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은 오랜 세월동안 한반도를 중심으로 살아오면서 분단과 통일의 시대를 겪어왔다. 통일과 분단의 역사는 우리민족끼리 때로는 외세에 의해 수많은 전쟁을 치루면서 민족적인 비극을 감수해야만 했다.

오늘날의 분단은 일제강점기로 주권을 잃은 상태에서 제2차 세계대전의 연합군승리로 광복을 맞이했으나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1945년 12월 16일 모스크바에서 미, 소, 영, 중이 한반도의 신탁을 결의하고, 38선을 기준으로 북은 소련이 남은 미국의 군정으로 하나의 정부를 수립하지 못한 채 1948년 8월 15일과 9월 9일 남북이 별도의 정부를 수립하면서 시작된 대립과 갈등으로 소모적인 비극의 역사가 벌써 70년이 되었다.

더욱이 분단에 따른 6.25한국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희생을 치러야만 했으며, 아직도 제대로 된 주권을 행사하지 못한 채 종전이 아닌 휴전상태로 이념의 갈등과 전쟁이란 불안 속에 민족의 번영과 발전이 저해되면서 근래엔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북·미간 갈등으로 일촉즉발의 전쟁전야를 방불케 했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새해를 맞아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와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던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과 북의 관계는 이제 제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한국전쟁이후 최초로 북미정상회담까지 예고되어 한반도에 전례 없는 평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한반도의 정세가 예상을 뛰어넘어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는 고무적인 현상을 환영해마지않으면서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와 평화체제를 어떻게 달성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이러한 평화무드가 주변국의 이해관계로 얼마나 이어질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지난날 남북 간에 발표됐던 7.4공동성명을 비롯한 6.15공동선언과 10.4남북공동성명에 이른 일련의 굵직한 남북공동선언이 진전을 보지 못했던 남북의 입장을 냉철히 분석하면서 독일의 통일을 교훈삼아 미·중을 비롯한 주변국가의 국제적 관계를 고려해야 비로소 진정한 평화와 민족통일의 길이 열릴 것이다.

적대적 대결과 전쟁위협이 70년을 넘긴 한반도의 분단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고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려면 독일의 브란트정권처럼 남북이 먼저 서로를 주권국가로 인정하고 절대로 침략전쟁이나 무력에 의한 흡수통일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조약수준의 기본협정으로 보장해야만 남북사이의 체제위협과 공포가 사라지고 신뢰가 형성될 것이다.

기본협정은 독일에서처럼 민족의 하나 됨과 통일의 비전을 강조하면서 남과 북이 통일의 그날까지 특수한 관계의 두 나라임을 명시해야 한다.

적지 않을 어려움과 문제를 안을 이번의 정상회담이 다 해결할 수는 없지만, 원칙적인 선언과 후속 고위급회담을 통해 점진적으로 진행하면서 미·중을 비롯한 주변국들과의 협의를 통해 추진하겠다는 결의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오는 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토대가 될 남북기본협정의 물고를 트는 역사적 회담이 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어렵게 조성된 평화의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남과 북은 화해와 평화, 공동번영의 미래를 열어야 할 역사적인 과제 앞에 서게 되었다.

위대한 대동세상의 5·18민주화운동정신을 계승한 촛불광장의 연대로 구축한 민주주의가 우리사회 부당한 권위와 차별, 부정·부패의 비리를 청산하고 있는 것처럼 오랜 분단의 적폐를 청산하고 평화와 공동번영의 미래를 만드는 기틀이 되도록 지혜를 짜 모아야 한다.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긴장완화를 포함한 항구적 평화정착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북한의 비핵화와 평화체제구축을 거쳐 한반도 평화정착에서 통일로 이어가려면 외교역량을 총동원하여 주변국을 상대로 당당하게 주장하면서 국력을 집중해야 한다.

먼저 남북한 간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 외교·안보진용의 변화를 알아듣게 설명하고, 북한에 대해 이전처럼 시간 끌기 식 눈속임 협상은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설득해야 할 것이다.
미국에 대해서도 강경정책만이 능사가 아니며, 어떤 경우에도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확실하게 다짐받아야 한다.

지금 하늘은 한반도에 마지막 통일의 기회를 만들어 주고 있다는 자세로 힘겹고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의 염원인 평화와 통일은 지금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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