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된 유치, 장평은 우리 장흥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앞세우고 장흥군민에게 묻는다면 명쾌한 대답을 들을 수는 없을 것이다.

슬로시티는 독특한 삶의 철학을 공유하는 것을 하두로 삼고 있어서 문명의 극대화와 물질의 만능화로 얼룩진 시대적인 추세에는 언뜻 어울리지 않은 의미를 담고 있어서 생업에 바쁜 장흥군민들에게는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명제로 치부되기가 십상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과 물질이 만능인 것 같은 세상의 행간에서 슬로시티는 청량하고 특별한 이미지로 인간과 동행하는 신선한 소재가 된다는 것이 무한한 장점인 것이다.

슬로시티는 19세기말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에서 시작된 자연회귀의 운동이다. 전통을 보존하고 지역민 중심의 생태주의 등 이른바 “느림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 라는 의식화를 주장한 것에 시작 되었다.

우리 장흥군은 2007년에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대내외에 회자되어왔다. 더불어 문화관광 힐링의 명소로 부상하는 장흥의 이미지에 크게 기여하였다.

필자는 2009년 한국슬로시티 본부에서 주관한 ‘슬로시티장흥의 스토리텔링콘텐츠발굴’사업에 자문위원으로 참여하였고 장흥학당의 연찬회에 한국슬로시티 본부 손대현 이사장을 강사 초청을 섭외하는 등 슬로시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동문화재단의 슬로시티 그리기 프로그램을 유치하여 동행하면서 장흥슬로시티 홍보에도 기여하였다.

또한 장흥군청의 슬로시티 해당 부서에 수차례 ‘장흥슬로시티’의 스토리텔링 도입을 통한 장흥슬로시티의 개성적인 모양과 색깔 만들기의 의견을 제시하였다.

특히 장흥 슬로시티 협의체의 운영과 프로그램진행의 과정이, 주민의 자율성과 고유성은 고수하되 보다 다양성 있는 모양으로 접근해서 대내외적으로 형상을 만들어 가야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자문 시스템의 보완과 테마 계발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였다. 아쉽게도 필자의 진지하고 열성적인 제안은 단 한 번도 회신이 있거나 반영되지 않았다.
담당 부서는 슬로시티에 대한 어떤 대안도 참신한 기획도 없이 그저 강 건너 불구경으로 일관하는 자세를 보여 왔다.

5일자 지방언론의 ‘슬로시티 전남’의 위기라는 톱기사의 내용은 슬로시티 한국본부의 재심사에서 유치, 장평지역이 탈락되었다는 보도여서 심히 유감스러웠다. 아시아 최초라는 수식어로 장흥의 힐링관광에 기여한 슬로시티의 탈락은 그 상세한 내용은 접어 두고라도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없는 것을 만들어 홍보하고 활용하는 작금의 추세에 슬로시티 탈락의 소식은 유쾌할 수 없는 소식이기 때문이다.

해당부서와 주민 그리고 관심 있는 지역민과 전문가들이 중론을 모아서 아시아 최초의 슬로시티인 공간의 정체성과 고유성을 계발하여 장흥의 이미지로 활용하는 진정성 있는 대안을 기대해 본다.

더불어 손대현 이사장이 언급한 「아시아적 관점에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의견을 조율하고 있다고 하니, 해당 부서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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