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의 역사는 474년이었고 조선조의 역사는 518년이었으므로 고려-조선조의 역사는 992년, 즉 1천년이었다. 그런대 장흥 도호부都護府의 시작은 고려 인종조(1122~1146)였고, 장흥도호부의 시작년을 1130여 년으로 잡으면 전국 행정체계 개편으로 장흥부가 장흥군이 되는 때가 1914년이었으니, 장흥도호부의 역사는 784년 즉 8세기가 된다.

이 조선조 패망 이후 일제 감점기, 광복 후 대한민국 시대를 근현대로 삼는다면, 근현대 이전의 전라남도에서 나주 광주 이남에서 가장 큰 고을은 도호부였던 순천과 장흥이 유일했다. 그나마 순천은 고려(충선왕 1년, 1309)에 승주목으로 승격되면서 조선조에 도호부가 되었으니, 순천도호부의 역사는 실은즉 장흥도호부 보다 1세기나 뒤진다. 그러므로 광주 나주나 순천을 제외하면, 전라남도에서 장흥만큼의 전통을 가진 곳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근현대에 이르러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 축제를 하면서 현대적인 콘텐츠 위주로 축제를 마련하거나 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들의 역사에서 내놓을 만한 전통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흥은 다르다. 다른 대부분의 지자체와 달리 8세기동안 도호부사, 부사고을로서 이어내려 왔던 당당한 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왜 장흥이 가사문단을 일으켜 세우며 문림고을로서 전통을 이어올 수 있었던가. 장흥이 사림士林고을이었고 유림儒林고을이었기 때문이다.

근현대에 이르러 각 지자체들이 지역축제를 경쟁적으로 치르면서 주요 콘텐츠로 전통에 접근하는 일은 거의 없다. 전남지역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러나 그들의 경우, 과거의 전통이 거의 없다시피 하므로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장흥의 경우는 다르다. 근현대 이전의 8세기 동안의 그 긴 세월동안의 전통이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흥군도 덩달아 전통을 죽이고 전통을 없애고 있다. 장흥도호부 관청은 물론 신청도 없어져버렸다. 간신히 명맥을 이어 나오고 있는 것은 고줄놀이와 고싸움 정도이지만 그것도 형식적으로 보림문화제 때나 간간히 전승되고 있을 뿐이다.

본란에서 우리는 장흥 물축제 개막 때 고유제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한 일이 있다. 축제 때의 고유제는 이미 전국적으로 적잖은 곳에서 치르고 있기도 하려니와, 장흥의 경우 과거 부사고을로서 이어져 온 전통이 강한 지역이므로 고유제를 치러 과거와 현대가 어울어진 축제를 치르기를 주문한 바 있다.

즉, 문림의향文林義鄕으로서 역사와 전통을 계승해 온 장흥에서 연중 가장 큰 축제인 ‘정남진 물 축제’가 보다 확실한 성공적 축제로서, 전국적ㆍ세계적인 축제로 계속 발전해가기 위해서는 지역 전통의 맥을 잇는 콘텐츠 확보가 절실하고, 그 하나로 개막식에 치르는 고유제라도 치러져야 한다, 장흥군은 특히 과거 8세기 동안 부사고을로서 입지해 와 그 역사적 전통이 면면히 계승되어 온 ‘역사적 고을’이라고 하는 그 역사성에서도 지역의 가장 큰 축제에서 고유제가 치러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그 역사성을 단절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라면서 정남진 물 축제를 고유제로 시작해야한다고 역설한바 있다.

최근 물 축제 즈음 장흥댐의 물 부족으로 물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 겨울부터 올 봄에 이르도록 진행된 극심한 가뭄으로 올해는 저수량이 턱없이 부족, 장흠댐에서 예년 수준의 물 방류가 여렵게 되었다는 데서 문제가 되고 있다.전해지기로 올 장흥 물 축제와 관련, 장흥군이 장흥댐을 관리하는 수자원공사 측에 축제기간인 7일동안 초당 9t의 물을 방류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수자원공사 측이 난색을 표명, 초당 3.5t 수준의 방류를 희망했다고 한다.

즉 장흥군은 예년 수준의 초당 9t 이상의 심층수(16도)가 방류돼 주도록 요구했지만 수자원공사 측은 저수량의 부족으로 장흥군 요구 수준의 물 방류에 난색을 표명했다는 것. 현재 장흥댐 저수량은 31.5%에 불과해 9개 시·군 지역 식수 공급하기도 어려워 장흥군이 요구하는 물 방류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흥군이 요구한 방류량은 매일 350만t으로, 이는 9개 시·군 지역에 25일간 공급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결국 비가 오지 않아 가물면서 저수량이 부족해 장흥군이 원하는 만큼의 물 방류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서 올해의 물 축제는 여러 가지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탐진댐의 저수량과 풍족한 물 방류 문제는 올해 뿐만 아니라 앞으로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 있다. 농사의 가뭄도 가뭄이지만, 성공적인 물 축제를 위해서라도 해마다 기우제라도 치러야 할 판이다.
물 문제는 결국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서 빚어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인간이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문제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오늘날 전통에 대한 접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큰 행사에 앞서 제를 지내는 일도 굳이 전통의 수용이라는 측면보다 순리에 좇는 문제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물 축제에서 물이 가장 중요한 요건이라면, 더욱 고유제를 통해 이의 해결도 모색해 보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전통의 경쟁력이 강한 장흥에서 전통과 현대가 어울어지는 것이기도 하며, 이것이 장흥의 새로운 문화 창출의 기저가 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내년에는 물축제가 고유제로부터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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