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면, 음력 정월 초하룻날인 설 명절이다.

설에는 우리 민족만의 고유의 모든 전통이 고스란이 담겨진 날이다. 옛부터 설은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 첫 아침을 맞는다는 의미에서 늘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설 명절을 연중 가장 큰 축제로 맞이해, 설빔뿐만 아니라 차례와 음복, 세배와 덕담, 성묘, 전통 놀이들이 행해지며 우리민족의 최대명절이 되어 왔다.

주지하다시피, 현대사회는 혁신과 변화 등이 주요 화두가 되면서 안타깝지만, 전통 따위는 구태적인 과거의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 역사는 과거와 현대, 그리고 미래가 이어지면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과거는 매우 중요하다. 그 과거를 지배해 온 우리의 전통이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우리의 고향 장흥은 전국에서도 그 과거의 전통의 무게가 남다른 곳이다. 고려, 조선조의 8세기를 거치면서 전남도 서남, 중남부 지역의 유일한 부사고을이라는 입지 때문이었을 것이다. 현대에 와 장흥이 문학의 고을로, 동학혁명의 고을로 재조명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 전통위에서 이루어진 성과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또한 최근년 들어 장흥이 전남도 시군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며, 남도 관광 1번지로 급부상한 것도 따지고 보면, 장흥이 지녀온 남다른 과거, 전통이 그 바탕에 있었음도 분명하다.

설 명절을 맞으면, 특히 출향인들의 고향에 대한 감회가 남다르다. 우리의 뿌리는 고향에 두고 있고 유소년, 학창, 청년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은 거의 모두 고향 장흥에 근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추억 속에서도 생생한, 정초부터 대보름을 전후한 고싸움과 줄다리기는 설 명절의 가장 아름다운 추억이다. 그러나 이제 이것은 추억 속에서일 뿐이다.

우리의 고향 장흥에서도 아름다운 전통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고 이제는 거의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현대사회에서의 불가피한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이를 안타깝게 여기고 있다. 장흥에서 연중 내내 펼쳐지는 온갖 축제에서도 우리의 전통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고, 서울 한강에서 펼쳐짐직한 도회지 축제의 모습만으로 펼쳐지고 있음도 우리를 안타깝게 만들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진실로 장흥이 길게 흥하려면, 과거 장흥이 이어온 전통을 무시해선 안 된다. 그 전통 위에 새로운 것, 장흥만이 가지고 있는 독자적인 자원을 결합해야 한다. 이 길만이 장흥이 ‘길게 흥하는’ 길이다.

설을 맞아 애독자 여러분, 출향향우 여러분, 장흥군민 모두의 가정에 큰 축복과 은혜가 넘치시길 기원한다. 특히 홀로 설을 맞아하는 독거 노인 분들의 가정에 신의 은총과 축복이 넘쳐나고 우리 모두의 관심과 사랑이 이분들에게 나누어 전해지는 따뜻한 설명절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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