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비뚤어진 눈, 혀와 비늘로 덮인 몸통, 이 자그마한 도마뱀이 이쁠 수는 없다. 거북보다 더 느리게 기어가는 모습이 지루하게 보인다. 하지만 도마뱀은 변신을 한다. 초록색에서 예쁜 파랑으로 몸통의 색깔이 바뀐다. 노랑이나 오렌지의 빗깔을 띠기도 하며 화가 많이 났을 때에는 회색이나 검정으로 변한다고 한다.

카멜레온의 색깔 변신 또한 감정이나 상태에 따라 40가지의 색깔 조합이 가능하다고 한다. 먹이 사냥을 할 때나 적 앞에서 몸을 숨기거나 마음에 드는 이성이 보일 때 카멜레온은 색깔의 마술사가 되어 바로 변신에 돌입한다.

이와같이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동물들을 인간에 비유하면 현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표본적으로 잘 갖추고 있는 사람들로서 늘 새로운 여건에 자신을 맞춰가야 하는 시대에 변화된 조건에 놀랍게도 적응하는 스페셜리스트이다. 어쩌면 분위기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색깔을 지닐 수 있는 이들 동물처럼 우리도 다양한 변신력을 가진다면 무척 근사할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과거의 안정적이었던 상황을 그리워한다. 또 미래의 상황을 내적인 유동성과 외적인 융통성을 갖고 대하는 것 외에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변화를 기회로 여기는 사람은 위기가 닥쳐도 긴장하지 않고 앞을 내다 볼 수 있다. 사고와 행동을 변화에 맞추고 과거에 매달리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성공사례는 아주 많다. 그들이 지닌 성공의 비밀은 새로운 상황을 피하지 않고 그것에 적응하는 것이다. 바로 카멜레온의 서바이벌 전략에 해당한다. 이처럼 삶의 줄타기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변화의 기술과 그것을 발휘할 용기도 필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실적으로 대선판국에 변신의 가운을 걸친 두 사람의 정치원로가 주목을 끌 수 밖에 없다. 바로 한 분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낸 분이고 또 한 분은 민주당 최고위원을 지낸 분이다.

그런데 둘 다 과거에 정적이었던 현 집권당에 충성하겠다며 여당 대선후보의 치마폭으로 흔쾌히 뛰어 들었다니 아이러니다. 어쩐지 늘그막한 고개에서 자기들만의 안위를 위해 또 먹이사슬을 찾아 어려울 때 몸 담았던 둥지를 바꾸는 철새 정치인의 구태를 보는 것 같아 뒷 맛이 개운치만은 않다. 거기에다 이 맘때면 알만한 단골손님 ?버버리 코트 박? 까지 대선 후보군에 당당히 끼어들어 상황은 코믹하다.

상대는 잃어버린 10년을 되찾았다며 헹가레를 치던 때가 엊그제인데 이쪽은 잃어버린 5년에 대한 향수마저 식어버린 것일까? 짐작컨대 민주당을 아끼는 골수 팬들에게는 믿었던 종갓집 섯가래 몇 개가 빠져나간 것 같아 힘이 빠지고 야속한 느낌도 지울 수 없을게 빤하다.

옛말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여우를 잡으려면 여우굴에 들어가야 한다는 말을 아직껏 듣지 못했다. 아마도 결국 여우의 꾀임에 빠져 낭패를 당할 바엔 그런 어리석음을 자초해서는 안된다는 선인들의 지혜였음이라.

대선을 앞두고 국가 장래를 위해 누구보다 경륜있는 정치원로들의 품위 있는 처신과 지도력이 더없이 요구되는 시점에서 작금의 대선 형국은 출발점에서부터 양 캠프의 힘 깨나 쓰는 믿었던 인사들이 검찰에서 곶감 빼먹듯 하나 둘 불려가는 추태를 연출하는가 하면 정작 상대방의 억지 흠 잡기와 코메디성 이벤트 행사에 안주하여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망스럽고 안타깝다.

하여 후보자뿐만 아니라 그 측근 주요인사들까지도 그들의 신뢰성에 대한 괴리에 대해서는 앞으로 유권자들이 엄정한 잣대로 풀어가야 할 숙제가 아닌가 싶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