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1등을 하면 엿장수는 누가 하나?” 이 말은 학교 다닐 때 공부 못하면 엿장수가 될 수밖에 없다는 엿장수 비하적인 말로써 문제가 있는 표현이지만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1등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뜻도 있다.

오래전부터 공공부문에도 경영효율성이 중요시되면서 민간부문과 다름없이 치열한 경쟁의 장이 펼쳐지고 있다. 우체국은 정부기업으로서 구성원들의 신분은 공무원이지만 경영형태는 민간기업과 다를 바 없다.

우체국에서 다루는 업무들은 대부분 민간부문에서 수행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여길 수 있겠으나 아직 우리나라는 서민과 일반대중 등 경제적 약자를 배려하기 위한 ‘보편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강화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져 우체국이 갖는 공공성은 그 의미가 크다.

그런데 우체국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요금은 수익자부담원칙에 의하여 그 일부를 이용자가 부담하고 있으나 아직 원가에 크게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 부족부분을 우정사업의 경영효율화를 통한 자구노력으로 보충하고 있다.

때문에 우정종사원들은 서비스품질향상을 위한 노력과 원가절감을 통한 흑자경영이라는 이중고(二重苦)를 안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이러한 경영여건 때문에 우리 우체국의 경우도 서비스품질향상과 우정사업의 각종 매출증대를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까닭에 며칠 전 직원들을 독려하기 위한 간담회를 갖았다. 이 자리에서 올해 우리 우체국 경영성적이 예년에 비해 크게 추락할 것이라며 직원들을 윽박질렀는데 그 뒷 감정이 사뭇 씁쓸하다.

외부에서 알고 있는 우체국 집배원의 경우 신속.정확한 우편물의 배달과 함께 친절한 서비스만 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조직 전체의 경영성과를 위해서는 영업활동에 모두가 동참할 수밖에 없어 집배원들도 소위 전사적 마케팅활동이라는 명목하에 예금.보험 모집이라는 또 다른 영업활동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일부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고는 농촌지역 집배원들에게 예금.보험모집을 위한 시장 환경은 참으로 척박하다. 실적향상을 위해 그들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오직 가족이나 친지들일 것인데 그들의 지갑에 과연 업적을 향상시킬 잔고가 있는 것인가? 물론 우편물 배달이라는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각종사업에 성과를 올리는 유능한 멀티플레이어 직원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집배원들은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KCSI) 14년 연속 1위라는 위업을 달성하기 위해 최일선 현장에서 또 다른 짐을 지고 힘겹게 뛰어야만 한다.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아직 더위가 채 가시지도 않는 산길, 들길을 빨간 오토바이에 짐을 싣고 땀 흘리며 달리고 있다. 그들이 싣고 달리는 짐보다 더 무거운 짐은 바로 ‘경쟁’이라는 생존법칙이 가져다 준 ‘생의 무게’일 것인데 성과향상을 위해 그들을 억압했던 나 또한 ‘경쟁’이라는 파도에 휩쓸려 함께 신음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힘내세요! 사랑하는 우리의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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