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村)'은 '마을'이다. 마을이 사라지면 농촌이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실제로 지금 농촌에서는 20호 미만의 과소화의 증가로 농촌 일부에서 마을이 통째로 사라질 만큼 위협받고 있다. 심한 경우는 공동체 붕괴 현상을 방치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과소화 마을 중 일부는 이미 공동체적 기능수행이 곤란해지고 있다. 농촌의 공동체가 이미 소멸과 상실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마을이라는 하나의 공동체는 필수적으로 서로 믿고 돕고 보살피고 돌보는, 서로 사이좋게 나누며 먹고사는, 서로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내는 아주 친밀하고 따듯한 하나의 공동체이다.
그런데 지금 농어촌에서는 이러한 마을 공동체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그저 낮이면 일만하고 밤이면 잠만 자는 지극히 원시적인 삶이 이어지고 있다. 이건 마을을 구성하는 사람들이 아주 소수이거나 고령화로 노인들만 있기 때문이다.

하여 갈수록 과소화마을도 늘고 있는 추세이다.
과소화 마을이란 공동체적인 기능을 하기 어려운, 아니 공동체 기능을 유지하는 수준 아래로 떨어진 20가구 미만이 사는 곳을 말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농어촌의 과소화 마을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2010년 말 과소화 마을은 3,091개(농어촌 전체 마을의 8.5%)로 2005년 2,048개보다 51%나 늘었다.
전남도가 밝힌 자료에서도 1960년 13만여 곳에 달했던 전국 농어촌마을이 2013년 10만여곳으로 53년 만에 3만여 마을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나와 충격을 준 적이 있다

작은 마을이 급증하면 작목반 구성이나 판로개척 등 공동사업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실제로 농경연 조사 결과 체험관광과 농수산물 직거래 등 도농교류 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일반 마을(22%)에 비해 과소화 마을은 절반(11.2%) 수준에 불과하다. 과소화 마을 급증이 공동체의 ‘붕괴’를 넘어 농촌 전반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사라지면 자연적으로 그 마을은 붕괴된다. 그런데 그 한 마을에 주민 한 두사람이 남아지도록 마을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4,50여 호이던 마을에 1명의 주민이 남아질 때까지 그 마을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 10가구 이하로 떨어지면, 군데군데, 여기저기 빈집이 늘고, 낮에도 사람구경하기가 어려워지면서 마을 전체가 기괴해지고, 밤이면 무서워지고 사람사는 곳이 되지 못하게 되면서 어느 날 거의 동시에 사람들이 다 마을을 떠나게 되면서 그 마을은 일시에 붕괴되는 것이다.

 이처럼 마을공동체가 무너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이농과 고령화다. 산업화 과정에서 젊은층이 꾸준히 도시로 빠져나가고 나이든 주민들의 사망률이 높아지면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특히 마을 인구가 줄면 학교는 물론 병원·관공서 등 편익시설도 감소해 새로운 인구유입을 막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마을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농업인뿐만 아니라 도시민에게도 돌아간다. 해마다 명절이면 찾아가던 고향마을이 한순간 사라져 버린다면 그 실망감과 상실감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농촌의 모습은 산업화와 세계화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지만 더 이상 방치하면 이것이 부메랑이 되어 우리의 미래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구가 과소해지는 고령 농촌마을은 각종 사회문제를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과다한 행정비용을 불러올 수 있고, 농지의 황폐화는 식량안보 문제를 심각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을은 최하위 행정단위이자 주민들의 일터·삶터·쉼터로서 지역공동체의 기초 단위다. 198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마을 주민들이 계를 만들어 상부상조하며 마을 제사를 지내는 등 공동체문화가 유지됐다. 설날에는 공동세배를 드리고 정월대보름에는 풍년을 기원하고 주민들의 안녕을 비는 지신밟기에 편윷도 했다. 주민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것들을 마을의 공동체적 전통 안에서 스스로 얻는 삶이 가능했다.
 
지금은 그런 공동체 문화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농촌 마을에서 인구 과소화가 진행된다는 의미는, 지역공동체는 아니더라도 근대화와 더불어 구축된 여러 공공 및 민간 전달체계로부터 제공받던 생활서비스마저 지속되기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지난 2014년에 '농어촌마을 주거환경 개선 및 리모델링 촉진을 위한 특별법(이하 농어촌마을 리모델링법)' 제정되었지만,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이제라도 지역 공동체 유지와 재생산이 가능하도록 농촌마을을 재구성해야 할 때인 것이다.
농촌의 경관과 마을의 기능, 주민들 삶의 질에 관한 종합적이고 치밀한 고려를 전제로 한 실제적인 농어촌의 리모델링이 필요한 때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자조·자립·협동 정신을 바탕으로 스스로 사업 내용과 규모를 계획하고 추진하는 주민자치의 과정을 뒷받침하는 법이 돼야 한다.

장흥군도 2015년 현재 295개의 행정리 중에 과소화마을이 16곳에 불과하지만, 30여호 미만의 준과소화마을이 35곳이 되어 50여 곳의 과소화 마을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