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음가, 무궁무진한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100개에 달하는 규칙들-이런 파닉스의 변화무쌍함을 필자는 카멜레온이라 부른다. 파닉스를 가르치기 시작하는 애초부터 파닉스란 그렇게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는 변덕스러운 존재이며 따라서 한 가지 규칙에만 연연하거나 고착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누누이 강조하고 각인시키는 것이다.

그래야 나중에 후환이 없다. 즉 점차 진도가 나감에 따라 바야흐로 파닉스의 현란하기 짝이없는 변화가 시작될 때 피학습자인 아이들로 하여금 혼동의 썰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미리 단단히 준비를 시키는 것이다. 그렇게하면 모음 a,e,i,o,u의 장모음 소리와 함께 변화의 단계가 시작될 때, 파닉스가 언젠가는 변덕을 부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주지받은 아이들은 마치 미리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학습내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당황하는 일이 적다.

파닉스에서 모음의 변화는 장모음 소리, 즉 a의 경우 ‘애’소리를 내던 것이 ‘에이’소리로 변화하는 것이 그 시작이자 가장 쉬운 단계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단계를 자연스럽게 소화하고 넘기지 못하면 나중에 일어날 다양하고도 복잡하기 짝이 없는 변화는 도무지 대처나 감당이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앞서도 여러가지 예를 든 바 있지만 또 하나의 경우를 에로 들어 보겠다. e와 a 두 개의 모음이 나란히 붙어 있는 경우, 즉 ea의 소리이다. 이 ea가 내는 소리는 단어에서마다 다양하다. ea는 보통 ‘에’소리나 ‘이이’소리를 내는데 그 것이 단어에서마다 다르다는 말이다.

즉 head나 bread에서는 ‘에’소리를 내던 ea가 meat, seat, heal, meal 에서는 ‘이이’소리를 낸다. 여기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해보겠는데, 같은 ea가 너무나 흡사해 보이는 단어 head와(ea=’에‘소리) heal(ea=’이이‘소리)에서 각각 다른 소리를 내는 경우는 어떻게 감당하겠는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bread에서는 ’에‘소리를 내던 ea가 너무나 유사하게 생긴 단어 great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소리 ’에이‘소리로 탈바꿈을 하니, 이런 황당한 경우가 또 어디 있을지! 이쯤되면 독자 여러분들도 ’파닉스가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원어민들에게도 어려운 공부‘라는 말이 충분히 이해되고도 남을듯하다.

말머리를 돌려 자음의 경우를 살펴보자. 완전한 표음문자인 한글과 달리 한 글자 당 한 가지 이상의 소리를 가지고 있는 글자는 모음만이 아니다. 자음의 c,g등도 두 개의 소리를 낸다. nice, pencil, fancy등 c가 단어의 끝부분에 위치할 때의 경우와 city, civil, cent, cell 등 c로 시작되는 경우가 그 것이다. 9이 경우 c는 각각’ㅆ’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cat, cup, cream, close등의 단어에서는 ‘ㅋ’소리를 내며 clock, click, stick 등 ck로 끝나는 단어에서 역시 ‘ㅋ’소리를 낸다. 이런 경우들을 모두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파닉스의 정통한 규칙에 따라 ‘c다음에 a,o,u가 올 때 c는 ‘ㅆ’로 읽는다.‘ 이렇게?
g의 경우 ’ㄱ’와‘ㅈ’ 두 가지 소리를 가지고 있는데 gun, gum, game등에서는 ‘ㄱ’ 소리를, gym, gentleman, page 등에서는 ‘ㅈ’소리를 낸다. 파닉스의 규칙에 의하면 각각 ‘g 다음에 a,o,u가 올 때 g는 ’ㄱ’소리를 내며 ‘‘e,l,y’가 올 때는 ‘ㅈ‘소리를 낸다.’라고 설명하고 그렇게 외워야할 것인가? 이 것이 파닉스의 규칙들이다. 그런데 이러한 규칙이 무려 100여 개에 달한다면? 과연 감당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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