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과 물난리 등 온갖 풍상을 이겨낸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벼가 고개를 숙이며 황금물결로 출렁거리고 있다. 일찍 심은 조생종 벼는 수확하는 농민들 얼굴엔 땀방울이 나락과 함께 적시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지난 고충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빠르기만 하다.
재고미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데 또 다시 추수가 시작되었으니 농업인들은 마냥 기쁠 수만 없을 것이다. 지난 해 최악의 쌀값 폭락 사태를 겪은 데다 초유의 우선 지급금 환수 사태까지 겹치면서 농가들의 시름은 깊어가기만 했다. 다행이도 우선 지급금 환수 사태는 종결 되었지만, 올해 쌀의 수확은 얼마나 나올까? 얼마나 남을까? 쌀 가격은 또 어떨까? 하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권이 바꿨으니 조금은 나아질까 하는 기대, 혹 그 밥에 그 나물일까 하는,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는 농민들의 한결같은 이야기다.
우리 쌀 산업은 총체적 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시절 쌀시장만은 지키겠다는 약속은 헌신짝처럼 저버리고 추곡수매 제도를 폐지하고 공공비축 제도를 도입했다. 좀처럼 쌀값 회복의 기세는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무턱대고 논을 놀릴 수는 없는 일이다.
논을 줄이거나 다른 작물을 심어서라도 생산기반을 유지한다는데 농민들은 동의할 것이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식량대란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생산기반 붕괴만은 막아야 한다는데 모두 동의할 것이다.
명분에 부합한 신리도 마련해야 한다.
쌀값 하락만큼의 소득 보전책이 없다면 벼 재배 면적과 쌀 생산량이 급감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야 한다.
쌀 생산 조정제를 도입하고 농가소득 보전하는 방안만이 농촌으로 돌아오고 농촌을 지키는 지름길이 아닌가 여겨진다.
이런저런 특별한 대책이 없다면 멀지 않아 농촌은 붕괴되고 말 것이라는 걱정들이 많다.
예산을 핑계로 쌀 생산 조정제도에 관해 난색을 보인다면 결코 실패한 농정시책이라 잘라 말하고 싶다.
현재로써는 태풍 같은 큰 이변이 없는 이상, 올 쌀농사는 대풍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농가에서는 즐겁기는 커녕 걱정과 시름에 잠겨있기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이다. 현재로써는 자동시장 격리제도가 한 방편으로 대두되고 있다.
수확기 이전에 적정 생산량과 소비량을 책정하고 이에 맞게 초과물량을 자동으로 시장 격리하는 제도만이 쌀값 안정과 수급조절에 나름대로의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 정부의 농정의 성패여부는 쌀 대책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여겨지며 농업인 모두가 기대하고 있을 뿐이다.
/김광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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