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젊은 엄마가 있었습니다. 자기 남편이  다른 건 다 좋은데  이상하게 직장에만 가면 갈등을 일으킨다는 겁니다. 아내인 자기와도, 동네 이웃들과도 잘 지내는데 왜 유독 직장 상사들하고는 원만하지 못한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유를 모르겠다며 벌써 네 번째 옮기는 직장인데 제발 이번엔 잘 견뎌주면 좋겠다며 한 숨을 내 쉬었습니다.
 여러분 주변에는 혹시 이런 분이 안 계신가요? 남자 분들 중에는 의외로 이런 분들이 많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다만 대한민국의 정서 상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겪는 직장 상사와의 갈등인 것으로 치부해 버리곤 하니까 특별히 문제로 간주되지 않는 것뿐이죠. 하지만 서너 번씩이나 직장을 옮길 만큼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분이라면 분명 그냥 넘길 수는 없는 일입니다. 왜 그런지 이유를 말씀 드릴까요? 제게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그 남편, 그리고 그 남편의 아버지가 어떤 분이셨는지 마치 눈앞에 보이는 것 같더군요. 보나마나 너무나 강압적이고 무서운 독재자 아버지였겠지요. 자신의 말 한마디가 곧 집안의 법인 아버지, 자식들은 물론 어머니조차도 꼼짝을 못하는 집안 분위기 속에서 기를 펴지 못하고 자라는 동안  아들은, 그 권위에 눌려 숨도 제대로 못 쉬어봤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내면에 분노를 숨긴 채 온 몸과 힘을 다 해  아버지의 권위에 한 번 힘껏 항거하고 싶었던 때가 분명 한 두 번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번도 제대로 부딪혀 보지 못했을 겁니다. 아버지의 힘이 웬만큼 막강해야 지요.
이 분출되지 못하고 안으로 쌓여 버린 뜨거운 감정은,  일생을 사는 동안 ’귄위‘에 맞서는 반항과 투쟁의 주인공이 되게 했을 겁니다. 마치 싸우다가 일생을 마치는 투우장의 소처럼 말이지요...
 이런 분들은 비단 직장 상사들하고만 갈등을 빚는 것이 아닙니다. 아버지를 상징하는 모든 윗사람들, 모든 권위와 부딪힙니다. 심지어 자신이 다니는 교회의 담임 목사님 하고도 부딪힙니다.
그런데 이 모든 일은 무의식 속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정작 본인들은 알아차리지 못합니다. 그냥, 왜 그런지도 모른 채 권위만 보면 무조건 못마땅하고 무조건 대들고 싶고, 무조건 불편한 거지요. 그 권위자들은 분명 아버지가 아닌데도 무의식은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분노와 억눌림, 그리고 반항과 항거의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겁니다. 왜 교회에 종종 이유 없이 목회자에게 분노하고 이유 없이 반대하고 싸움을 일으키는 신도들이 있는 것인지, 이제 이유를 좀 알 것 같으신가요? 이것이 바로 억눌린 내면 아이의 모습입니다. 사는데 다 써도 모자랄 생의 에너지를, 권위를 들이 받느라 쓸데없이 소진하면서도 본인은 그 이유를 모릅니다. 그 권위자들은 분명 아버지가 아닌데도 무의식은 아버지에게서 느꼈던 분노와 억눌림, 그리고 반항과 항거의 강한 충동을 느끼게 하는 겁니다.
저는 이런 분들을 볼 때마다 이렇게 말해드리고 싶어집니다. ‘당신은 지금 엉뚱한 사람에게서 아버지를 보고 있다’고,‘당신이 화를 내고 있는 그 상대는 당신의 아버지가 아니라고, 아버지에게 내지 못했던 화를  엉뚱한 곳에서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만약 이런 사람이 자신이라면, 그 안에 아버지에게 한이 맺힌 분노한 어린아이가 있다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그리고 그 어린 아이를 달래주어야 합니다. 만약 그런 사람이 자신이 아니고 타인이라면, 따뜻한 사랑과 인정이 부족해서 생겨난 일이니 더욱 사랑해주고 인정해 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미운 놈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의 깊은 뜻을, 이제 아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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