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입문자(不立文字)의 선(禪) 지식은 시(詩)의 구조와 닮아있다.

이른바 우리나라 선종(禪宗)의 시작은 통일신라 보림사에서였다. 구산선문의 종찰이었던 보림사 창건은 9세기(860년. 헌안왕4) 보조체징에 의해서였다. 종교로서는 선종이 장흥에서 개문하며 오늘날 조계종이 바로 장흥에서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선종의 전통은 고려시대 원감에 의해 시문학으로 빛을 발한다.
즉 보림사 태동으로부터 4세기 후인 13세기 고려 때 원감국사 충지(圓鑑 , 1226-1292)에 의해 장흥에서 ‘시문학’이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정흥위씨 출신으로 속명이 위원개(魏元凱)였던 원감은 불교 경전에 이해가 깊었고 특히 문장과 시(詩)로 유림의 추앙을 받았던 인물로 저서로 문집 <원감국사집(圓鑑國師集)1권>을 남겼고 ‘동문선’에도 많은 시문이 수록되어 있을 정도였으며, 현대에 이르러 적잖은 평자들에 의해 그의 시문학이 조명되고 있을 만큼, 그는 장흥이 낳은 최초의 ‘국가적 문인’이었던 것이다.

원감으로부터 4세기 쯤 후인 조선조 중기 16세기엔 장흥에 가사문학의 발흥기가 이루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행가사인 ‘관서별곡’의 백광홍(白光弘, 1522년~1556년)을 위시해 존재 위백규 등 7명의 가사문인이 탄생된다.

당시 호남 출신 가사 작가는 총 31명이고, 그 작품 수는 56편에 이른다. 그런데 이들 중 장흥 출신 가사작가는 7명으로 호남 지방 가사 작가 전체의 22.58%를, 이들의 가사 작품 수는 총 15편으로 호남 지방 출신 작가에 의해 창작된 전체 작품의 26.79%를 차지, 장흥가단이라고 불리울 정도였다.

장흥 가사문학 이후 다시 4세기 후인 20세기에 이르러 장흥은 한국 소설문학의 거봉의 하나로 우뚝 저립한다. 고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김녹촌 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들이 장흥의 현대문학 1세대하면, 이승우는 1.5세대이고, 한승원의 딸인 한강(46)은 2세대가 된다.
1세대 작가들은 차치하자.... 1.5세대인 이승우는 59(57)년생이지만,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많이 알려진 작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르 클레지오가 한국 작가 중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높은 작가로 황석영과 함께 언급할 정도로 국내 현대작가 중 최고의 반열에 올라있다. 한국문학번역원 김주연 원장은 "작가 이승우 씨가 지금까지 쓴 작품의 양이나 질로 볼 때 제 개인적으로는 무슨 상을 받아도 부끄러울 것이 없는 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한강(46)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수상은 일거에 한강을 한국 현대작가 중 최고 의 반열에 올라놓았다는 평가이다. 그리하여 여러 언론이나 문단에서는 이제 “한강의 포스트는 누구냐?”는 말들이 나올 정도이다. 한강을 한국의 최고의 세계적인 작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한강에 이은 작가로 거의 공통적으로 그 선두주자로 장흥 출신 작가 이승우를 거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그가 이미 2000년에 발표한 소설 ‘생의 이면’으로 프랑스 최고의 페미나문학상 외국문학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에서 기인된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식물들의 사생활’ ‘욕조가 놓인 방’ 등 5권이 이미 프랑스어로 번역되었으며, 지난 3월 파리 도서전에 참석한 30여 명의 한국 작가 중 현지에서 가장 높은 인기를 누리기도 했었다. 프랑스 대형 서점인 지베르 조제프에 따르면, 이승우의 작품은 여전히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질 만큼 프랑스에서 한국 작가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작가, 최고의 한국 작가이기도 하다.

영국에서는 한강, 프랑스에선 이승우 - 세계 문학계를 양분하고 있는 프랑스와 영국에서 한국의 장흥 출신 작가 두 사람이 한국의 최고 작가로 공히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장흥이 한국문학의 메카에서 더 나아가 세계문학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음에 다름 아닐 터이다.

자, 다시 장흥문학을 살펴보자. 통일신라 때 선종이라는 정신적 토양 위에 4세기 후인 고려 때 원감 충지에 의해 시문학이 촉발되었고, 다시 4세기 후인 조선조 중기 때는 백광홍을 위시한 가사문학의 발흥으로 이어졌으며, 이후 다시 4세기를 지난 20세기에 이르러 한국현대문학의 중심지에서 더 나아가 한국의 세계문학 중심지로서 그 거봉을 이루는 입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장흥의 현대문학이 1세대 작가들에 그치지 않고, 1.5세대, 2세대로 이어지면서 한국 현대문학 최고봉을 쌓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은 이러한 ‘한국문학의 수도 장흥’의 항구적 입지에 더욱 단단한 탄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부디 이번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이 정치적인 놀음이나 그 잣대에서 벗어나 공정한 평가를 통해 장흥에 안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또 장흥의 국립한국문학관 사업은 천년대계를 밝혀줄 사업으로, 장흥을 ‘한국문학의 수도 장흥’으로의 항구적 입지를 더욱 확고하게 자리매김하게 해줄 것인 바, 이 사업의 성사를 온 장흥 군민과 함께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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