怪石(괴석)/최송설당
마당 구석 돌덩이 삐죽한 모습인데
그윽한 곳 숨어서 안개 보호 받지만은
힘 있는 속세 사람도 두렵지가 않다네.
屹立庭除尺許身     層峻庾骨近天眞
흘립정제척허신     층준유골근천진
幽藏每被煙霞護     不畏塵間有力人
유장매피연하호     불외진간유력인

마당 한 구석에 커다란 돌덩이 한 개가 있었다. 키는 한자쯤 되는 돌이 우뚝하게 솟아 깡마른 모습을 했다. 시인은 늘 가까운 친구처럼 지냈다. 돌덩이가 두 주먹 불끈 쥐는 모습도 연상했고, 고약하게 인상을 쓰는 모습도 연상했을 지도 모른다. 짙은 안개가 집안 팎에 낄 양이면 돌덩이 뒤로 살며시 숨어드는 모습도 보았을 것이다. 그윽한 곳에 숨겨져 안개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속세의 힘 있는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네 라고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보았다.

속세의 힘 있는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네(妙高臺上作)로 번역해본 오언절구다. 작가는 최송설당(崔松雪堂:1855~1939)으로 여류시인이다. 여류문인이자 육영사업가이다. 1886년(고종 23) 아버지가 죽고 이어 남편과도 사별하자, 39세 때 불교에 귀의하여 정진하였다. 시문에 능하여 200여수의 한시와 60여수의 국문시가를 남기고 있다. 저서로는 <송설당집>이 전한다. 위 한시 원문을 의역하면 [마당 구석 한 자쯤 되는 우뚝 남짓한 돌 / 삐죽이 바짝 마른 것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네 // 그윽한 곳에 숨겨져 안개의 보호를 받고 있지만 / 속세의 힘 있는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네]라는 시심이다.
위 시제는 [괴이하게 생긴 돌]로 번역된다. 마당 한 구석에 커다란 돌덩이 한 개가 있었던 모양이다. 늘 보아도 괴이하게 생겨 쳐다보고 만져보고 가까운 친구처럼 지냈던 모양이다. 돌덩이 뒤에 숨어서 숨바꼭질도 했을 것이고, 짙은 안개가 집안 팎에 끼고 나면 살며시 숨어드는 그런 모습도 보았을 지도 모른다. 시인의 눈에는 돌덩이가 곱고 착하게만 보였을 것이다.
시인은 늘 친구처럼 다정하게만 보였던 돌덩이에 애정을 갖고 쓸어 안도 친구처럼 지내면서 사랑에 젖었겠다. 선경의 시상은 마당 구석 한 자쯤이나 되는 우뚝 남짓한 돌이 있었는데, 삐죽하게 바짝 마른 것이 타고난 모습 그대로네 라고 했다. 돌덩이는 깡마른 모습이었지만 그 모습이 늘 위엄을 노출하는 모습이었음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화자의 후정은 당당한 그 모습의 시상 속에 연상시키고 있다. 후정의 시상은 그윽한 곳에 꼭꼭 숨겨져 안개가 끼는 날이면 외부인의 보호를 잘 받고 있지만, 속세의 힘 있는 어떤 사람도 가히 두렵지 않다고 했다. 안개 속에 살며시 숨는 순결한 모습과 위용이 당당한 모습을 대비하는 멋진 시상을 만난다.
위 감상적 평설에서 보였던 시상은, ‘마당 구석 우뚝한 돌 바짝 마른 모습인데, 안개 보호 받지만은 사람도 두렵지 않네’라는 시인의 상상력과 밝은 혜안을 통해서 요약문을 유추한다.

【한자와 어구】
屹立: 우뚝 솟다. 庭除: 마당 한 구석. 尺許身: 한 자쯤 되는 돌의 몸통. 層峻: 층층이 근엄하다. 庾骨: 마른 모습. 近天眞: 천진스런 모습이다(가깝다). // 幽藏: 그윽한 곳에 숨다. 每被: 매번 (보호를) 받다(입는다). 煙霞護: 연기와 놀의 보호. 不畏: 두렵지 않다. 塵間: 속새의 툼바구니. 有力人: 힘이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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