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산지 쌀값이 80kg 한 가마에 13만3천4백3십6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나 폭락했다. 이는 농정사상 20년 만에 초유의 사태였다.

회진면의 A농민은 지난해 1만6천평의 쌀 농사로 2015년 대비 1천5백원의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이렇게 많은 농민들이 지난 해 쌀농사로 크게 낙담하고 있는 가운데, 새해 벽두에 정부가, 지난 해 지급한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차액을 환수하겠다고 발표, A농민은 150여 만원을 농협에 환수당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가슴이 부글부글 끓는다고 하소연 한다.
정부의 이번 환수방침은 그렇잖아도 쌀값 폭락으로 크게 낙담하고 있는 농심을 더욱 피폐케 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쌀값 폭락에 대비 공공비축미·시장격리곡을 매입할 때 농가 경영안정을 위해 8월 산지 가격의 90%를 지급해 왔다. 매입가격이 확정되기 전 일부를 우선지급하고, 쌀값이 확정되면 정산과정을 거쳐 나머지 돈을 추가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경우 8월 산지 쌀값이 전년대비 87.6% 수준으로 떨어지자 우선지급금 비율을 93% 수준으로 높여 4만5천원(40㎏)을 지급했지만, 실제 매입시기인 10~12월 산지평균 쌀값이 80㎏ 기준 12만9807원에 머물러 우선지급금보다 산지 쌀가격이 더 낮았던 것. 하여 정부는, 40㎏ 기준(1등) 4만4140원으로 확정단가로 정하고 농민들에게 우선지급금으로 지급한 4만5000원 중 가마당 차액 860원을 환수하겠다는 것이다.

전남의 경우 6만1천농가가 49억여원, 장흥군은 2천8백여 농가에서 2억3천여만원을 토해내야 할 판이다.
정부는 “초과 지급된 돈을 환수 못하면 공공비축제 운영 자체에 차질이 생긴다, 시장가격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적자가 누적된 농협의 양곡사업도 개선책을 찾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농민들은 “정부가 추진한 수입쌀 등 쌀수급정책 실패 자체가 쌀값 폭락의 원인인데 되레 쌀값 폭락의 모든 원인을 농민에게 전가시킨다, 쌀값이 떨어져도 지난해 12월 29일에도 밥쌀 수입을 강행했다, 우리 쌀 대신 미국 쌀을 살리겠다는 속내가 아니냐, 정부의 잘못된 양곡정책으로 지난해 농가 소득이 20%나 감소됐는데, 여기에 우선지급금마저 환수하겠다는 것은 농민을 벼랑 끝으로 밀어 죽이는 꼴”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농가에서 환수할 것이 아니라 3월 이후 지급되는 변동직불금에서 상계해 처리하는 방안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한다.

새해벽두부터 농민의 가슴이 타고 있다. 어디 농민뿐이랴.
장흥군의 어민들도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장흥의 청정해역인 득량만에서 생산되는 장흥 찰 매생이가 흉작이다. 매년 12월 중순 경부터 출하되던 매생이가 황백화 현상으로 아예 생산을 포기하고 철거하는 어민이 속출하고 있다. 매년 200여 어가에서 연간 1,200여톤 이상을 생산하여 도시권의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에 납품하는 등 60여억의 매출로 지역경제 활기를 주도하였던 장흥산 찰매생이의 대흉작이 예상되고 있다.

올 매생이 매출이 아예 몇 억 원에 불과할 지도 모를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어, 어민들은 속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김·미역 양식장에서도 색깔이 황색으로 변하는 황백화 현상이 발생, 흉작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제16호 태풍 ‘차바’ 발생 이후 모든 해조류의 생장 부진이 지속되어 양식어가의 소득감소 등 시름이 클 것으로 예상되긴 했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황백화 현상마저 심해졌다. 올 겨울 수온이 예년보다 높았고, 이러한 수온 차이로 2014~2015년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용존 무기영양염으로 황백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그런데 이러한 해조류의 흉작에 대해 행정 당국에서 거의 두 손 놓고 있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를테면, 질소계 영양물질 침지 처리 등 황백화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도 않았으며, 김, 미역 매생이 등 해조류 생장 부진에 대한 원인분석을 위한 어장환경조사 및 시료채취 등 정밀조사 같은 일을 추진하지도 않았다.

득량만의 해조류 흉작에 대한 구체적인 정밀원인을 찾아 그 해결책을 마련해 양식 어가들의 시름을 덜어드리는 한편 장흥산 매생이, 김과 미역 등의 겨울철 해조류가 어가소득증대에 꾸준히 이어지도록 다각적인 행정력을 펼쳐나가야 함에도 여태 두 손 놓고만 있었다면, 장흥군은 어민들의 시름을 지켜보기만 했다는 것이다.

장흥군의 농어민이 활력을 잃으면 장흥군이 활력을 잃는다. 활력이 사라진 곳에 희망이 싹틀 수 없다. 장흥군은 이제부터라도 장흥의 농어민이 실낱 같은 희망을 품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2017년은 정유년, 붉은 닭띠 해다. 닭띠 해 중에서도 붉은 닭은 길조를 의미한다. 이 길조는 희망의 날개를 힘차게 치켜 올리며 웅비하는 의미에 다름 아닐 터이다. 새벽을 알리는 닭 울음소리에서 어둠 속에 묻혀있던 밤은 지나고 찬란한 아침이 밝아오기 마련. 지나간 세월의 어두웠던 그림자가 사라지고 서광이 비치는 것이다. 올해 장흥군의 주역들인 농어민이 희망을 품고 웅비하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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