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몹시 내리는 창 밖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보다는 과거의 아릿한 추억에 사로잡힐 때가 많다. 
무엇이 이토록 가슴과 머리를 채우고 있는 영혼을 들 쑤셔대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깊은 감상에 빠져 극히 현실적이지 못한 아니 쓸데없는 허상의 깊은 골을 거닐고 있으려고 하는가

수학과를 나온 사람이 왜 말과 글을 생활의 도구로 선택했느냐는 질문을 간혹 받을 때가 있다.
사실 모든 사람은 말과 글속에 살고 있다. 그것이 도구로 쓰느냐 하나의 관행적인 생각이냐에 따라 글과 말의 필요가치가 다를 수 있다.

사실 나는 내가 구사하는 말과 글은 대화보다는 상용의 범주에서 활용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나는 말과 글이 표현될 수 있는 경제적인 가치에 내 자신을 소모하는데 동의했다. 
글은 이렇게 탄생되는 것인가. 내가 스스로 나를 향해 던진 말 중에 가장 많은 질문이 아닌가 싶다. 대학시절 노트를 가득 채운 밀런의 실낙원에 심취되어 그의 글을 인용한 선천사군과의 천상의 싸움에 패해서 지옥의 암흑의 호수에 떨어진 사탄과 그 악천사군이 계속 그 호면을 덮는 묘사를 혼자 번역하는 수고가 문학의 깊이를 이해하는 양 감상에 탕진했던 먼 그 옛날이 지금도 간혹 나의 문학적인 재능의 자료가 되곤 하지만 터무니 없는 확신을 오락가락하는 가망이 읽혀지지 않는 언어의 장인이 되려는 애씀 또한 나 스스로를 물어 뜯는 캄캄한 절망에 빠지곤 한다.

내 앞을 지나치는 그 숱한 가능성 중에서 내 사려가 투입된 인식은 얼마나 있었는지 아마도 투입과 산출의 순차적 진행이 나의 일로 결정된 것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기억의 존재를 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밖은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그러나 비 소리는 내 귀를 지속적으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극히 주관적이라는 것을 또 실감하는 오늘이다. 소리는 우리에게 언제나 존재하지만 느낌과 소유는 그 존재만큼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는 오늘이다.

감정은 사람을 온전치 못하게 하는 실낙원인가 나는 또 저 비를 맞으며 뒤틀리고 부풀어진 언어의 연출을 주도하는 무대로 향하는 준비를 한다. 
내일 똑같은 일에 매일 틀린 감정으로 오늘도 긴 호흡을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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