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권력이 대기업에서 벤처, 중소기업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였던 시절이 있었다. 2000년을 전후해 불었던 벤처기업 창업열풍 때다. 당시 적극적인 IT벤처기업 창업지원 정책으로 2000년 한해에만 무려 8798개의 기업(자료:벤처인)이 탄생했다.

사실상 국가 부도상황에서 부실 대기업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던 절망의 시대에 젊은이들의 도전과 열정은 한국경제에 한줄기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성공과 좌절은 21세기 벽두에 대한민국을 'IT강국'으로 일으켜 세운 초석이 되었음은 분명하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2007년, 세계적인 권위의 IT소프트웨어 경진대회 이매진컵(Imagine cup)에서 한국의 '핑거코드'라는 프로그램이 대회사상 최초로 우수작품에 선정된 일이 있다. 당시 시상식에 참가했던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이 훌륭한 기술이라며 "절대 사장(死藏)시키지 말라"고 당부했던 기술이다.

그 이후, 이 기술을 개발했던 대학생들이 창업을 시도했지만 진입장벽에 막혀 좌초되었다. 이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서 창업에 도전하는 청춘의 전사들이 설 땅은 없어졌다.

지금, 한국의 젊은이들은 공무원, 공기업 또는 대기업의 정규직이 되기 위한 취업조건 만들기에 바쁘다. 정글을 누비며 살아 숨 쉬는 먹이를 찾는 피 끓는 청춘의 포효는 없다. 초목이 우거진 안락한 초원을 찾아 헤매는 풍경뿐이다.

한국벤처, 도전정신과 열정 사라져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위로의 말이 감동으로 전파되는 현실이다. 청춘은 시대의 뒷전에서 눈물짓고 위로받는 세대에 붙이는 이름이 아니다. 위로받고 안주하기에는 청춘의 피가 너무 뜨겁지 않는가.

무엇이 이토록 무기력한 젊음으로 내몰았는가. 희망을 갖기에는 너무도 버거운 고비용의 시대가 만들어 낸 청춘의 초상이다. 세계경제가가 오일쇼크로 추락하던 1975년, 겁 없는 20세 청년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창업하고, 스티브 잡스는 애플을 세웠다. 미국 경제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창업에 도전한 두 청년이 세상에 내놓은 것은 개인용 컴퓨터와 운영체제(OS)였다.

그들의 도전이 오늘날 세계의 산업지형을 바꾸었다.
미국의 명문 매사추세츠공대(MIT)졸업생의 약 10%가 창업을 통해 사회에 진출한다. 미국의 저력은 이처럼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세대의 도전정신에 있다. 우리도 벤처 중소기업과 청년창업을 일으켜야 한다. 독일은 2003년부터 1인기업 활성화(Ich-AG) 프로그램을 통해 지속적으로 기업생태계의 뿌리와 가지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정부가 벤처창업자의 생활 안정을 보장하는 '최소소득 보장제'이다. 실제로 독일 청년들은 이 제도에 힘입어 도입 최초 3년 동안 10만 명이 창업에 참여했다.

독일식 '최소소득보장제' 도입을

벤처와 중소기업 육성의 성과는 천천히 나타난다. 그렇지만 경제의 체력과 기업의 생태계를 건강하게 구축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동반성장'이라는 대기업의 관용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다.

정부든, 대기업이든 기득권 위에 서 있는 세대는 말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에게 "인생에서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넬슨 만델라)" '쓰러지면 다시 손잡아 줄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라'고 답해야 한다. 청년이 길이며 미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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