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수준인 부실농협에서 출발했지만 조합원이 4,000여명에 이르는 우량 합병농협으로 만든 것이 가장 큰 보람입니다.”

고홍천 정남진장흥농협 전 조합장(60·사진)이 17년간의 조합장직을 마감하고 지난 16일 명예롭게 퇴임했다. 주위에선 지난해 11월 조합장선거 때 ‘아직도 젊고 유능한데 왜 조합장을 그만두냐’며 조합장 선거의 재출마를 권유했지만 고조합장은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아름다운 퇴임을 선택했다.

고 조합장이 조합장직을 맡은 것은 1995년 5월 31일. 조합원이 800여 명에 불과한 데다 부실로 허덕이던 유치농협장을 맡아 휴일도 없이 억척같이 일하며 ‘작지만 강한 농협’으로 키워냈다. 쌀이 부족했던 1996년엔 적극적인 휴경지개발로 전국 1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5년 12월 26일에는 획기적인 농협 합병을 성사시켜 관심을 모았다. 조합원 800여명의 작은 유치농협이 3,200명의 조합원을 가진 장흥관내에서 가장 큰 장흥농협을 흡수 합병해 정남진장흥농협을 탄생시킨 것. 합병된 정남진장흥조합을 맡은 1년 만에 부실을 극복하고 농협중앙회 종합업적평가에서 전국 1위를 차지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하며 다시 한 번 그의 탁월한 조합 경영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조합장 4선경력인 고 조합장이 정남진 장흥조합에서 일군 큰 업적중의 하나는 지난 2010년에는 본점·하나로마트·주유소·농자재판매장 등을 한곳에 갖춘 종합복지센터를 준공한 것. 이사업은 정남진 장흥조합의 100년 대계의 초석을 구축했다는 평가이다.


조합원 밀착경영으로 6년 연속 10억원 흑자경영 일구기도
종합복지센터 준공, 조합 100년 대계 초석을 구축 평가
“박수칠 때 떠나자” 명퇴-“여생도 남을 위해 희생 봉사”

■6년 연속 10억원 넘는 흑자 경영

정남진장흥농협은 대표적인 흑자 농협이었다.
지난 2005년 말 유치농협과 합병을 통해 탄생한 정남진장흥농협은 그 당시만 해도 연체율이 20%를 넘을 정도로 각종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통합 조합장으로 취임한 고 조합장이 '조합원 밀착 경영'을 선포하면서 모든 사업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2006년, 2007, 2008, 2009년, 2010년, 2011년 등 6년 연속 종합업적 평가에서도 전국 1위를 차지했고, 농협중앙회가 수여하는 최고 영예인 총화상을 전국 농협 최초로 두 번이나 수상하는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2009년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적자가 수억원 발생하는 악조건 속에서도 상호금융 예수금 14%, 경제사업 29%의 성장을 이룩해내 상호금융 대상까지 수상했다. 그렇게 통합 후 5년 연속 10억원이 넘는 흑자 경영을 이어왔던 것이다.

이같은 흑자농협으로 일어서기까지 '1직원 1마을 전담제'가 큰 역할을 했다.

고 전조합장은 늘 "조합과 농민이 떨어져서는 조합도 농민도 살아남을 수 없다"며 "조합 임직원이 앞에서 끌고, 조합원들이 뒤에서 밀어준 것이 좋은 실적으로 연결됐다"고 말했다.
정남진 장흥 농협의 이같은 장흥의 대표적인 지역 특산품인 표고버섯은 조합원 소득증대 효자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정남진장흥농협은 또 지난 2006년 지리적표시제를 획득한 후 작목반별 무농약 친환경인증과 유기농 친환경인증을 획득, 소비 촉진과 농가 소득에 크게 기여했다.
특히 2009년 이후 3년연속 설,추석 대통령 명절 선물에 장흥표고버섯이 선정되면서 장흥 표고버섯의 판매가 급증했다. 이를테면 '대통령이 반한 표고버섯'으로 전국에 이름을 날리면서 2010년 한 해 설명절에만 10여억원 판매실적으로 전년대비 198%의 매출 향상을 이끌어내는 등 획기적인 표고버섯 판매 신장세를 세우기도 했다.

■표고버섯 일본에 수출 -농가소득 증대 기여

이처럼 고 전 조합장은 농산물 유통에 심혈을 기울여 소비자들에게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유통시켜 농가 소득증대에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고 전 조합장의 적극적인 농특산물 마케팅으로 농산물 유통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려 농협중앙회의 '2010 유통개혁대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지난 2010년부터 장흥지역의 특산품인 표고버섯의 일본 수출 길을 여는 등 표고버섯의 다양한 판로개척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 결과 지난 2011년 5월, 일본 후지치쿠산 회사를 통한 표고버섯의 처녀수출(물량은 4,566kg.금액 20만불)의 길을 열기도 했다.

정남진 장흥농협은 장흥의 대표적 임산물인 표고버섯뿐만 아니라, 장흥에서 생산되는 배, 파프리카, 대봉에 대해서도 특화상품으로 판매에 주력, 농산물 부가가치 창출로 인한 농촌의 희망시대 창출에 기여해 왔다.

■ 농산물 유통개혁 최우수 조합 선정

고 전조합장은 또 지난 2009년에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를 개설, 효율적인 유통기능을 더욱 강화해, 지난 2011년 정남진장흥농협은 전남 관내에서 농산물 유통개혁 최우수조합으로 선정되며, 2011년 3월 ‘2010년도 농산물 유통개혁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표고버섯과 파프리카를 중량·가격별 소포장제를 전격실시, 가격 다양화로 소비촉진에 따른 매출이 급증했고, 수도권 아파트 부녀회 및 온라인 쇼핑몰 운영 등 농산물 직거래 판매를 통해 유통단계 축소와 가격 파괴로 소비를 확대시킨 점이 높게 평가됐다.
특히 정남진장흥농협은 파프리카 선별라인을 시스템화해 APC에서 순회수집차량을 이용, 수집·선별·포장·수출을 전담한 결과 판매 확대는 물론 농업 소득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국 최초, 종합문화복지센터 조성

고 전조합장이 전국 최초로 조합원들의 숙원사업인 종합문화복지센터를 건립한 것은 2010년 10월 7일.

장흥읍 건산리에 들어선 종합문화복지센터는 부지 1만1,570㎡(3,500평)에 하나로마트·주유소·영농자재백화점 등을 갖추어 지역민들에게 원스톱쇼핑은 물론 농협 이용에 편리성을 제공했다.

이 중 하나로마트는 개점과 동시에 지역사회에서 소비문화를 선도하며 농축산물 직판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주유소 역시 지역 유가안정에 기여했고, 영농자재백화점도 고품질 농자재를 저렴한 값에 공급해 줘 영농비 절감에 도움을 주어왔다.

종합문화복지센터 준공과 관련, 고 전 조합장은 “조합원 고령화로 인해 이곳저곳을 이동하면서 농자재를 구입하고 금융업무를 보는 것이 어려워져 편의시설을 한곳에 갖춘 종합문화복지센터를 마련했다”고 종합문화복지센터 건립 의의를 밝힌 바 있다.

또 "농업인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수산물 직거래를 통해 농산물 가격안정과 농업인 소득향상에 기여하여 조합원 등에게 직·간접적 이익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으며 동시에 조합은 협동조합 본연의 정체성을 확립했다."고 밝힌 바도 있다.

■ 조합원 복지에도 큰 관심 가져

정남진장흥농협은 2005년 합병 이후 해마다 조합원 및 조합원 자녀를 3천5백만원~4천만원씩을 장학금으로 지급해왔다.

지난 2011년 2월 장흥군 인재육성 장학금 3,000만원과 탐진장학회 1,000만원을 장학기금으로 전달하기도 했고, 또 고 전 조합장 개인 사비로 장흥중앙로타리클럽에 3,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한 바도 있다.

정남진장흥농협은 장학사업 이외에도 조합원 건강증진을 위하여 무료건강검진을 5년에 걸쳐 광주은병원에 의뢰하여 매년 실시해 오고 있다.

또 조합원 복지사업의 일환으로 2006년도에 4,000여명의 조합원 각가정에 청정지역 신안 비금 소금을 2포씩 무상 공급하여 고마운 농협, 꼭 필요한 농협의 이미지를 제고하였으며 지난 해에도 농협사업 전이용, 조합원에 대한 감사, 조합원의 복지향상에 도움을 주고자 4,000여 조합원 가정에 묵은 소금을 무상으로 1포씩 공급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의 경우, 일본 지진으로 인한 방사능공포로 소금값이 30kg 가마당 5∼6만원으로 치솟아 시중에서 묵은 소금 구하기도 힘든 상황이었지만 가까스로 7,000여가마를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 3,000여 가마를 마진없이 30kg가마당 16,000원에 추가 공급해줌으로써 조합원 복지 향상에 크게 기여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부터는 여성조합원의 지위향상을 위해 여성대학을(6.14~7.20) 개강, 150여명의 여성조합원 및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외부유명 강사를 초빙하여 주2회씩 실시하기도 했다.
고홍천 전 조합장은 “여성 조합원들이 여성대학의 수료를 통해 농협사업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도록 하고 협조토록 하여 농협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에 의해 여성의 자아확립과 지방시대에 맞는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여성대학 운영을 추진했다”면서”고 말했다.

■퇴임 후- 남을 위해 헌신 봉사

고홍천 전 조합장은 사업마다 큰 성공을 거둬 조합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합원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싶어 휴일까지도 반납하며 일했다다”며 웃음을 지었다. 실제로 고 조합장은 매주 토요일마다 표고버섯 농장을 방문, 격려하여 함께 고충을 나누었다고.

그러나 전국의 1167개 조합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성공 케이스’로 흑자조합을 경영해 올 수 있었던 특별한 이유가 무엇이었느냐는 거듭되는 질문에 고 전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직원들 간의 화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 공을 조합원들에게 돌렸다.

또 고 전조합장은 퇴임 후 무슨 일을 할 것이냐는 마지막 질문에서 “법정스님이 쓴 ‘아름다운 마무리’라는 책을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박수 칠 때 마음을 비우고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퇴임 배경을 밝히고 “퇴임 후부터는 물론 내 남은 여생 모두를 남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퇴임 이후의 삶이 더욱 기대되어지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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