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켜 생각해보면 농촌에서 태어나 한평생 흙을 만지며 살아온 나의 지난 삶은 축복과 행운의 여정이었다. 이웃과 더불어 몇날 몇일 밤을 지새우며 마을 안팎의 크고 작은 일들을 고민하고, 문제해결을 위해 쉼없이 달려온 젊은 시절은 거치적거림이 없었다.

그 후로 앞만 보며 끝없이 펼쳐진 결승점없는 일차선 도로를 한참이나 내달린 후에야 비로써 멈추어 섰다. 나는 지금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의 정체성에 자문해 본다.

주변을 둘러봐도 지금껏 벗 해왔던 친구도, 이웃도 어디에도 안 보인다. 그러나 이미 그들은 처음부터 나와 함께 있었다. 나를 애워 싸고 나에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단지 내가 보지 못했을 뿐, 아니 애써 못 본척 외면하고 있는 나에게 그들은 환하게 웃는 얼굴로 언제나처럼 내 앞에 서 있었다.

2005년 군민의 날 행사에서 현금 분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나는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두문불출 하였다. 많은 사람이 보내준 진심어린 위로의 말과 물질적인 도움에 그때 당시에는 고마운 표현을 하지도 못할 정도로 마음의 상처가 심했다. 그동안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 왔다는 자긍심에 오히려 서운한 마음도 있었다. 빗장을 걸어 닫은 내마음은 그 후로도 쉽사리 열리지 않았다.

6년이 지난 지금 마침내 범인이 잡혔고 그동안 나를 괴롭혔던 주변의 수근거림도, 자책하던 내 마음도 일순간 눈독 듯 녹아 내렸다.

그들은 다시 내게 따뜻한 손길과 진심어린 축하의 말을 건넨다.

잠시나마 모든 사회단체 활동을 접고 초야에 묻혀 초로의 삶을 갖고자 했던 나의 생각에 다시금 의욕으로 채워진다.

이른 새벽 논뚝에 서서 오랜 세월 변함없이 우뚝 서 있는 천관산을 올려다보며 대대손손 이웃해가며 사는 농촌에서 진실된 마음으로 소통하며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육십을 훌쩍 넘긴 나이에 새삼 되새겨 본다.

우리가 여태껏 살아온 이 아름다운 농촌을 보다 나은 모습으로 다음 세대에 물려주기 위해 길지 않은 남은 여생을 바치고 싶다.

특히 우리밀 살리기 회장으로서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할 대체작물인 밀의 생산력 증진에 많은 노력을 하고자 한다. 냉해로 인한 수확량 감소에 따른 정부차원의 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장흥군도 생산장려금 지원 등 밀 생산농가의 확대와 소득증가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수 없다.

현재 우리밀 생산은 1.7%(3만4천톤, 8만5천가마)에 불과하다. 최소 자급률 10%로 끌어올려야 한다. 10%면 20만톤(500만가마)이다. 현재 우리군에서는 올해 71㏊를 파종했는데 가마당 3천원 정도의 생산장려금을 지원받게 된다. 따라서 우리군에서도 자급률을 10%로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정책에 맞춰 우수 종자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자 한다.

또 오는 27일 우리밀 수매를 관산읍 옥당마을 창고에서 실시하게 된다. 이때 지역민과 함께 우리밀 국수ㆍ쫄면 시식회도 함께 가질 계획이다.

농촌의 미래를 위한 한걸음 한걸음을 이웃과 함께 진실로 소통하며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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