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자라면 서울로 보내고, 말은 자라면 제주로 보내라는 말이 있다. 출세하려면 사람을 잘 만나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래서 만남의 원리를 애써 강조하는 인사들의 말을 자주 듣는다.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보면 맞는 말이다. 부부 간의 만남, 스승과의 만남, 상사의 만남 등 헤아릴 수 없다. 나라는 큰 나무임이 분명하겠다. 큰 나무가 주는 여러 가지 혜택을 현실 입장에서 언급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읊은 시 한 수를 번안해 본다.

큰 나무 아래의 즐거움(大樹)로 번역되는 오언절구다. 작가는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1168∼1241)로 고려 중기의 문신이자 문인이다. 최충헌 정권에 시문으로 접근하여 문학적 재능을 인정받고 32세부터 벼슬길에 오르게 되었다. 1207년 권보직한림으로 발탁되었고 이후 우정언지제고를 거쳐 1219년 우사간이 되는 등 높은 요직은 아닐지라도 탄탄한 벼슬길을 걸었다. 위 한시 원문을 번역하면 [더운 날씨에 쉬기 좋고 / 소낙비 피하기도 좋아라 // 시원한 그늘 양산만 하니 / 주는 혜택이 또한 많구나]라는 시상이다.

백운거사는 우리 민족에 대해 커다란 자부심을 갖고 외적의 침입에 대해 단호한 항거정신을 가졌다. 국란의 와중에 고통을 겪는 농민들의 삶에도 주목, 여러 편의 시를 남겼다. 그의 문학은 자유분방하고 웅장한 것이 특징이다. 자기 삶의 경험에 입각해서 현실을 인식하고 시대적, 민족적인 문제의식과 만나야만 바람직한 문학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했다. √시인은 국가의식이 강했다는 사상은 위 시문에서 엿본다.

더운 날씨에 큰 나무 아래에 앉아 있다. 큰 나무는 쉬기도 좋고, 소낙비를 피해서 좋고, 시원한 그늘에 양산이 되어서 좋다고 이른바 ‘대수예찬(大樹禮讚)’하고 있는 것이다. 큰 나무 예찬은 바로 국가 의식을 민족이 그 저변에 깔려 있다. √화자는 분명 큰 생각을 갖는 큰 그릇이었다. 민족의 대서사시 [동명왕편 東明王篇]의 내용이며 품격은 길이 남은 보배 중의 보배다. 이 시에서도 큰 나무는 모든 백성에게 혜택을 고루 주는 조정이자 나라였음이 분명하다는 인식을 갖는다.

【한자와 어구】
好: 좋다. 是炎天: 더운 날씨. 憩: 쉬다. 宜: 편하다. 於急雨: 급하게 내리는 비에도. 遮: 막다, 피하다. // 淸陰: 맑은 그늘, 시원한 그늘. 一傘許: 양산만 하다, 양산에 버금간다. 爲?: 주는 혜택, 받은 은택. 亦云多: 또한 많다고 이르다, 많다고 생각한다.
/시조시인ㆍ사)한국한문교육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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