 학문과 사상과 철학을  사유하여 장흥의 향맥으로 승화 시키고 나아가서는 많은 국민들이 학습 하는 고전으로 선양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존재공은 조선의 문명이 과도적 개혁의 철학을 정치와 접목하려는 간단치 않은 시대였던 18세기 영.정조의 연간에 본인의 표현처럼 삼벽(三僻-地僻, 姓僻,人僻) 의 궁벽한 산촌에서 열정적인 독서와 사색을 통하여 대학자로서의 자기 완성을 성취한 위인이었다. 존재공의 연보를 참고 하노라면 그이의 생활은 의식주까지도 여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지적 탐구성이 충만 했던 선비로써 대외 인사와의 교류를 통하여  갈증을 해소 하였지만 삼벽의 한계가 얼마나 불편하고 고통스럽고 외로웠을까. 그럼에도 불구 하고 존재공의 학문적 성과는 가히 경이적일만큼 방대하고 심오하고 다양 하였다.

그 형극과도 같았던 삼벽의 벽이 허물어진 것은 1796년 존재공이 70세 되던 해에 개혁군주이던 정조(正祖)의 명에 따라 많은 저술을 장흥부에서 조정으로 올려 보낸것이 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정조에게 바친 저술이 100여권이 규장각으로 소장 되어 오늘날 편찬과 정리가 가능 하였으니 이 또한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존재공의 저술 100여권은 시(詩),소(疏),장/서(狀/書),차의(箚義),잡저(雜著),원류(原類), 변,서기,발(辯,序,記,跋) 명,잠,제문,축문,비지(銘,箴,祭文,祝文,碑誌) 행장/전(行狀/傳)에 부록까지 전래 하고 있으니 그 천재성과 학구열을 진단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가 흔히 실학을 논할 때면  다산 정약용을 으뜸으로 치고 영.정조 시대 전후의 중앙 정치와 학계에서 활동 하던 인사들을 거론 한다.
그러나 남도의 외진 곳 장흥부의 계춘동에서 존재공이 이룩한 학문적 성과는 여러 차원에서 보다 활발하게  연구 되어야 할 사안이며 그 과제를 공의 상 제막과 함께 장흥 군민이 맡아야 할 과제가 아닌가 싶다.

돌이켜 보면 부끄럽고 한심한 것이1976년 장흥문화원에서 지제지를 영인 간행 하였고 1987년 장흥향토문화보존회에서 정현신보를 국역 간행 하였으며 1994년 경인문화사에서 공의 저술을 영인 하여 세상에 선을 보인 것으로 공에 대한 탐구와 연구가 열악 하였다.

2001년 당시 조흥은행 행장으로 재직 하시던 위문(魏門 )의 위성복 행장께서 지원 하여 “존재위백규의 사상과 철학(2001년.도서출판삼보아트.김석중 안황권편저)”이 간행 되어 외부 학자들의 존재공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 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더불어 공의 연보를 국역 수록하여 그이의 학문적 행장을 유추 할 수 있는 자료가 되었다.
당시 조사한 바로는 존재공 관련 논문이 60여편을 넘고 있었으며 특히 공의 문학적 성취를 다룬 단행본“존재 위백규의 문학 연구.(김석회)”등이 간행 되었으니 장흥의 향인들은 오히려 무심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2013년 전주대학교 한국고전학연구소에서 주관하여 존재집 전6권이 국역 간행되어 존재집의 면모를 가까이 독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존재공 연구의 획기적인 변화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존재집의 국역 간행과 더불어 존재기념사업회(회장:윤수옥)이 창립되어 상의 제막식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어서 장흥의 인문이 부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이다.

기념사업회에서는 군민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여 존재공의 사상과 철학과 문학을 독해 하고 강론 하고 연구 하는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진행 하였으면 하는 제안을 드리고 싶다.
흔히 고전이라면 난해 하다는 통설을 비껴 서서 존재의 저술들 일부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 해석 하여 관내의 초,중,고 학생들의 교양도서로 읽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 하는 것도 군민 모두와 함께 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존재공은 호남 실학의 삼걸이라 지칭 되지만 공의 “농가”로 대표 되는 시문학은 그 문학적 향기와 문학성이 실로 빼어 나기에 장흥의 일터에서 공의 싯귀가 낭송되는 문림의 장흥을 기대해 본다.
그러한 인문의 향상이 충렬소공원에 제막된 공의 상을 돋보이게 하는 장흥만의 향맥이 아닐까.

하여 존재공의 고독하고 올곧았던 학문이 장흥의 정신으로 공유되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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