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보림사 범종 소리 속에
가지산 계곡 솔새가 살고,
그 계곡 대숲의 적막함이 있다.
9월 저녁 햇살도 비스듬하게 새운.

난 이 범종 소리를 만날 때 마다
이곳에서 참빗을 꺼내
엉클어진 내 생각을 빗곤 한다.

-이 계절의 더위는 다시 생각하기조차 싫어질 것이다.
심신은 지쳐 있고 세상은 메말라서  초추의 청량함이 한없이 기다려 진다.
힘겨웠던 여름이었지만 그 여름은 결국 시간에 밀려서 아련한 기억의 뒤편으로 사라질 것이다. 조석으로 언뜻 상큼한 기운이 느껴질 때 보림사를 찾아가 보자.
대한민국의 산사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운을 느낄 수 있다는 보림의 범종 소리(서우석, 전 서울대음대학장의 평) 앞에서 엉클어진 우리들의 생각을 찬찬이 빗어 보자. 세상의 사물들이 완연히 다른 모양과 색깔과 향기로 다가올지 모른다.

■김영남
대덕읍 분토 출신
1997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시집‘정동진 역’‘모슬포 사랑’‘푸른 밤의 여로’‘가을 파로호’를 간행
유난히 장흥의 서정과 문학을 사랑하고 보듬어 가는 언행으로 장흥 주제의 시들을 많이 발표 하였다.
/장흥 별곡문학동인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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