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장흥군청 공직자 3인이 퇴직했다. 기획감사실 장승호실장, 친환경산림과 문재춘과장, 농업기술센터 안길환 소장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30∼40년 장흥군청 공직자로 수고해 와 이날 퇴임하는 3인의 퇴임사를 발췌해 싣는다<편집자 주>

■장승호 기획감사실장

38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며
…지난 38년의 공직생활은 참으로 즐겁고 행복한 여정이었다. …치열한 도전을 이어오며 좀 더 배려하고 베풀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인생 최고의 ‘아름다운 시간’이었음이 분명하다.
지난 2001년 용산면을 시작으로 장동, 회진, 대덕, 장흥까지 5개 지역의 읍면장을 맡은 것은 내게 가장 소중한 경험이 됐다.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하며 들은 생생한 목소리를 행정에 적용해 나가는 중요한 과정을 깨달은 것이다. 총무과 행정계장으로 근무했을 당시, 지방 공무원 구조조정 단행의 상황에서 근무성적이 우수한 13명을 특별채용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특별채용 했던 13명은 현재 모두 6급 계장으로 승진해 장흥군정의 전면에 서있다. 장흥군이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것은 그 중심에 이처럼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가진 공무원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와 올해는 보통교부세가 2년 연속 증액되면서 군 재정운용의 폭이 한 단계 넓어졌다. 장흥군은 2016년 173억원의 보통교부세를 증액 확보하며 전년 1,411억원이던 교부세를 1,585억원으로 끌어올렸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많은 254억원이 증가해 보통교부세 총액이 1,842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늘어난 살림살이로 군민 생활민원 해소, 소득증대 사업, 소외계층 불편해소, 벼경영안정자금 등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일을 추진하게 돼 큰 보람으로 남는다.

최근 청렴도 평가에서 장흥군이 하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장흥군의 큰 숙제로 남은 청렴은 조직 내부의 유기적인 소통을 통해 차근차근 풀어가야 할 것이다. 다만, 청렴 업무를 책임지는 부서장으로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

이번에 정년퇴임을 앞두고 조금 이르게 사의를 표명한 것은 이 같은 책임감의 발로임을 밝힌다. 비록 공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청렴한 장흥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해 조력하겠다.
군정을 둘러싼 여러 가지 환경은 매순간 변화하고 발전한다. 그러나 아름다운 정남진 장흥에 터를 두고 삶을 일구어가는 군민은 변하지 않는 절대적 가치다. 깊은 강물이 고요한 가운데 바다를 향해 움직임을 이어가듯, 군민들이 품고 있는 열망과 의지가 장흥을 명품고장으로 이끌 것이다. 이렇듯 거대한 흐름의 끝에는 깨끗한 세상, 모든 군민이 행복한 세상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공직의 사명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과거 한 선인이 읊었던 시에서처럼, 논과 밭이 묵어가는 고향의 자연으로 돌아간다. 배는 가벼이 흔들리고 바람은 옷자락을 붙드는 길이지만, 내 고향 장흥에서 이웃들과 깊은 정을 나누며 살겠다.

여기서 한 가지 부탁을 드린다. ‘놀부’라는 별명은 오늘 퇴직과 함께 지워 주시고 새로운 이름 ‘흥부’로 불러 주길 당부드린다. 남은 인생은 장흥군 발전과 장흥군민을 위해서 박씨를 물어날리는 ‘흥부’가 되겠다. ‘장흥군민이 원하는 깨끗한 세상을 만드는 일’ ‘장흥군민이 꿈꾸는 행복한 세상을 가꾸는 일’ ‘장흥군민이 바라는 정의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마중물 역할’에 주저없이 나서겠다.

장흥군민여러분과 함께 하겠습니다. 짧지 않은 38년 공직의 길이였지만 돌아보니 한바탕 꿈인 듯하다. 늘 헌신적이고 믿음직한 여러분들과 함께여서 정말 행복했다. 그동안 베풀어 주신 과분한 사랑과 은혜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안길환 농업기술센터 소장
40년 공직 마감…꿈꾸던 미래 포기하지 말라
어느새 저의 인생 절반을 살아온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는 시간을 맞게 되었다. 부푼 꿈을 안고 설레임 반 두려움 반으로 공직생활에 첫 발을 들여 놓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돌이켜 보건데, 매 순간을 농업ㆍ농촌과 농업인을 위한다는 긍지와 자부심 하나로 공직생활에 열과 성을 다한다고 했으나, 이렇다할 공적과 번듯한 가르침 하나 제대로 남기지 못한 채 정든 공직을 떠나려 하니 아쉬움뿐인 것 같다.

그러나 큰 대과없이 40여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고 퇴임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하며 몸은 비록 떠나지만 마음만은 함께 남아 빠른 속도로 변화해 가는 세상과 농촌지도사업의 발전을 위해 후배 공직자들을 응원하겠다.

나날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농업현실과 긴장과 경쟁의 연속인 공직을 잘 견디어 내길 바라며, 어렵고 힘들 때 멀리보고 한 호흡 길게 다독이면서 꿈꾸던 미래를 생각하며 견디어 내라는 조언을 공직 선배가 후배들에게 주고 싶다.

이제부터는 내가 필요한 곳을 찾아 봉사하면서 인생 2막을 성공한 선배가 되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 보겠다.
그 동안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참 좋았고 행복했다. 동료 선후배들과 나를 기억해준 장흥군청 모든 공무원들, 장흥군민들 모두에게 머리숙여 감사드린다.

■문재춘환경산림과장
“숲과 나무 그리고 산이 친구였다”

…남북으로 회진 노력도 대덕 분토리에서 유치 대천 운월리까지, 동서로는 장평 두봉 진산리에서 장흥 송암 영전리 석동까지, 천관산 제암산 사자산 수인산 가지산 삼비산 억불산 부용산 모든 숲과 나무 그리고 산이 친구였고 흔적을 같이 했다.

돌이켜보면…장흥표고를 보급하고 알리기 위해 산림청 농진청 그리고 일본인 강사까지 초빙하여 교육을 하고 ENG카메라를 빌려 기록을 했고 모처럼 정장을 입고 출근한 설 뒷날도 표고목 벌채를 위해 산에 올랐다. 산림휴양이라는 단어가 생겨날 때는 길도 없는 첩첩산중 유치 월암마을에 임도를 내고 냇가를 건너다니며 휴양림을 만들었다. …유치 대리 천에 자생하던 할미꽃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한재 정상의 할미꽃 자생지를 찾아 풀을 베고 경계 로프를 치고 불법채취를 막기 위한 경고간판을 만들어 세웠는데 15년여가 흐른 지금도 경고 간판은 그대로 있다.

탐진강 둔치와 공원묘지 공터에 잔디를 심어 팔아 세외수입을 올리고 공설운동장과 둔치 다목적 잔디광장은 공익요원 등을 활용해 도급비의 3할도 되지 않는 사업비로 조성을 완료 하였다. 천관산 도립공원을 조성하고 억새평원을 가꾸면서 정부합동감사에 지적이 되어 영광스런 징계 기록도 남겼으며 동백 군목을 심어 자긍심을 갖도록 하고 국내 최대 규모의 천관산 동백숲을 가꾸어 장흥을 알렸다. 제암산 철쭉평원 가꾸기는 공공근로 사업의 성공사례가 됐으나 개인적으로는 산주인 국유림관리소와 인접군민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받기도 했으며 더욱 아쉬운 것은 정작 내용을 베껴간 이웃군 일림산은 대박이 나고 기반시설이 부족한 제암산은 초라하게 뒤진 일이다.

…편백숲 우드랜드를 조성하고 전국 최초 지자체 치유의 숲과 무장애데크길을 만들 때는 정책 제언과 조언자는 찾기 어려웠고 온갖 비난ㆍ만 난무해 혼자 온몸으로 감내해 내기 벅찼던 것은 지금도 가시지 않았다. 이렇게 우리 고장을 알리고 유기농을 선도한 장흥표고, 심산유곡의 휴식처 유치자연휴양림, 장흥의 성장 동력이 될 황칠과 헛개나무, 우리군 군목이자 세계 최대의 천관산동백숲, 기암 괴석과 다도해를 조망할 수 있는 천관산억새평원,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남도의 천상화원 제암산 철쭉평원, 풀숲에서 찾아낸 한재 할미꽃, 체험 힐링의 명소 편백숲 우드랜드, 전국 최초의 지자체 조성 치유의 숲과 무장애 데크로드, 난대식물원, 생활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꿀 목재산업, 숲속의 실핏줄 같은 등산로와 임도망, 유치 단풍나무길, 생태의 모든것 그린환경센타 그리고 자랑스런 임업인들과 긍지로 환경을 지키는 사람들이 모든 일들이 새삼스럽다.

…감히 후배들께 한마디 한다면…기왕 숙명이 공직자라면 군민을 위한 자세를 바래본다. 그러나 공직자로서 운명을 바꾸는 도전은 시도해 보도록 권하고 싶다. 조금은 힘들어도 생각과 행동을 바꾸면 운명도 바뀔 것이다. 긍정적인 마인드와 프런티어 정신이 성과를 만들어 내고 보람을 느끼게 할 것이며 군민들의 행복지수는 높아질 것이다.
…장흥군 공직자와 장흥군민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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