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乙未)년, 온순함과 순박함, 평화와 공생, 공존의 상징인 양의 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해는 세월호 참사로 우리사회 공동체 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피부에 와 닿는 한 해였음에 비추어, 그 위기를 딛고 일어서야 하는 새해, 양의 해가 상징하는 의미는 참으로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양처럼 약한 동물도 없습니다. 사자·호랑이·승냥이·여우·늑대 등 맹수에게는 가장 쉽게 당하는 짐승이며, 그럼에도 무리지어 끈기 있고 평화롭게, 공존 공생하는 동물이 양입니다.
그런 면에서 양은 강자와 맞서는 약자요, 권력층에 지배되면서 함께 더불어 공존, 공생해가는 민초요, 백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선생도 양을 백성으로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토호들의 무단(武斷)적인 행위는 연약한 백성들에게는 승냥이나 호랑이와 같다. 승냥이나 호랑이의 피해를 제거하여 양처럼 온순한 백성들이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사람을 목민관이라고 부른다. (土豪武斷 小民之豺虎也 去害存羊 斯謂之牧 : 禁暴)”
호랑이 승냥이로 비유되는 지방의 토호들은 강자요, 이들의 횡포에 맞서며 살아가는 일반 백성들은 약자인 양으로 표현한 것이며, 이 강자들의 폭력, 횡포로부터 양들인 백성들이 안전하게 존재할 수 있도록 막아주고 보살펴주는 지도자들이 바로 목민관이라고 정의를 내린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는 한 마디로 강자인 사회 지도층의 무책임과 이른바 공존 공생의 윤리가 무너지면서 야기된 비극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의 원인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 구조적으로 만연돼 온 강자와 약자, 지배층과 피지배층의 갈등, 그리고 여기서 비롯된 철저한 약육강식, 이기주의의가 원인으로 작동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승냥이나 호랑이들이 으르렁대는 무섭고 험악한 세상에 온순한 양들이 힘겹게 살아가는 시대입니다. 순한 양들은 오직 평화롭게 이름답게 더불어 공존 공생하기만을 바랍니다. 그 양들은 마음 놓고 평화롭게 살아갈 세상을 바라고 있습니다.

그 양들의 바램이 담긴 양의 해가 밝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세대간, 지역간, 남북간, 일터에서의 상하간의 공존 공생 윤리가 회복되는, 고질적인 갈등 구조가 치유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우선적으로 정치인, 권력층, 강자들이 자성해야 합니다. 그들이 사회의 강자로서 책임과 선의(善意), 정의, 인간애가 빛나는 정신주의를 발현해 주어야 합니다. 또 우리 모두 뿌리깊은 갈등구조를 극복하고 공존 공생하는 평화의 윤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2015년 양의해, 우리 모두 조금씩 양보하고 배려하고,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정의와 평화가 실현되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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