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이 난에서 ‘이청준문학관 추진-장흥문화원이 주제적 역할 할 수 있어야’의 글을  게재한 바 있다. 그런데 당시 이 글은, 필자의 정보 확인에서 다소 미흡한 점이 있어, 그동안 보완 취재하여 ‘이청준 문학관’ 관련의 글을 다시 수록함에 대해 독자 제위께 양해를 구한다)

고 이청준 선생의 서울 집으로 두 번인가 방문한 적도 있었고, 장흥에서도 수차례 대면하기도 하고, 대화도 나누기도 했었다. 그때마다 늘, 작가이지만 고매한 한 선비를 만난 듯했다. 한참 동향의 후배이기도 한 필자에게 깍듯했고, 필자와 공존했으며, 게다가 늘 조심스러워했다.

문인들이 보통 그러하지만, 선생은 유독 자존이 강해, 남들에게 폐 끼치고 누를 끼치는 일에 극력으로 자제했다. 고향인 장흥을, 많으면 1년에 10회 가까이, 마치 나들이 하듯 찾곤 했지만, 그때마다 마치 잠행하듯 내려왔다 올라가는 식이었다.

그래선지 관(官)쪽 즉 문화원이며 군청(집행부) 쪽 사람들과도 극력으로 피하곤 했다. 당신의 ‘고향의 잠행’에 유일하게 연락도 하고 가끔 동행한 이들이, 별 부담이 없다고 생각했을, 민(民) 쪽의 문학후배들이요 장흥문인들의 집합체인 별곡문학회 관계자 몇 명 정도였다.

생전에 장흥의 관 쪽과도 철저히 거리를 뒀던 선생과 별곡문학 관련자 몇 명과의 인연은 그렇게 30여년을 이어온 터였다.
선생의 또 하나 질긴 인연은 ‘문학과 지성사’(이하‘문지사’)였다.
문지사는 이청준의 장편 <당신들의 천국>등 수권의 작품을 펴낸 바 있고 특히 <당신들의 천국>은 100쇄 이상 찍었을 만큼 이청준에 대해 빚을 안고 있는 것이나 진배없었다. 또 선생은 타계하기 직전 문지사에서 자신의 전집을 새로 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이래저래 선생과 더욱 깊은 인연으로 맺어진 문지사 사람들이 선생 별세 이후 범 문학인을 대상으로 '이청준 추모사업회‘를 만들 정도였고, 문지사 대표인 김병익 씨가 그 위원장을 맡았으며, 이청준문학전집도 '이청준 추모사업회’ 가 주관하고 나설 정도였다.
선생 별세 이후 장흥에서 이청준 추모회도 결성되고, 이청준 문학관 건립을 위해 구체적인 세부계획을 세우고 예산을 확보하는 등 이청준 사후 사업들을 주체적으로 나섰다면, 굳이 외부에서 '이청준 추모사업회‘등이 결성되었을 리 없었을 터였다.

한때, 이청준 추모사업회가〈이청준 문학전집〉의 출간 비용을 지원할 후원자를 찾고 있었을 때(전집 출간에 들어갈 2억~3억원의 비용을 출판사 단독으론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이다), 과연 장흥군에서 단 얼마라도 보태주었는 지는 의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흥군이 이청준 사업과 전혀 무관한 듯 관심조차 갖지 않은 상태에서, 이청준 기념사업회는 이청준 사후 1주기를 맞아 서울에서 중앙문인들을 중심으로 추진되었고, 그로부터 ‘이청준기념사업회’라는 명칭 변경에 이어 지난 2015년 9월 23일에는 문광부로부터 사단법인으로 등록 승인을 받아 문학관건립 등에 가일층 속도를 낼 수 있게 됐으며, 이청준문학관 건립 사업은 장흥군의 의사나 장흥 문화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사)이청준기념사업회 주도로 추진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런데 다행이도, 선생의 유족(이청준 사모)의 이청준 문학관건립추진은 장흥인들도 참여해야 한다는 이유로, 이청준기념사업회에서도 이청준문학관 추진위에 유족과 상의 끝에, 생전의 이청준 선생과 인연이 깊었던 별곡문학회 인사, 장흥 문화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였고, 여기에 한승원 선생은 고문단으로, 고인과 대학(서울대)동문이며 인연도 상당한 김인규 전 군수는 공동추진위원장으로 하는 ‘이청준 문학관 장흥건립추진위원회’를 결성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별곡문학 관계자는 “이청준 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는 현재의 군청이며 문화원등 기관과 별개로 개별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여기에 장흥사람들도 상당수 참여하고 있다”면서 “한승원 작가는 고문으로, 김인규 전 군수는 공동위원장으로, 이금호 문화원장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고인과 생전 교감이 두터웠던 김석중, 윤수옥, 한봉준 등 문화원 회원이기도 한 문화계 인사들과 김선욱, 이승우, 김선두, 김영남 등 장흥출신 문인 상당수가 추진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별곡문학회 관계자는 “이청준문학관 건립은 이제 어차피 ‘이청준 문학관 건립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고 장흥군이나 장흥군민이며 출향 향우들도 여기에 공동보조를 취하게 된다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고 말하고 “다만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앞으로 이청준문학관 건립과 상관없이, 장흥인들을 중심으로 이청준 추모회가 별도로 결성되어 해마다 이청준 추모제를 장흥인 중심으로 치러지고 나아가 이청준 문학을 기리고 문학관 사업에도 힘을 보탤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고 주문했다. 이에 공감한다. 서울 이청준추모사업회가 (사)이청준기념사업회로 바꿨으니, 장흥에서 별도의 ‘이청준추모위원회’를 결성, 해마다 추모제도 치르며, 이청준을 장흥의 위대한 문인으로 기리는 것이야 말로 우리 장흥인들의 중요한 몫일 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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