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10월 5일) 첫 국감이 오전 10시부터 저녁식사도 거른 채 밤 8시까지 과천 농림수산식품부 청사에서 있었다.

우리 의원실(비서실)에서 보좌해준 자료를 토대로 소신과 정성으로 임했고, 역대 최저 식량자급율(22.6%), 태풍으로 쓰러진 나무 26만여 그루 나무들이 거의 그대로 방치된 한심한 현장, 해외농업 개발하라고 정부로부터 수백억 원 지원받은 대기업들이 지금까지 단 1톤의 곡물도 국내로 들여온 사실이 없는 이 농정의 현실 지적…‥ 등등은 상당한 언론보도를 타기도 했다.

백수 피해입은 벼 재배 농가에 대한 지원, 인삼 재배(농가)에도 재해 보험이 가능토록 정책 전환, 밭농사 직불제 확대 문제…… 등등에 대해서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긍정적 검토 약속을 받기도 했다.

나는 과천 청사에서 국감을 마치자마자 자동차를 몰고 경부고속-호남고속도로를 타고 지역구로 내려왔다. 저녁식사는 밤 10시쯤이 되어서야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해치웠다. 어머님이 계시는 강진읍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경이었다. 이처럼 급히 내려올 수밖에 없었던 건, 다음날(10월 6일) 아침 강진 공설운동장에서 전남 민주당 22개 시군지역 한마음 체육대회가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제(10월 6일) 한마음 체육대회는 성황이었다. 그런데 거기 이해찬 당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것이었다. 내 지역구에 당대표와 원내대표가 함께 온 것이다. 평상적인 여건이었다면 이는 당연히 즐거운 일이고, 고마운 일일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 내 마음은 전혀 아니었다.

나는 이미 이 두 분을 내 마음 속으로부터 불신임(不信任)해버린 터였다. 41명 민주당 의원들의 이름으로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 요구했을 때, 그에 따라 지난 9월 11일 이른바 ‘쇄신 의총’이 열렸을 때, 그리고 이 의총이 끝난 뒤 박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다행히도 (오늘 의총에서) 지도부 퇴진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며 천연덕스럽게 아전인수에 급급한 언급을 했다는 걸 YTN 뉴스를 통해 확인했을 때, 이른바 ‘이-박’은 이미 더 이상 나의 당대표, 나의 원내대표가 아니었다.

내가, 또는 우리가, 그 두 분에게 사감(私感)이 있을 리 없다. 낱낱의 의원들로서 그분들은 유능하고, 선배 의원으로서 귀감적 측면도 없잖은 분들이다. 그러나 당의 대표적 ‘두 얼굴’로서는 더 이상 아니올습니다(No more)다.

두 분들은 당의 두 얼굴로서 국민의 일반적, 평균적 정서랄까 감정을 거의 늘 거스르고, 너무나 자주 부정적 인상과 이미지를 스스로 제조하고 연상케 했고, 그 무엇보다도 긍정과 덕담과 교양의 새 정치를 기대하는 시대정신과 국민여망에 찬물을 끼얹으면서 입만 열면 거의 늘 상대 당과 상대 후보를 비난하고 조소하고 저주함으로써 낡은 구태정치 연장의 마지막 기여자라는 정치적 이미지를 고착하고, 이 치욕적인 이미지를 민주당의 부담이 되게 해오고 있는 장본인들이(었)다.

게다가, 이 두 분들은 지난 당내 대선 경선 당시 ‘불공정 경선’ 시비로 경선이 중단되고, 일부 후보들이 불복하고, 경선장이 축제 한 마당이기는커녕, 욕설과 야유와 날계란이 난무하게 만들었던 그 원인의 전부를 제공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순간까지 단 한 번도 “(당대표로서)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정도의 가벼운 사과조차도 해본 적이 없는, 매우 편협하고 이기적인 모습으로 당의 화합에 쉽게 아물기 어려운 상처를 냈던 분들이다.

어제 나는 고통스러웠다. 그런 두 분에 대해서 그래도 최소한의 예우를 하지 않을 수 없게 된 내 처지와 상황이 고통스러웠다. 아직도 저 분들이 당대표와 원내대표의 자격으로 저렇게 예우받고 위세를 부리고 있는 당의 한심한 현실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요새 새누리당에서 가장 반가워하고 고마워하는 언론사진이 ‘이-박’이 귀엣말 나누고 있는 순간을 포착해낸 것이라고 몇 기자들이 귀띔해준다. 거의 전국민들이 이 두 분들에게 느끼는 거리감과 거부감을 정작 당사자 두 분과 우리 당 후보는 잘 모르시는 것 같다.

조금 전 밤 10시 다 되어 서울에 올라왔다. 지금은 국회다. 내일 산림청 국감에 또 다시 최선을 다 해야겠다. 조금 전 광주공항 대합실에서 저녁 8시 SBS뉴스에 우리 의원실에서 낸 보도자료에 근거한 내용이 보도되어 나오고, 내 인터뷰도 잠시 보도되는 걸 시청하였다.

다음 수요일(10월 10일) 아침 7시에는 세 번째 「쇄신의원토론회」를 갖는다. 서울대 정치학과 강원택 교수를 모시고 “대선을 앞둔 민주당의 정치개혁 과제”라는 주제말씀을 듣고, 함께 토론하는 거다. 쇄신토론회에도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련다.

국정감사 기간 중일지라도 매주 계속 토론회를 갖기로 했다. 전례없는 일이라 한다. 그만큼 쇄신 과제가 중요하고, 쇄신 의지가 충만하다는 뜻이다. 그렇다. 민주당은 쇄신되어야 한다. 우리 후보의 선전 여부에 독립해서, 민주당 쇄신은 필요하고 관철되어야 한다.

정신없이 생활하다 보니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줄도 제대로 몰랐다. 어느새 가을이 깊었다. 어젯밤 늦게 강진 동문안 집 마당 위로 높이 뜬 반달이 새삼스러웠다. 허전해보이기도 했고, 허무해보이기도 했던 반달이었다. 이 시각 여의도의 가을 밤도 깊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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