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회진면 선학동을 가면 마치 소금을 뿌려놓은 듯 메밀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마을에서는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순백의 향연”의 메밀꽃 축제를 개최했다.
선학동은 이청준(1939∼2008)의 소설 <선학동 나그네>의 배경이 된 마을이다. 그는 남도사람들의 웅숭깊은 한과 소리를 소설로 풀어냈다. <당신들의 천국>, <서편제>, <눈길>, <축제>, <이어도>, <선학동 나그네> 등이 대표 작품이다.
<선학동 나그네>를 원작으로 한 영화 <천년학>의 배경도 선학동이다. 선학동은 공지산 아래에 자리하고 있다고 '산저(山底)'마을이었다. <천년학>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마을 이름을 아예 '선학동'으로 바꿨다. 2011년이었다.
메밀꽃밭은 선학동 뒤편으로 펼쳐져 있다. 면적이 20㏊나 된다.
축제가 열리기 전날인 10월 9일 선학동을 찾았다. 메밀꽃 산책길에는 나무로 만든 표지판들이 줄지어 세워놓았는데, 나무판에 새긴 글들이 다 지워져 있어, 결국 볼품사나운 나무푯말만 세워 놓은 꼴이어서 영 보기가 안 좋았다. 왜 정비를 해놓지 않았는지. 그 정도 정비에 군에서 지원을 해 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광주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 30여 명을 데라고 구경을 왔다는 한 교사가 내게 다가 와 장흥사람이냐고 묻고는 그렇다고 하자, “왜 선학동에 이청준 문학관이 없느냐?”고 물었다. “생가가 있다”면서 “거기 가 보았느냐?”고 했더니, “생가는 생가이고, 이청준 선생 정도 되면 고대광실은 아니더라도 번듯한 문학관 정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하면서 “장흥이 문학고을 이라고 하더니 말만 앞세운 문학고을이다”고 내게 핀잔까지 주는 것이었다. 그렇다. 지난 17,18일 이틀간 이청준 6주기 기념문학제도 열렸다.
그러나 아직 이 선학동에 이청준 문학관 하나 지으려는 마음도 구상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이청준 문학관이 선학동에 세워졌다고 하자. 봄이면 유채꽃 축제가, 가을이면 메밀꽃 축제가 열리고, 해마다 선생의 기일을 즈음해서 이청준 문학제도 열리면서, 더 많은 외지 관광객들에서 문학고을로서 위상을 한껏 드러내 보일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럴 마음도 없는, 그러 구상도 없는 우리 장흥군의 문화행정이 참으로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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