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어머님은 계절의 여왕 5월 스무날, 축시, 일요일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안식일에 세상사 허망타 그리도 쉬고
싶었을까요?

어머님에 작품 구남매 남기시고
9남매 들이 22명의 작품을 만들었으니
검은 옷 입고서 훌쩍이며 서 있는 이가
50여 명이 되더이다

하얀 홑이불로 덮인 어머니는
장의사 의 숙달된 손놀림으로 깨끗이 씻기 워 지고
얼굴엔 분단장 하고 연지 곤지 찍고
구 남매 밥줄 이였던 가슴 보일세라 붕대로 꼭꼭 동여 메고
삼십 오년 전 당신의 회갑 때 손수 만들어 놓으신 수의를
입혀드렸습니다

외씨 같은 버선발에 예쁜 꽃신 신으신 어머니는
치맛자락 날릴세라 허리춤 졸라매고
꽃신도 벗겨 질 세라 열십자로 꼭꼭 묶어
아버님 계시는 하늘나라로 날아갈 단도리를 마치고
차렷! 자세로 누워 계십니다

마치 꽃가마 타고 시집간 새 색시처럼
생화로 장식된 관 속으로
손자들 손에 이끌려 눕혀 졌습니다

관 뚜껑이 닫혀 지자 이제는 보고 싶어도 다시는 볼 수없는
얼굴이기에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통곡 소리는 대포 소리도 이처럼 컷을 까요?

하늘나라 가는 길 얼마큼인지 몰라도
내일(21일) 부부의 날 쯤에는 아마도 울 아부지 만나겠지요?

아침 6시23분~8시 48분에 일식이라 하니
해를 품은 달이 아마도 울 어머니가 아닐까요?

‘안나’ 라는 세례명을 받은 어머님은
살아생전 천사 처럼 좋은 분이셨습니다.

하늘나라에 뽑혀 가신 게 분명합니다
계절의 여왕 5월 그리고 가정의 달 안식일 날
그 다음 날은 부부의 날, 아부지 만나시거든 수줍어 하실까봐
가려주는 것 같이 일식이 진행되어 주는 걸 보면
우연도 보통 우연이 아니겠지요

어머니!
역겨웠던 일 있으셨거든 훌훌 털고 모든 것 다 용서하시고
하늘나라에 편안히 누으소서

부모 잃은 9남매는 이제 고아가 되어
그동안 못다 한 효도에 뉘우치며 사는 날까지 그중에 누군가는
눈 밑이 또랑이 될까 두렵습니다.

(입관하며,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위로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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