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池 1>

어이하여 지구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큰 못을 만들어
물을 그득 담고 있습니까
인간의 무시로 화가 솟구친 백두 흑룡을
물 속에 가두고 잠재우기 위해서입니까
한 갑자 동안 북녘 땅에 눅진히 휘감도는 죄질을
형벌하기 위해 노아 때 같은 홍수심판을
채비하기 위해서입니까

아, 무지한 인간을 깨우치기 위한
님의 무량한 말씀의 寶庫보고입니까

하루 열두 번도 넘게 변덕부리며
잦은 안개비를 뿌리시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역사는 진실을 숨길 수 없음에도
사람들의 헛된 욕심으로 빚어진 거짓이 서러워
날이면 날마다 열두 번씩 가슴이 미어터지십니까
가슴팍에 쇠몽둥이 무수히 박아대고
이제는 정수리까지 파헤치며 몸뚱이 갈갈이 찢어발기는
사람들의 짓거리가 원망스러워 시때없이 울화가 솟구치십니까

아, 그 통한을 아는 이 없어
오늘도 가슴 에는 님의 눈물입니까

<天池 2>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안개비 뿌리면
하늘 끝으로만 피어 올리던
돌풍의 장막 속에 갇혀
오래 오래 묵히었던 그리움을

바다의 심연보다
깊고 깊은 심처에서
태초부터 갈무리해 온
절대 고독의 그리움을
이제는 부신 눈물로 쏟아내며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은혜가 말라버린 땅에
홀로 시린 등걸로 잠든 천지여
삿된 音域음역의 적막을 걷어내며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天池 3>

네 그리워
한달음에 달려왔다

안개비에 얼굴 감추고 있지만
내 심장은 산위에서 뛰놀고
네 심장은 물속에서 뛰는구나

내 심장 네 심장과
이어주려고 했는데
네 얼굴 보지도 못하는구나

굴곡진 세월이
건널 수 없는
벽 만들었구나

호수아래 잠들어 있는 흑룡이여
말 잃은 무정한 백두여!
내 가슴이 무너져 내린다

<天池 4>

나, 네게로 간다

핍진된 삶에서 도피가 아니다
아직 청청한 피돌기 남아있을 때
머릿 속에서만 외치던 내 사랑을
명징하기 위해

가다가 지치면
낮엔 푸른 하늘을
밤엔 북극성을 우러르며
네 꿈 꾸리라
목이 타면 압록수로 목 축이고
발목에 힘이 부치면
백두대간 흙에서 생기 받으리라

오랫동안 내 사랑 키워 왔으나
어찌하여 갈수록 미약해지니 어찌하리
이젠 네 사랑 받지 않으며 절로 사위어지리니

나, 네게로 달려간다

두 무릎이 꺾어지고
무릎팍에 피멍들고 뼈가 으깨지더라도
오직 너를 꿈꾸며
벌벌 기어서라도 가리다

내 몸뚱이 기진맥진해지더라도
가슴엔 내 사랑 활활 타오르리니
널 만나 네 품안으로 풍덩 빠져들어
영원히 잠들고 싶어

나, 네게로 달려간다

<白頭의 경고 1>

내 가슴이 부글부글 긇고 있다
울화통을 타고 넘어 울분이 치밀어 오른다
내 인내의 고통을 너희가 어찌 알리

참고 참음은 품 안 자식들이 나라를 세우고
그 후인들이 여태 이 땅에서 연명하고 있음이라
그럼에도 너희는 이제 동북공정東北工程의 이름으로
내 자식들의 혼도 빼앗는구나

너희 헛된 욕심이 금도를 넘어서고 있니라
몽골에서, 위그루에서, 티벳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제 땅 빼앗기고
죽임당하며, 아픔 당했는지 아니라
그들의 통분이 여태 귓전에 생생이 감돌거늘
내 자식 땅에서 내 자식들 흔적 지우며
너희 땅 만들기에 급급해 하더니
이젠 내 허리 가슴에 생살을 찢어발기며
내 숨소리도 죽이고 靈氣도 짓밟으며
한낱 너희 잔치판으로 만들기에 광분하느냐

너희 작태가 기어코 내 가슴의 분노를 키우고 있니라
더 이상 내 분노를 자극하지 말라
내 가슴이 인내를 넘어 폭발하는 날 오리니

너희 족속이 쌓은 업은 결코 없어지는 것이 아니리라
고래로 약자를 무참히 핍박하며 천리를 거역했던 제국은
죄 멸망해갔음을 기억하라
소돔 고모라성의 징벌을 기억하라
너희 조상 노자도, 하늘의 그물은 넓고 넓어 엉성한 것 같지만
결코 놓치는 게 없다,* 고 경고했음을 기억하라

내 분노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폭발하는 날이면
천지에 잠재운 흑룡을 깨우고
너희 땅으로 폭풍을 불러 모아
불기둥으로 너희 땅 죄 태우리라
내 분노를 더 이상 깨우지 말찌라

※천망회회 소이불루(天網恢恢, 疏而不漏) : 하늘의 그물은
눈이 굉장히 넓어서 성근 것 같지만 죄인을 결코 빠뜨리지
않는다"-노자의 도덕경 제 73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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