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장흥과 같은 작은 농촌마을은 계속 줄고 있는 인구의 감소가 심각한 어린이 축구 인재 발굴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와의 대결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라는 말이 있다. 노력이 좋은 의미로 여겨지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지만, ‘노력’에는 ‘애쓴다’라는 무엇인가 성취해야 하는 강박감의 노예가 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하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편할 수는 없는 행위나 생각의 범주이다. 그래서 노력하는 자와 즐기는 자의 차이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노력과 즐김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나누어진다.

노력하는 자는 명예나 물질적 보상의 목적을 쟁취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스스로 구속하는 행위를 거듭하는 반면, 즐기는 자는 어떤 보상이나 대가를 생각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취향이나 정신적 여유를 찾아 행동한다. 그 행위의 목적에는 '보상'은 없다. 자신을 충족시키는 즐거움과 재미에서는 ‘노력’이 전혀 개의치 못한다. 어쩌면 치열한 경쟁에서 얻은 ‘보상’을 취득한 ‘노력한 자’ 보다는 비록 물질적 보상은 얻지 못했지만, 정신적 여유와 삶의 가치에 있어서는 ‘노력하는 자’ 보다 범위가 넓은 인문학적, 문화적 면에서 삶의 지혜를 펼치는 여유와 보람이 훨씬 클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언젠가 초등학교 축구경기를 관람한 적이 있었다. 어린이들의 축구에서 나는 기존의 축구경기에서 느끼지 못한 재미를 만끽할 수 있었다. 물론 기성축구에서 보여지는 기량은 없었지만 어린이들이 풀어가는 축구에서는 어른들이 수천 수 만명의 관객앞에서 행하는 전문성이나 인위적 트릭은 없었다. 참 신선하고 진지했다.
마침 전남 장흥에서의 전국 유소년 축구 동계전지 훈련을 만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나를 기쁘게 했는지 모른다. 나는 이 훈련을 총괄 지휘 감독하는 장흥축구협회 김제성 회장을 만났다.

먼저 이번 대회를 장흥에 유치한 계기와 의미를 묻는 질문에 잠시 말을 잇지 못하고 있던 그는 지역 축구의 열악한 조건과 환경가운데 축구를 사랑하고 후원하는 분들이 있어 그나마 지역 축구가 이 정도까지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에 고마움과 감회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김제성 회장은 “처음 이 스토브리그(정규시즌이 끝난 겨울에 팀들의 전략 보강을 위한 일연의 과정)는 10년 전부터 동계에 이런 훈련경기가 있었는데 그 때는 장흥군체육회협회장배 축구대회였습니다. 그러다가 3년 전부터 전남 체육회에 동계 축구스토브 리그로 명칭으로 등록하여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습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예전의 유명한 축구선수들이나 프로축구단이 직접 운영하거나 지도자로써 축구의 꿈나무를 키우는 축구학교가 있는가 하면은 프로축구단이 직접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교실이 축구를 좋아하거나 축구에 소질이 있는 어린이들의 성장 발달, 사회성 함양, 체력 증진의 기치아래 자라나는 어린이들의 축구실력을 향상시키는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즐기는 자가 노력을 한다면 어떤 결과를 낳을까?”

서울 FC 구단에서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훈련의 분위기와 훈련모습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훈련이 시작되기 전 구석 한 켠에서 슈팅을 하는 아이들과 그 슈팅을 막는 아이의 모습은 누가 봐도 축구를 좋아하고 즐기는 거짓이나 형식에 얽매인 모습의 어린 아이들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정도의 아이들이지만, 공을 다루는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 가르치는 코치나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즐거움과 웃음소리가 끄치지 않았다. 아이들의 훈련에서 그들은 재미있게 축구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고 재미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코치의 엄격한 지적과 훈련 도중에 룰을 벗어난 상대편에게 옳고 그름을 따지는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축구가 ‘경쟁’이나 ‘승부’의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 어린이의 모습에서 의연 중에 보여주었다. 

몸 풀기 이후, 본 훈련에서는 정해진 훈련량을 소비하기 위한 철저한 훈련이 시작되었다. 양 진영에 설치된 네 개의 꼬깔 콘 중 하나만 맞춰 넘어뜨리면 이기는 방식이었으며, 진 팀은 계속 진행하고 이긴 팀만 교체하면서 훈련시간을 적절하게 운영하고 있었다.ㅤ이어 편을 갈라서 실제 연습에 들어갔다. 치열한 몸싸움과 태클도 있었지만, 룰을 지키려는 모습은 결코 잃지 않았다.

더 감동적이고 훈훈한 모습은 연습경기를 마친 후 휴식 시간에서의 그들의 대화였다. 그냥 쉬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 중에 있었던 서로의 잘 못과 실수를 토론하거나 다음 경기에서의 포메이션 변동을 협의하는 것이었다.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다투는 듯했지만, 실수나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이들이 배우는 것은 축구뿐만이 아니라 서로의 관계나 스포츠의 올바른 정신을 배우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팀원끼리 서로 다투는 듯한 모습을 감지한 코치의 조치였지만, 보는 입장에서 미소가 절로 나왔다. 패배에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해결하려는 모습에서 축구를 통해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축구뿐만이 팀원과의 결속을 다지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ㅤ

즐거운 해프닝을 뒤로 한 채, 이어졌던 두 번째 메인 훈련은 본격적인 시합을 통한 '오프사이드 룰' 인지 훈련이었다. 게임이 진행 됐을 당시, 선수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듯 보였는데 이는 오프사이드 룰에 어색했던 탓이었다. 실제로 1, 2학년 수준의 대회에서 오프사이드의 룰이 적용되지 않는 터라, 아이들에게 오프사이드는 어색할 수 밖에 없었다. 한 아이는 한 코치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오프사이드 룰을 무시한 채 상대 편 골대 앞에 위치해 있기도 했으며, 전진패스가 나갈 때마다 한 코치가 물고 있던 휘슬의 소리는 커져만 갔다. ㅤ이날 훈련에서 아이들이 갖고 있던 '즐거움'이 '노력'으로 바뀌는 현상을 자주 목격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축구는 '즐거움'의 대상이었으며, 더욱 즐거워지기 위해 노력을 감행했다. '노력'과 '즐거움'의 경계선을 무너뜨리는 현장을 11살 아이들에게서 목격한 셈이다. ㅤ

나는 장흥 동계훈련장에서도 이러한 훈련을 직접 관전할 수 있었다, 팀이 일궈내는 결과에 대한 만족이나 부족함을 어린이 스스로 조금씩 이해하고 더 나은 경기를 하기 위한 노력의 필요성을 탐닉하고 있는 듯 했다. 축구는 그들에게는 훈련이나 스포츠 이전에 자신들이 풀리지 않는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 같았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훈련조건을 소화하는 그들의 열정과 재미를 만들어가는 모습에서 축구는 그들을 정신적으로 완성케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아이들이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여러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었던 이유에는 역시 체계적인 지도방식과 그에 따른 '즐기는 축구'에 있었다고 본다. ㅤ

어린이 축구 유망주 발굴의 현주소

김제성 장흥 축구협회 회장은 현재 서울의 프로구단 산하에 있는 유소년 축구교실이나 유명축구지도자에 의해 설립된 축구교실에 대하여 아주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못하는 것을 누군가가 해야 하는 것을 시기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유망 축구 꿈나무를 발굴하고 키우는 것이 어떤 이해관계에 얽매이거나 배타적인 지나친 자기방어로 어린 축구 유망주들의 장래를 막거나 놓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김제성 회장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남다른 축구에 대한 애정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느꼈다.

장흥의 축구 꿈나무 육성에 대한 의견과 계획

‘누구나 하는 말이지만, 장흥과 같은 작은 농촌마을은 계속 줄고 있는 인구의 감소가 심각한 어린이 축구 인재 발굴에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행정관서로부터의 축구육성 지원정책이 제 자리 걸음을 먼치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만, 이 안타까운 현실을 이겨나갈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흥의 어린이 축구가 전국대회에서 10회 이상 우승을 한 전력에 비추어 볼 때 장흥은 축구 인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회의 땅입니다.

행정적인 지원과 지역 유소년 축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계신 분의 후원이 다시 일어난다면, 과거의 화려한 장흥의 유소년 축구 열풍의 역사가 다시 이루어질 것을 믿습니다.“ 김재성 회장은 장흥은 희망과 기대를 저버릴 수 없는 곳이라고 힘주어 말하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축구에 소질이 있거나 축구를 좋아하는 어린이를 잘 돌보아 특기를 살려주면 세계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는 김제성 회장은 지금도 축구에 대한 관심이 적고 지원이 미흡해서 유소년 축구 인재가 있다고 해도 그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 동력 조성이 되지 못하는 실로 안타까운 점이 하나 둘이 아니라고 김 회장은 말하고 있다. ”그래도 장흥의 유소년 축구를 발전시켜 보자는 최정옥 전 장흥신문 사장님과 백도인 회장님 같은 몇 몇 분 유지들의 의지와 도움으로 그나마 맥이 끊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온 것은 우리 축구인들에게는 커다란 용기를 불어 일으켜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장흥의 유소년 축구 발전을 열망하는 유지들의 의지와 도움  

“지금의 장흥 유소년 축구 환경은 경기장 시설과 더불어 인재 발굴에도 열악하기 짝이 없습니다. 선수도 없다고 하는 것이 맞는 말입니다. 그러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무조건 해외의 육성법을 따라 지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해외 축구 선진국이 경우를 베끼고 흉내내는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전처럼 운동선수 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어느 정도 빠져도 운동경기나 훈련을 받는데 별 지장이 없었지만, 새로운 우리나라 체육교육 정책은 공부를 방해하는 체육활동은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문적이고 완벽한 훈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여름방학이나 겨울 방학 이외에는 학생들이 전적으로 훈련에 임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현실과 환경에 맞는 한국형 육성법을 만드는 것 또한 시급한 우리 축구인들의 과제이기도 합니다. 다행히 열악한 경기장 시설의 보완과 신규 설비를 위한 군청으로부터 20억의 체육시설 설비 운영자금이 확보된 상태입니다. 하루속히 전국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경기장을 확보하여 많은 축구인들이 장흥을 찾아 오도록 하는 축구의 열풍을 만들어 가는 것부터 시작하려고 합니다.”

장흥 축구의 열풍을 불어 일으키는 것이 급선무

장흥을 알리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방법 중에 각종 행사가 우리 장흥에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고무적이고 장흥인으로써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일입니다. 그러나 어린이 축구가 전국대회에 출전하여 우승까지는 못해도 상위급 순위에 올라 경기를 하게 되면 전국을 커버하는 공중파 방송이 그 경기들을 전국에 현장 중계를 하게됩니다. 이것보다 큰 장흥을 알리는 방법이나 수단이 있습니까? 그 많은 행사예산의 일부만이라고 장흥의 유소년 축구 발전에 도움을 준다면 그 여파는 가랑잎에 불 붙듯 대단한 확산 능력이 일어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유소년 축구 활성화를 모색하는 장흥의 현주소는 인재 발굴, 훈련시설, 지도자 육성 등 그 어떤 것도 완벽하게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태에서 축구 유망주가 나왔다고 해도 장흥에 머물르게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 유소년 축구 활성화와 발전을 위한 유명 축구교실이 축구 유망주를 찾고 있습니다. 장흥의 축구 인재가 장흥에서 성장하지 못하고 타 지역으로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 마다 심장이 멈추는 고통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 장흥의 축구는 축구의 재능을 타고난 DNA가 있습니다. 장흥의 축구 유망 새싹들이 지원이 되지 않아 타 FC 구단 축구교실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 곧 도래합니다. 감히 말씀드리는 것은 장흥의 체육교육, 관광정책의 입안에 우리 장흥의 축구가 얼마나 장흥의 관광에 일익을 담당할 수 있는지 깊은 성찰을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는 그의 뒷 모습에서 서글픔 보다는 장흥 유소년 축구의 새로운 지표를 열어가겠다는 강직한 기운을  채워주었다./인터뷰=박주현기자.regensdorf@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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