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0년 한일합방이 체결되어 우리의 주권을 잃어버리자 수많은 애국지사들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다. 김구를 중심한 투사들은 중국에서, 이승만을 중심으로 한 투사들은 미국 등지에서 활약했다.

만주지방을 누비며 활동했던 애국투사들도 부지기수였다. 미국 본토와 하와이 등지를 오가며 우리의 주권을 목청껏 부르짖었던 애국지사들도 만난다. 여기에서는 미국에서 활약했던 전직 대통령이 애달프게 읊었던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꿈에서라도 내 고국 한강과 남산만은[太平洋舟中作] 제목을 붙여본 칠언절구다. 작가는 초대 대통령 우남(雩南) 이승만(李承晩:1875~1965)이 고국을 그리면서 쓴 한시다. 우남이 한시에 능통한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유작(遺作)이 일반에게 알려지지 못한 현실도 많이 안타깝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애국심이 나타난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물 따라 하늘 따라 떠도는 이 몸 / 만리 태평양을 몇 번이나 오갔었나 // 가는 곳마다 명승지를 구경할 수 있었으련만 / 꿈에서라도 한강과 남산만은 잊을 수 없어 자리하오]라는 시상이다.

나라 잃은 설움이 얼마나 컸었던가. 목숨을 담보로 잡고 주권을 되찾으려는 국내외 지사들이 얼마나 많았고, 얼마나 많은 목숨이 죽어갔던가. 이런 한(恨)을 품고 나라 잃은 애절했던 심정이 위 한시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작가가 위 시에서 말하고 있는 나라를 잃었기 때문에 부초(浮草)와 같이 둥둥 떠다녔을 것이다. 그 머나먼 태평양 길을 수 없이 오고갔다는 애통한 심정을 이 한시에 담고 있다.

시인은 외국의 수많은 곳의 명승지를 두루 구경할 수 있었겠지만 꿈속에서라도 고국의 산천인 한강과 남산만큼은 잠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는 솔직한 자기 심정을 표출하고 있다. 한강과 남산이란 어느 한 지명에 한정한 것이 아니다. 화자는 조국 대한민국의 삼천리 방방곡곡이 우리의 산천(山川)이라 했듯이 남산과 한강이 조국 전체를 대변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우국의 강한 심정을 엿보게 되는 위와 같은 기개와 걱정이 있었기에 오늘 우리가 있을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한자와 어구】
一身: 한 몸이. 泛泛: 둥둥 떠다니다. 水天間: 물과 하늘의 사이를. 萬里: 만리, 먼거리. 太洋: 태평양. 幾: 몇 차례, 몇 번. 往還: 왕복하다. // 到處: 도달한 곳. 尋常: 늘 찾는다, 늘 본다. 形勝地: 명승지, 구경거리. 夢魂: 꿈속에서도. 長在: 늘 있다. 漢南山: 한강과 남산./시조시인ㆍ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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