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러니 하게도 힘든 일이나 훌륭한 일들을 해놓고도 오히려 불행해지는 경우를 우리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원인은 오만의 덫에 빠지기 때문이다. ‘나는 칭찬받아 마땅한 일을 많이 했어, 정말 고생했단 말이야’ 라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시나브로 오만해지기 쉽다.

오만한 사람은 미움을 받게 되고 또 인간관계가 나빠져서 운이 달아나 버린다. 그러니 모처럼의 노력과 고생이 불행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특히 정치적 야망의 큰 구슬을 굴리려거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필자의 지인 중에도 지역사회를 위해 몹시 헌신하던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자치회장이나 학부모회장 등 무보수로 다양한 사회봉사 활동을 하여 인지도를 갖고 있는 인물이다. 어느 해 이 유력자가 구의회 의원에 입후보했다. 지방도시이고 지명도도 충분한데다 오랫동안 얼굴을 익히고 헌신했으니 쉽게 당선될 거라고 은근히 낙관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당선자와 큰 표 차이로 낙선하고 말았다. 순간 허탈과 충격 속에서 ‘왜 떨어졌는지 전혀 모르겠어요’ 본인은 이렇게 말했으나 나는 왠지 그 이유를 알 것만 같았다. 그에 대해 정통한 몇몇 사람들의 소견에 의하면 그 이유인 즉 그가 겸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소 자치회장이건 학부모회장이건 ‘모두를 위해 발벗고 나서 일해주고 있다’ 라는 생각이 경륜이 쌓이니 말투나 태도에 그대로 드러났다. 어떤 일을 해도 거만함이 묻어나서 자주 주변 사람들의 반감을 사곤 했는데, 정작 본인은 다른 사람의 반감을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 거만을 떨었던 것이다.

거만하고 겸손하지 못하면 애써 좋은 일을 해놓고도 미움을 받게된다. 인간관계가 좋지 못하면 다툼도 일어나고 남의 신뢰나 협력도 끌어낼 수 없다. 아무리 유능하고 영향력이 있다 해도 혼자서는 결코 세상을 만들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진데, 그런데도 그 동안 세운 공 만을 믿고 오만해 지는 것이 인간의 슬픈 특징인 것 같다.

‘내가 다 해줄게’ 가 아니라 ‘제가 맡아서 여러분의 뜻에 거슬리지 않게 꼭 해내겠습니다’ 라는 진중하고 겸손한 마음을 내비춰주어야 한다.
하여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들에게도 내 자신은 과연 겸손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한번 확인해 보라고 권유 드리고 싶다.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는 말도 생각난다. 더불어 야망을 얻기위해 자기 양심을 희생시키는 사람은 재를 얻기 위해 명화를 불태우는 사람이다 라는 중국 속담도 귀담아 두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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