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까지만 해도 폭염과 가뭄으로 홍역을 치르다 단비가 내린 후 무더위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어느새 선선한 가을바람이 귓불을 스치고 웃옷을 껴입을 정도가 되면서 가을이 문턱을 넘어섰음을 느낀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그 무더위도 가을이라는 절기 앞에 자리를 내주고 있으니 새삼 자연의 섭리의 오묘함과 위대함을 느끼게 된다.

인간도 이 자연의 순리 앞에 절로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올들어 국내외 경제동향은 여전히 완연한 회복 기미가 멀다. 그래서인지 올 추석을 맞는 우리 사회도 예년에 비해 조금 가라앉은 분위기다.
게다가 갈수록 사회가 점점 각박해져가고 있는 현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몰려 들면서 이웃들과의 끈끈한 유대감이나 공동체 의식도 엷어졌다.

오히려 익명성에 기대 ‘나만’ 그리고 ‘우리만’ 생각하는 이기심들이 독버섯처럼 자라나고 있다. 그 사이 양극화, 흉악범죄, 폭력, 우울증 같은 암울한 이야기들이 득세한다. 전문가들은 해결책으로 인간성 회복과 해체된 가족문화의 복원을 주장하지만, 소귀에 경일기로 치부되기도 한다.

이게 요즘의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어쩌면 그래서 우리가 명절 때만이라도 고향을 찾아 성묘하고 조상을 기리고 가족, 친지들과 만나 우리 마음 깊숙이 숨겨놨던 정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추석명절은 값진 명절임에 틀림없다.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태에서도 추석을 앞두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선행이 이어지고, 그늘에 가려져 소외된 어려운 이웃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의 손길을 주는 온정의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처럼 특히 명절을 앞두고 외로워 할 이웃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에게 훈훈한 정이, 나눔이 이어지는 한 올 추석도 보다 풍성한 추석명절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올 추석은 예년의 3,4일 정도의 연휴와 달리, 연휴가 5일이어서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급증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론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유도 좋을 것이다. 자기 삶을 외유등으로 여유를 찾고 즐기려는 이들에게 달리 뭐라고 말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명절이란 전통은 또 그만큼 가치가 있다. 모처럼, 고향을 찾아 성묘도 하며 변화해 가는 고향산천을 확인하고 자신의 뿌리를 생각해 보고,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촌의 어려움을 함께 공유도 해보고, 친지들과 이웃과 옛친구 선후배들과 몇 시간이라도 함께 어울리며, 동시대에 살아가는 우리 삶의 정체성을 확인해보는 것도 더욱 귀한 일일 것이다.

올 추석에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 추석명절을 지내는 아름다운 모습들이 펼쳐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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