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의 그 매서운 추위와 스산한 날씨는 어디에서 형용을 웅크리고 있을까?
우리들의 생애에서 경험 하는 계절의 서정들이 한두 해가 아닐진대 이 봄은 유난히도 찬연한 모양과 부드러운 바람결로 다가오고 있으니 자연의 생성이 그저 감탄스러울 뿐이다. 시류와 추위에 움추려 있던 육신의 기운들이 세포 줄기 마다 에서 새로운 기운으로 형성되어 분출되는 것 같아 아침저녁으로 새로워진다.
사람마다 각양으로 느끼며 향유하는 이 봄을 지나면 적폐청산과 # me_too의 결말이 계절과 시대를 더욱 황홀하게 연출할 것이라 기대해 본다.

장흥의 봄은 머지않아 꽃 세상으로 다가올 것이다.
회진 한재의 할미꽃이 개화 하고 선학동 마을의 유채 화원이 문학의 상상력을 동행하며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장천재의 동백꽃이 건강한 꽃잎으로 반기다가 뚜 욱 뚝
낙화 하면 그 그림이 또 하나의 서정일 것이다. 그 뿐이 아니다. 장흥읍내 남산공원과 금강천으로 이어지는 벚꽃 길은 화사한 봄의 향연을 만끽 하게 할 것이다.
지금쯤 구도를 잡아 피어나고 있을 장흥의 야산 그 등성이마다에는 산 벗의 그림으로 시선과 발길을 멈추게 할 것이니 봄마다 우리는 꽃 세상의 장흥을 향유 하는 호사를 누리는 것이다.

이 봄을 지나고 이어지는 장흥의 계절 속에서 자연의 테마를 주목하여 조명하고 가꾸며 공유 하는 화두를 제안해 본다.
이웃 순천시가 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치루고  테마 파크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하게 한 것은 그 테마가 ‘자연’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호남의 3대 원림 혹은 정원을 담론 한다면 담양군의 소쇄원, 완도군의 보길도 세연정과 최근에는 강진군의 월출산 자락에 위치한 백운동정원이 회자되고 있다.
이들 정원들은 인문의 상징성으로 자연의 정화를 느낄 수 있는 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장흥에는 이만한 서정의 정원이 소재 하고 있을까.
장흥읍 평화리의 송백정과 주변의 원림은 위에 소개한 정원과 비교하여 그 경관과 조형이 월등한 품격으로 다가오는 곳이다. 장흥 무계고택으로 지칭되는 고영완 가옥(전남도문화재 자료161호) 입구  주변의 아담한 연못과  동산의 적송 그리고 샛길을 장식한 50여 그루의 백일홍 연못 뒤쪽을 가리는 대여섯 그루의 단풍나무 고영완 가옥으로 진입 하는 길목의 죽림과 노송 몇 그루. 이 그림들은 대면할 때마다 다른 형용의 추상으로 그윽하게 기억 되는 서정이다.
특히 연못 동산의 수백년 수령의 네 그루 적송은 평화리를 방문한 문예인들이 찬탄 하며 “오늘의 여정에서 이 적송의 기를 받는 것만으로 너무 행복하다”라는 표현을  아끼지 않은 그림이었다. 아쉽게도 4년 전 태풍에 가장 아름다웠던 두 그루의 적송이 넘어지는 참변으로 그 적송의 의연함은 이제 기억 속에만 남아 있다.
무엇보다 송백정의 백미는 군락의 백일홍 그 화려한 연출일 것이다.
평화리의 백일홍은 100년 안팍의 수령으로 그 줄기들이 창연한 것은 물론 나락을 심어 동이 베일 무렵 백일 청, 백일 홍(진홍과 연분홍)으로 개화 하고 피고 지고를 거듭 하여 가을까지 이어지는 꽃 잔치를 연다.
흔히 간지럼 나무로 지칭 되는 백일홍의 보라색, 하얀색, 진홍과 연분홍의 꽃을 감상할 곳은 아마도 전국에서 평화리가 유일할 것이다.
“상선약수의 마을”이라는 수준 있는 자부심으로 마을을 가꾸는 평화리는 더불어 약수의 샘터가 많은 청정한 곳이다.
정자 샘, 서당 샘, 동사 샘, 윗 샘, 아랫 샘, 담안 샘, 산정 샘, 우복 샘, 그 샘들의 물맛은 달고 정순 하니 송백정의 경관과 숨은 이야기와 약수 샘물을 음용 하는 길 걷기는 사유와 치유의 현장으로 승화될 것이다.

전남도가 전통정원 복원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장흥의 명소가 아쉬운  이 즈음에 평화리 송백정의 주변을 장흥의 대표 정원으로 지키는 일이 우리 모두의 화두 일 것 같다.
그리고 송백정은 연못 안에 기둥만 세워져 있으나 아쉽지 않은 것은  그 또한 스토리텔링의 여백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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