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포스코미술관에서는 확장된 한국화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김선두 먹그림展’을 8월 22일(수)부터 9월 18일(화)까지 개최한다.

김선두작가는 한국화가 가진 본연의 아름다움과 가능성을 끊임없이 펼쳐보이고 있다.
작가는 주로 서민의 삶과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며 역원근법을 사용해 탁월한 공간구성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그의 모든 작업의 근저엔 수묵이 자리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주목할 만 한 점은, 기존 수묵화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또한 새로운 실험의 수묵화를 다채롭게 선보인다는 점이다.

작가는 장지에 먹으로 그리거나 색을 여러 번 칠한 장지 위에 먹으로 형상을 그리고 이를 칼로 오려낸 다음 다시 채색을 칠한 장지에 붙이는 작업으로 먹은 사라지고 채색만 있는 작품을 수묵화라고 정의한다.

그는 동양화 화론의 묵유오채(墨有五彩)를 빗대어, “먹에는 다섯 가지 색이 들어있는데 까만 먹에 들어있는 색을 꺼내어 보여주고자 한다.”고 말한다. 즉, 그는 까만 먹에서 색을 느끼게 하거나 반대로 먹은 사라지고 색으로 그린 수묵화를 선보인다.

또한, 필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수묵화에서 색은 보이지 않는데 작가는 노련한 필법을 뒷받침하여 역동성을 가진 수묵화를 완성하고 있다. 최근에 그가 구사할 수 있는 수묵기법은 30여 가지로 다양하다. 전통적인 수묵화로부터 목탄으로 그리고 아교로 정착시킨 작업, 장지 위에 먹으로 그리고 오려낸 다음 뒤에 먹이나 색을 칠한 장지를 붙이는 작업이 있다.
김선두의 먹그림이 가진 다채롭고 강렬한 수묵과 채색을 넘어 한국화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실험적인 작품을 체험해보기 바란다.

<양날의 검>… .. 화단 데뷔 이후 작업의 뿌리에 골법용필의 필묵이 자리하고 있다. 필묵을 기반으로 한 작업을 한 번도 버린 적이 없다. 수묵화는 당연하고 심지어 채색화까지도 필묵을 바탕으로 작업하였다. 채색을 그냥 바르는 것이 아니라 붓맛을 살려 칠했다. 같은 채색이라도 붓맛을 살렸을 때 그림에 훨씬 생동감이 돌았다. 1984년 중앙미전을 통해 데뷔한 수상 소감도 수묵과 채색의 조화를 살려 작업을 해 나가겠다고 하였다. 작가로서 첫 걸음부터 필묵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한국화의 경쟁력은 필묵에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확신하게 된다. 동양 회화의 뿌리가 여기에 있고 이를 새로운 감각으로 계속 가꾸어 나갈 때 서양 현대 회화와는 다른 매력적인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화 필법을 구사하는 작가의 선은 유화를 그릴 때 그 리듬감이 신선하고 먹의 감각을 지닌 작가가 구사하는 색감은 뭔가 깊은 맛이 있다. 반대로 채색화를 병행하여 먹 작업을 하는 작가의 먹색은 다양한 표정이 있다. 어쩌면 여기에 현대 회화의 블루오션이 있을 지도 모른다….. (작가 노트 중)

<To show the star _ A day dream>
 지닌 메타포 중 가장 흔한 것 하나는 꿈이라는 말이다. 밤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은 사람을 서정의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마법 같은 무언가가 있다. 현실이 팍팍할 때 우리는 꿈의 세계 혹은 몽상의 세계로 도피한다. 몽상은 현실의 일부이자 인간 내면의 일부분이다. 몽상이 제거된 현실은 얼마나 삭막한가……. 우리의 아름다운 꿈은 욕망의 결과가 아니라 순수하게 꿈꾸는 과정에 존재한다. (작가 노트 중)

<산수화의 매직, 이동시점>
지난 여름 내내 <긴 봄>이란 그림을 붙들고 씨름했다. 세로 75cm에 가로 30m의 대작이다…… 남도의 나무로 울울한 풍경 안에 스며있는 어릴 적 봄을 그렸다. 황량한 풍경에 스며있는 따뜻한 인정을 그린 것이다.
<장춘>은 제목처럼 옆으로 매우 길다.그림에 등장하는 산은 대략 열두 개쯤 된다. 남도를 돌아다니면서 만난 산들이다. 영암 월출산이나 목포 갓바위처럼 알려진 산도 있지만 나머지 산들은 남도 어디서나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것들이다. 여러 지역의 산들을 말 잇기 놀이처럼 옆으로 이어 붙여 하나의 풍경으로 구성하였다. 시방식도 이동 시점을 나름 극대화한 역원근법을 적용하여 멀리 있는 것을 크게 그리고 앞에 있는 것을 작게 그렸다. 화면의 위가 근경이고 아래가 원경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풍경도 그림 안에서 가능한 것은 이동시점이기 때문이다.
 

이동 시점은 다시점이라고도 한다. 하나의 그림에 화가의 시점이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 존재한다. 시점을 이동하면서 그려나가기에 상하 좌우로 긴 그림이 가능하다. 한국화에서 위로 긴 그림이나 옆으로 긴 그림이 유독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동 시점은 동양의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되는 것을 이상으로 삼았던 삶의 철학에서 탄생했다. 자연과 나의 거리를 없애고 그 안에서 순응하며 살고자했던 태도가 이동시점이란 독특한 그림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수렴된 것이다. 천인합일의 동양 철학이 만들어낸 형식이다. 동양화의 시점은 이동하기에 화가의 시점이 그림 안에서 움직인다. 여러 개의 시점이 존재한다……… 이동시점이야말로 산수화에서 작가의 상상을 다양하게 구성하게 하는 묘한 매력을 지닌 시방식이자 우리가 흔히 만나는 일상적 풍경을 얼마든지 현대적으로 새롭게 그리게 만드는 뭔가가 숨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 노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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