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생활 은퇴 이후 한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병혁(李秉赫.62) 전 광주시 서기관이 선대 문집을 번역 출판, 화제다.

전남대 한문고전번역 박사과정 재학 중인 이 씨는 최근 조선조 장흥의 가사문학에서 큰 족적을 남긴 지지재(止止齋) 이상계(李商啓.1758~1822) 선생의 한시 등을 모은 문집 <지지재유고(止止齋遺稿)>를 국역하여 출간했다.

지지재 선생은 집안 사정상 과거시험을 포기하였지만, 학문과 강학에 힘써 지방 유림들의 많은 존경을 받는다.
공은 51세 때 용산면 부용산 자락에 초당 지지재(止止齎)를 짓고 은거하여많은 작품을 남기게 된다. 문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들은 이 은거 시절에 창작된 것이다.

공이 남긴 한시 ‘초당팔경(草堂八景)’은 초당에서 바라 본 주위의 풍경을 읊은 것으로 이후 여러 문우들이 차운시를 지어 공에게 보내기도 하였다고 한다.
지지재 선생은 장흥가단(長興歌壇)의 대표적인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공이 남긴 가사로 안빈낙도의 정신을 읊은 ‘초당곡’과 인간존중의 사상을 읊은 ‘인일가’는 원근에 유포되어 공의 유학적 소양과 명성을 알리는 계기가 된다.
공은 또 회갑이 지난 다음 해에 지역의 아홉 문인들과 함께 ‘관산구로회(冠山九老會)’를 결성하고 시사모임을 활발하게 추진하였으며, 만년에는 장흥부사의 뜻에 따라 연곡서원에서 전라도 경상도 유생 3백여 명에게 강론하기도 하는 등 장흥 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공은 그동안 국문학사에 알려지지 않았다가 1966년, 이종출 박사가 ‘국어국문학 33호’에 공의 가사 2편을 발굴하여 소개하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우리 국문학사에 널리 알려지며 남도 가사 문학사에서 새롭게 재평가받고 있다.

지지재 선생은 가사 2편 외에도 한시 79수와 문장 2편을 남겼다. 선생의 유고집인 <지지재유고>가 처음 발간된 것은 1958년 활자본 발간이었다.
이번에 <지지재유고>를 국역한 이병혁은 지지재공의 7대종손이다. 그동안 이병혁은 전남대학교대학원 한문고전번역협동과정의 학위논문으로 2015년 2월 <지지재유고>를 번역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자료 등을 추가하여 완역하고 이를 다시 부친이며 한학자이기도 한 춘사(春史) 이영숙(李永淑.85)의 감수를 받아 출간했다.

국역 <지지재유고>은 지지재공의 문학적인 유산을 6대손(李永淑)과 7대손(李秉赫)인 부자父子가 힘을 합쳐 국역으로 출간한 셈이어서, 의미가 큰 책이라 할 만하다.
이병혁 씨는 “석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지지재유고 1권을 번역했고, 박사 과정 재학 중에 나머지 번역을 마쳤다. 가학을 이어온 부친이 번역된 것을 감수해 주셔서 더욱 뜻 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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