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전통 가무악 전국제전’ 폐지와 관련하여

“장흥은 서편제 본향으로 이 지역 출신의 소설가인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를 동명 영화화한 ‘서편제’(감독: 임권택)로 인해 유명한 국악의 고장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국악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최옥삼류 가야금 산조”의 창시자인 “최옥삼”의 고향도 역시 장흥이다"

이는 해마다 치러지는 ‘장흥 전통 가무악전국제전’을 전후하여 전국 언론 매체에 상례적으로 소개되는 글귀다. 그런데 그 ‘장흥 전통 가무악전국제전’이 올해부터 개최되지 않는다. 하여 지난해 16회째 개최된 가무악전국제전은 16회를 끝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그리고 장흥군민이 힘겹게 외쳐왔던 ‘남도국악의 뿌리’니 ‘서편제 본향으로서 장흥’의 미미지와 그 정체성도 다시는 회복되기 어려울 듯 싶다.

주지하다시피, 장흥군은 호남 서남부 권역에서 중심적인 부사고을이라는 역사적 전통 위에서  호남의 어느 지역보다 국악의 명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던 예향이었고 남도 국악의 고을이었다. 이는 장흥지역이  전라도 서남부에 유일한 부사고을로서 판소리를 비롯 가야금, 춤, 국악, 양금 등 국악 전 부문에서 교육하는 신청이 있음으로 가능했다. 또 이러한 연유로 장흥군은 조선조에 한국 국악의 거대한 뿌리의 하나인 서편제를 잉태하고 발전시켜왔을 뿐만 아니라 여타 전통국악의 발전에도 크게 기여해 올 수 있었던 ‘소리와 가락의 본고장’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는 지난해까지 간신히 연명해왔던 ‘소리와 가락의 본고장’이라는 말조차  운운하기 어렵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장흥 현대사에서 ‘소리와 가락의 본고장’으로서 정체성에 대한 위기가 3회 있었다.
첫째는 과거 ‘소리와 가락의 본고장’의 뿌리역할을 해왔던 장흥신청을 복원하지 못한 것이다.  두 번째 위기는 1990년대 명창 유영애가 장흥에 거주하며 개인 국악원을 개소하고 있었을 때 하다 못해 군립국악원이라도 만들지 못한 것이, 두번째 위기였다.

세 번째 위기는 그나마 장흥의 남도국악과 서편제 본고향의 이미지로서 간신히 그 역할을 연명해오던 가무악제전이 없어지는 것이다. 하여 3회째의 이 위기에서 비로소 우리가 그토록 자랑해오던 ‘서편제 본향’ 이미지나 장흥의 전통가락과 남도국악의 고을로서 정체성은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듯 싶다.
앞으로의 장흥발전의 동력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누구는 경제 발전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경제발전이라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져보자면, 지리적 요인 때문에 경제발전이 장기적으로 장흥발전을 견인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아무리 생각을 하고 거듭 생각을 해도 문화의 힘 밖에 없을 듯싶다. 그 문화의 힘에서 경제의 발전에도 기여하면서 장흥발전을 장기적으로 견인할 수 있는 동력이라면 바로 관광문화, 관광산업화일 듯싶다.

관광문화...중국 장가계나 계림 같은 명소가 없는 한,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관광문화의 저변을 이끌어 가는 것은 문화밖에 없다. 그것도 변방의 장흥에선 현대적이고 첨단의 문화는 어렵다. 그러므로 결국 장흥 관광문화를 이끌고 주도하는 것은 장흥의 역사 속에만 머물러 있는 전통 문화의 힘을 끌어내는 길 밖에 없다.

최첨단의 문화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순천이나 여수, 목포나 광주 것에 비할 게 못된다.  그러나 전통문화라며, 목포에도 순천에도 여수에도 광주에도 없는 장흥 고유의 것들이 부지기수이니, 충분히 경쟁할 만하다.

하여, 우리는 우리의, 장흥고유의 전통문화를 오늘로, 내일로 끌어내어 장흥문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장흥문화의 힘이 바탕이 되고 이게 장흥의 관광문화의 핵으로, 또 관광산업화로 연결되어야 장기적인 장흥발전을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장흥 보림문화제에서의 고줄놀이의 재현이 막혀버리고,  가무악제전이 폐지됨은 아주 가슴아픈 일이다. 지금 당장 우리들이 편할지 모르지만, 우리 후대를 위해서 우리는  잘못하고 있음에 분명하다.

오늘에 사는 필자는 이점을 매우 염려하고 안타까워하고 있다.
남들은(타 지자체) 역사에서, 야사만으로 조그만 흔적이라도 있으면 그걸 꺼내어 부풀리고 짜집고 꾸미고 포장하기에 급급해 한다. 그런데 우리는 있었던 것 마저, 그것도 전국 유일이라 할만큼 찬란한 전통마저도 이제는 하나하나 내버리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그 일에 태연해 하고 누구도 그 짓(?)을 아파해 하고 서러워해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마저 느낀다.(문화계 몇몇 인사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긴 하지만).
장흥에도 봄이 오고 있기는 하다. 다만 찬란한 봄이 아닐 듯, 아니, 찬란한 슬픔의 봄이 찾아들고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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