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도 여러 번 말한 바 있지만 영어의 알파벹은 그 하나 당 가진 소리가 여러 개인 것이 많으므로 파닉스의 규칙은 100여개에 달하고 그 것을 다 떼기란 어렵기 짝이 없는 일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영어를 배울 때는 일단 읽기부터 알아야하니 너나할 것 없이 파닉스부터 시작하는 것이 통례처럼 되어 있는데(영어를 언어로 배우려면 듣기와 말하기부터 시작하여 익혀나가는 것이 이상적이겠으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이상이 통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구사능력이 있어도 아무도 생활 속에서 영어로 말하지 않는 단일 언어 민족이 우리이기 때문이다.)

이 파닉스를 배우려면 우선 각각의 알파벹에서 나는 소리부터 배워야 한다. 이것을 ‘음가’라고 하는데 대부분 도표화 시켜서 익히게 한다. 마치 수학에서 구구단을 익히듯이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혼란과 혼동의 모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 구구단이 정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첫 단추가 완벽하게 준비되지 않은 채 위험한 항해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니 갈수록 헛갈리고 꼬이고 어지럽게 흔들릴 수 밖에... 도표 하나를 예로 들어보자.


이름하여 알파벹 각각의 소리를 익혀주기 위한 ‘음가표’이다. 한 눈에도 위험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다. 이런 음가표를 기본으로 하여 파닉스를 배운다면 아이들은 중간에 채 도달하기도 전에 밀림에서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우선 모음의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영어의 모음은 a,e,i,o,u 모두 5개이다. 그리고 이들 각각은 결코 하나의 소리만을 내지 않는다.(만약 그랬다면 파닉스의 규칙이 100여개가 될 필요도 없었을 것이고 파닉스가 원어민에게도 어려운 분야라는 말은 애시당초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A a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무려 6개에 달하는 소리를 가지고 있고 그 소리는 a가 어떤 단어 속에 들어가 있느냐, 즉 앞뒤로 어떤 알파벹 속에 둘러싸여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난다.
예를들면 cat에서 a는 ‘애’소리를 내지만 cate나 cake에서는 ‘에이’소리를 내며 car이나 mart에서는 ‘아’소리를 내는 등 변화무쌍한 얼굴로 카멜레온을 자처하니 이 도표에서처럼 A a ‘애’ 소리 하나만 가지고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변화들을 어떻게, 무슨 수로 감당할 것이며 a는 ‘애’ 소리를, e는 ‘에’ 소리를 낸다고 배웠는데 cake를 왜 ‘캐케’라고 읽지 않느냐고 질문하는 아이들에게 뭐라고 답변해 줄 것이냐는 말이다.

독자 여러분이 답해 보시라. 많은 분들이 본인이 직접 파닉스를 배웠던 ‘파닉스 세대’는 아니겠지만, 파닉스를 가르치기 위해 자녀들을 학원에, 또는 기타 학습장소에 보내면서 헛갈려 하는 아이들의 호소를 경험해 본 적은 없는가? 왜 파닉스를 배우는데 최소 6개월, 제대로는 1년여나 걸리는지, 그리고 그렇게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였는데도 왜 기대와 달리 좔좔 유창한 발음으로, 자신있게 읽지 못하는 것인지 의문을 품어 본 적은 없는가?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