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유헌 씨는 현재 목포MBC 국장으로 장흥군 회진면 산저리 태생이다.

어릴 때 강진으로 이사, 초등학교와 중학교는 강진에서 마쳤지만, 현재도 고향마을에는 많은 친척들이 살고 있다고 한다.

목포MBC에 근무한 지 30여 년. 아나운서로 입사, PD로서 프로그램을 제작했고, 경영국장, 보도제작국장 등을 역임한 후 지금은 방송심의 업무를 맡고 있다.

‘월간문학’에 시조부문의 신인상과 월간 ‘한국수필’ 수필 신인상을 통해 등단했다. 현재 한국문협, 전남문협, 문학춘추작가회, 한국수필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제26회 한국방송대상(다큐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유씨는 2011년 5월 ‘제120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서 시조 ‘노을치마’라는 작품으로 신인상에 당선했다.

유씨는 당선 소감에서 “내 고향은 장흥 회진포구 선학동 마을이다. 큰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가는 형상의 산 밑 선학동에서 태어났다. 고향을 떠나온 이후에도 줄곧 선학동 아래 회진포구의 잔물결은 늘 내 마음속에 깃들어 호수처럼 출렁인다.

그런데 오늘은 그 잔잔한 가슴에 폭풍우를 만난 쪽빛 물결이 출렁출렁 밀려와 하얗게 부서지고 있다. 노트북 자판 위의 손가락은 힘을 잃고 자꾸 길을 잘못 찾아 간다. 문밖에서 몸을 떠는 백목련 나무의 연초록 새잎처럼 시조시인으로서 세상과 맞닥뜨린 첫 순간이기 때문이어서일까?

잠시 풀빛 하늘을 떠가는 하얀 구름에 눈길을 싣는다. 아, 이제 다시 시작이다. …나는 어린 시절 강진으로 이사를 와 우두봉 아래 산골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고학년 때는 구강포구 갯길을 걷고 가파른 만덕산 반달고개를 넘어 다산초당과 이웃한 백련사까지 소풍을 가곤했다. 그 어린 시절의 서정이 ‘노을치마’라는 시조를 쓰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순간 봄비 머금은 바람 세차게 불어 다산초당 아래 귤동마을 대숲의 사각거리는 바람소리 요란하고, 강진 백련사 동백 숲에 붉은 꽃눈개비 휘날리고 있으리라. 지금쯤 노을치마는 어떤 빛깔로 나부끼고 있을까? 내일 주말엔 홀가분한 마음으로 만덕산 아래 다산초당을 찾으리라.…”라고 적었다.

다음은 유헌 씨의 ‘회진포구’라는 시조작품이다.


회진포구

선자리 흘러가고 탱자섬 돌고 돌아
썰물 뒤 드는 물 골막골막 넘노닐면
숭어떼 부신 은비늘 눈멀어라 펄떡이고

폭풍우 매운바람 멍엣상처 못 내리니
노력항 바라보며 꿈을 엮는 포구 아래
에움길 산모롱이 터 선학동 그립구나

묶인 배들 닻줄 풀고 옹긋옹긋 떠나간다
지울 것, 헹궈낼 것 도스르는 대합실로
내 유년 텅 빈 자리가 사물사물 차오르네

파도이랑 넘어오는 겸능호 뱃고동아
내 고향 회진포구 아득한 기억 너머
어머니 손 꼭 붙잡고 고향집 찾아 간다


*선학동:학이 큰 날개를 펴 날고 있는 모습의 장흥군 회진면 산저 마을/*겸능호:장흥 회진포구와 완도 금일, 강진 마량을 오가던 여객선. 지금은 사라지고 없음.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