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의 대표적인 마을제사인 부산 호계리 별신제 현장을 다녀왔다.
별신제는 올해로 314회, 무려 3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마을제사이다. 국태민안(國泰民安), 세시풍년(歲時豊年), 가무질병(家無疾病)을 기원하는 민속제전이고, 오늘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마을제사로서 성격이 고스란히 전승되어 와, 별신제의 제반 사안들을 해마다 기록한 기록물인 동계문서와 함께 전라남도 민속자료 제43호 지정되었을 만큼, 역사적 학술적 가치를 지닌 우리 고을의 중요한 민속자원이기도 하다.

정월 보름 자시를 중심으로 거행된 이날 별신제는, 호계마을 역시 최근 들어 농촌의 쇠락과 고령화 등으로 젊은 사람들이 없는 마을로 변해지면서 별신제 보존이 위기에 놓여있음을 잘 보여주었다. 예컨대, 나이든 사람도 쉽게 맡을 수 있는 제관에선 아직은 큰 문제가 없는 듯 보였지만, 별신제 길례를 주도해야할 풍물패 구성에서 마을에 풍물꾼들이 태부족, 거의 다른 마을에서 한 두 사람씩 임차해와 간신히 풍물패를 꾸리긴 했으나 가락이며 소리가 맞지 않아 별신제의 전통이 위기에 놓여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별신제는 유교식 제의와 굿식이 혼합된 형태의 마을 제사이다. 굿식은 물론 풍물굿으로 치러진다. 전통적으로 길례에서 예(禮-제례)와 악(악(樂-樂舞)의 조화가 이루어졌듯, 호계마을 별신제에서도 예와 악이 공존해 왔는데 다만, 보통 길례의 아악이나 속악 대신 풍물굿이 사용되었을 뿐이다.

특히 별신제에서의 풍물굿은 제관들을 제터로 인도하거나 제물을 이동할 때 길을 인도하기도 한다. 특히 제례 과정에서 직접 제상에 예를 갖출 기회는 없으나 대신 5경 돌기를 주도함으로써, 즉 제관들이 제례를 유교식으로 봉행하는 전후로 매 경마다 악을 올리는 5경 돌기를 주도함으로써 의례에 동참하게 된다.
그러므로 별신제에서 풍물굿이 사용되지 않으면 별신제로서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 이 풍물 할 사람이 없어 풍물굿이 위기를 맞으면서, 314년의 전통인 별신제도 위기를 당면하고 있는 셈이다. 제관을 맡은 김종관(호계리 별신제 보존회 회장) 씨도 “다른 무엇보다 풍물패 구성이 난제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이날 호계리 별신제 외에도 회진면 대리 당산제를 비롯, 관산읍 옥당5구 당산제, 방촌리 별신제, 안양면 회창리 당산제, 노력도 풍어제 등이 마을의 무사 안녕과 주민화합을 기원하는 마을 제례를 치렀다. 그런데 회진 대리의 당산제, 노력도 풍어제 등에서도 풍물굿이 없이 치러졌다고 한다.

풍물굿 문화권에서 마을마다 치러지는 당산제에선 풍물굿, 젯굿이 필히 공존한다. 당산굿을 지내는 마을마다 굿 신앙인 삼신신앙과 그 사상이 발현되는 제의가 바로 당산굿이며 당산굿이 바로 삼신을 상징하는 장단이며 굿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당산제에서 풍물굿이 없으면 당산제로서 의미가 없게 된다. 그러므로 장흥의 모든 당산제 역시, 호계리 별신제와 다름없이 위기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어찌해야 하는가. 최선의 방안은, 장흥의 전통 농악인 버꾸농악을 보존, 육성하면 될 것이다.
장흥에는 버꾸농악이 전승돼 왔다. 버꾸농악은 장흥지방에서 행해지는 독특한 북놀음이라고 할 수 있다. 버꾸놀이는 장흥뿐 아니라 순천ㆍ여수ㆍ광양ㆍ고흥ㆍ벌교 등 서남해안 지역 주민들이 사물장단에 맞춰 마당밟기를 하던 풍물굿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40여 명이 원을 그리다가 뭉치고 다시 풀어지면서 북잡이 한 사람씩 불러내 기량을 선보이게 하는 구조가 독창적이다.

특히 북 바닥과 북통을 치는 특이한 가락으로 웅장 경쾌하고 신명이 많은 농악이다. 제의와 축원, 두레, 연희 등에 행해지는데 특히 정월보름 마당밟기 때에 절정을 이룬다.

장흥에서도 장흥 고줄버꾸놀이 전승회라는 이름으로 한들농악단이 있었고, 이들이 장흥버꾸농악을 전승해 왔다. 회원이 30여명에 이르렀고 지난 2014년까지만 해도 군으로부터 2천만원원이 지원되며 활발히 활동해왔으나, 2015년에 850만원, 2016년에는 750원지원(자부담 30%포함)으로 대폭 삭감되며 고사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한다.
장흥버꾸 농악을 살려야 한다. 이들이 회원을 조금만 확대하면 풍물패 2,3개를 꾸릴 수 있다고 하니, 이들 풍물패를 육성토록 적극 지원하고, 이들을 별신제나 마을당산제에 지원토록 하면 될 것이다.
우리 전통의 계승, 사라져갈 위기에 놓인 마을 제사인 별신제나 당산제 등을 보존하고 계승하는 방안은 바로 장흥의 전통 버
꾸농악을 살리는 길이라 아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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