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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란 청둥오리 마음대로 휘저어 놀고 있는데장희구 박사(175회)/ 漢詩 향기품은 번안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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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05  10:3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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水標橋絶句(수표교절구)/강산 이서구
 

   
 

소나기가 때때로 푸른 물결에 넘실대고
물줄기 합쳐지는 것 순식간의 일이로다
새파란 청둥오리는 휘저으며 노는구나.
急雨時行瀁綠蕪    群流合漲只斯須
급우시행양록무    군류합창지사수
濚波石標秤三尺    蕩殺靑銅子母鳧
영파석표칭삼척    탕살청동자모부

   
 

큰 비 내리면 잠수교부터 잠기면서 각 다리에 설치해 놓은 수표를 보고 수위를 측정한다. 과학적인 방법은 아닐지라도 수위를 측정하는 선현의 지혜다.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은 여기저기서 크게 웅성거리지만, 다리 밑에서 유유히 흐르는 물 위에서 노는 오리 놈은 아무런 걱정도 없이 헤엄치는 유유한 모습을 목도한다. 청계천으로 흐르는 여러 물줄기가 합쳐지는 것도 순식간인데 돌아 흐르는 물은 돌 표지에 석자나 차있고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새파란 청둥오리 마음대로 휘저으며 놀고 있는데(水標橋絶句로 변역하는 칠언절구다. 작가는 강산(薑山) 이서구(李書九:1754∼1825)로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다. 다른 호는 척재(?齋), 석모산인(席帽山人)이다. 1774년(영조 50) 문과에 급제, 사관을 거쳐 1783년(정조 7) 지평, 이듬해 초계문신에 선발되었다. 1786년 홍문관에 뽑혔고, 경상우도 암행어사가 되기도 했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소나기 때때로 지나면 푸른 물결이 넘실대고 / 여러 물줄기 합쳐지는 것도 순식간이었구나 // 돌아 흐르는 물은 돌 표지에 석자나 차있고 / 새파란 청둥오리는 마음대로 휘저으며 놀고 있는데]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수표교에서 절구를 짓다]로 번역된다. 수표교는 1421년(세종3년) 청계천의 수위를 측정하기 위하여 수표(水標)가 세워지면서 ‘수표교’라 불려졌다. 세종 2년 현재의 청계천 2가에 놓여졌다고 하며, 처음에는 우마시전(牛馬市廛)이 있던 곳이라 하여 마전교(馬廛橋)로 불리기도 했다. 이 다리는 조선시대 돌난간의 전형적인 형식을 따른 것이다.
시인은 수표를 측정해 놓은 다리를 지나면서 한 줄기 시심이 발동된 순간 마침 소나기 한 줄금이 내렸던 모양이다. 시인의 눈에 어린 소나기가 때때로 지나가면 푸른 물결은 더욱 넘실대고, 여러 곳에서 합류하는 물줄기는 순식간에 불어나게 된다는 시상이다. 자연에서 보이는 단순한 선경(先景)이란 시상이겠지만, 역사의 흔적을 알게 한다.
불어난 물이 돌고 돌아 흐르는 물은 수표를 찍어놓은 돌 표지에 석자나 되는 길이에 차고, 물줄기를 따라 노는 새파란 청둥오리는 마음대로 휘저으며 노는데 라고 했다. 후정(後情)이란 감정과 느낌이 약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불엊나는 빗물에 관계없는 철없는 청둥오리의 느긋함을 보게 된다. 작은 것이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푸른 물결 넘실대고 물줄기는 순식간에, 흐른 물은 돌표지에 청둥오리 휘저으며’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急雨: 소나기. 時行: 때때로 지나다. 瀁: 물이 흐르는 모양. 綠蕪: 푸른 물이 거칠다(넘실댄다). 群流: 여러 곳에서 흐른 물. 合漲: 합쳐 불어나다. 只: 다만. 斯須: 순식간이다. // 濚波: 돌아 흐르다. 石標: 돌 표지판. 秤: 저울. ‘稱’의 속자. 三尺: 석자. 蕩殺: 휘저어 논다. 靑銅: 청동. 子母: 아들과 딸. 鳧: 오리.<문학평론가ㆍ시조시인/사)한교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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