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적 요청인 ‘농촌형 민생치안’, 새로운 모델 만들고 싶다
“장애 독거노인 치안 위한 지자체, 지역사회간 네트워크 구축”
“육지 첫 근무지 장흥은 제2의 고향- 보람 있는 일 해낼 터”

경찰청이 올 상반기에 실시한 ‘2010년도 치안고객만족도(PCSI)’조사에서 장흥경찰서가 ‘작은 민원에도 최선을 다하는 주민 친화적, 주민 위주의 치안정책’을 펼쳐, 3급지 경찰서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장흥경찰서의 고객만족도는 80.7%. 이 수치는 3급지 경찰서뿐만 아니라 1,2급지 경찰서를 포함한 전국 전체 경찰서에서 최상위급이다. 명실상부 전국 경찰서에서 1위라는 쾌거를 이룬 것이다.

장흥경찰서 오영기 서장은 지난 7월 2일 부임 이후, 경찰이라는 권위를 벗어버리고 주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주민에게 친절한 주민위주의 치안을 강조하고, 직원들과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주민 위한 민생치안’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이러한 성과를 나타냈다.

오영기 서장에게 이번 PCSI 조사 1위 소감을 묻자, “모든 직원들의 공”이라며 직원들에게 그 공을 돌리고 “치안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저희 장흥경찰서가 올 한 해 경찰 본령인 주민 위주의 민생치안을 펼쳤다는 평가여서 장흥경찰서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끼지만, 한편으로 내년에도 민생 치안의 성과에 대한 ‘최상위급 수성’이라는 책임도 있어 부담도 가지게 된다”고 말했다.


농촌의 경찰-‘민생치안시대 맞아’

오영기(吳永基) 장흥경찰서장(56)은 제주도 출신(조천읍 와흘리)이다. 지난 1976년 경찰에 투신한 이래 제주청 정보과장, 서귀포시 서장, 제주청 정보과장을 거쳐 지난 7월 2일 일선 서장으로 첫 부임이 장흥경찰서장이었다.
이날은 때마침 제주 성산포항-장흥 노력항간 쾌속선 운항이 개통된 날로, 제주도에서 뭍으로의 첫 부임이 장흥이었고, 그 장흥이 제주와의 새로운 인연을 맺는 날이기도 해서 장흥경찰서장으로 부임은 吳 서장에게는 여러 면에서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장흥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다. 이러한 농촌지역의 근무는 처음일 뿐 아니라 거주 인구뿐만 아니라 이동인구도 아주 극소수에 그친 장흥군의 환경은 제주, 서귀포 등 국제적인 관광지와 천양지차(天壤之差)여서 吳 서장은 장흥에서 근무하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도시에는 강력범죄를 비롯 성범죄, 재산법죄 그리고 대형 교통사고도 빈번하지만, 시골등 농촌에서 범죄라고 해 봐야 경범죄이거나 교통사고도 경미한 사고가 대부분이다.
농촌의 사회적 환경도 도시와 달라 고령화, 부녀화 등이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장흥읍내 등 농촌의 도시 주변을 제외한 대부분 시골지역은 대낮에도 사람 구경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마을 공동화로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대부분 마을의 인적 구성도 노인들, 독거노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이러한 현대 농촌사회의 특수성은 吳 서장에게 대체적으로 방범, 범죄예방 및 수사 등에 치우친 주요한 경찰업무로부터 새로운 변화가 요구된다고 인식하기에 이른다. 여기서 생각하게 된 것이 ‘농촌 마을노인들에 대한 민생치안’이었고, 특히 독거노인에 대한 민생치안 문제였다.

■농촌에서의 새로운 치안모델 구축

“얼마 전 저희 경찰서 직원이 다리가 불편한 한 독거노인을 순찰차에 태워 병원에 입원시켜준 일이 있었는데, 이틀 만에 퇴원했다가 홀로 사는 집 부엌에서 쓰러져 불에 타 운명했어요. 현장에 출동해 그 모습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후 우연히 한 노인분을 만나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그때부터 장흥지역의 독거노인들을 심각히 생각하게 됐고, 농촌의 독거노인들의 외로움과 쓸쓸함을 자주 생각하게 됐습니다.


해서 장흥지역의 독거노인들을 파악하게 했더니, 744명이었고, 이중에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장애노인을 파악하라고 지시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 경찰서 사정으로 독거노인 744명 모두를 보살피는 일을 못하지만, 장애 독거노인들만이라도 파악해 이들에 대한 안전을 관리해, 사전에 큰 사고 같은 것을 예방하겠다는 생각입니다.

…이들 독거노인에 대한 순찰 및 봉사활동은 저희 경찰만으로 해 낼 수 없습니다. 인력도 태부족이고 예산도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경찰로썬 순찰, 순시 등 몸으로 때울 수밖에 없습니다. 해서 이 문제에 대해 자치단체와도 협의하고, 지역의 봉사단체 등과 연대해서 각 지역의 독거노인을 보살피고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민생치안 활동을 펼치는, 새로운 업무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찰업무는 바로 시대적 요청에 다름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
…경찰은 각종 범죄 예방이나 수사 업무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이 편안하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른바 ‘지역사회의 안정만 구축’도 중요한 업무입니다.”

吳 서장은 이른바, 장흥군과 같은 농촌지역에서의 새로운 민생치안의 모델을 만들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각 부문 별 치안 수요를 파악한 뒤 인력 운용을 재검토하고, 둘째, 날로 공동화 되어가고 고령화 되어가는 농촌에서 독거노인을 보살피고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 즉 민생 치안 안정망을 구축해 수준 높은 농촌형 치안모델을 만들어보겠다는 구상인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吳 서장은, 우선적으로 독거노인을 상대로 치안수요 인력을 제대로 파악한 뒤, 이들을 위한 효율적인 조직, 즉,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농촌형 안전사회 프로그램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경찰-자치단체-지역민(지역의 봉사단체 등)간에 이루어지는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구성, 독거노인들을 위한 민생치안의 선례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경찰 같지 않은 경찰관’

경찰 밖에서 ‘경찰 같지 않는 경찰’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吳 서장은 ‘평소에도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한 직원이 귀뜸한다. 그는 자주 주민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며 대화하고, 그들의 민원을 청취하면서 주민을 위한 치안확립에 노력한다고. 얼마 전, 저녁시간에 저녁 겸 술을 함께 한 적이 있었다. 사적으로는 첫 대면이었고, 자칫 무거운 분위기였는데도 격의 없는 대화, 상대와 소통하려는 노력이 매우 인상 깊었다. 吳 사장은 소탈하고 서민적이었다. 해서 그가 ‘경찰 같지 않는 경찰’이라는 말을 듣는지도 모른다.


吳 서장은 또 청내 직원들과도 자주 대화를 통해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도 한다고.
“요즘 애를 낳지 않은 부부가 많아지고 있는데, 젊은 직원 들 중에 아이를 낳으면 귀저기를 선물합니다. 지금까지 4명의 직원들에게 귀저기를 선물했는데, 선물을 받은 젊은 색씨가 감사 문자를 보내오기도 하고, 하찮고 작은 것에 행복해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앞으로도 더 많이 직원들과 소통하고 가까워지는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吳 서장의 소탈하고 사려 깊은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육지 근무 경험이 없다가 장흥에서 처음 육지 근무를 하고 있는 吳 서장은 청내 관사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장흥 근무 5개월여. 장흥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한다는 그는 퇴직 후에도 장흥을 자주 찾을 것이라고 한다.
제주에서도 한라산을 자주 등정했다는 오 서장은 주말이면 천관산, 제암산, 억불산 등 장흥의 모든 산들은 타오른다. 매일 새벽 6시면 경찰서 뒷산 장원봉을 오른다. 삐비정에서부터 타 올라 문예회관 앞으로 내려오는데, 이 코스의 등산에서 처음은 1시간 30분 걸렸는데 지금은 50여분 만에 주파한다고.

■‘산은 德’-인생의 지혜를 배운다

“산을 자주 오르는 것은 산을 통해 얻고 있는 철학 때문입니다.

…산은 德(덕)이요, 順理(순리)지요. 해서 등산은 마치 인생에 비유할 수 있어요. 등산에서 산이 주는 덕스러움, 너그러움, 평화를 닮게 됩니다. 등산은 오르고 내려오지요. 산을 오를 때는 버려야 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며, 인생사의 온갖 욕망도, 피폐함도 다 버리고 빈 가슴으로, 빈 몸으로 올라야 합니다. 버린 만큼 가볍게 산을 오를 수 있습니다. 버리고 올라야 내려오면서 더 많은 것을 채울 수 있습니다. 등산에서 이처럼 ‘버리며 사는 지혜’를 깨닫게 됩니다. 또 반드시 오르면 내려와야 한다는 순리도 깨우치게 됩니다. 등산을 통해서 건강도 챙기지만, 이처럼 더 많은 정신적인 교훈도 얻게 되는 것입니다.

…장흥에는 크고 작은 산들이 많은 게 특색이고 강과 바다가 있어 참으로 아름다운 고을이라고 생각됩니다. 매일 아침마다 장원봉에서 내려다 보는 장흥읍내와 억불산 뒤로 나타나는 일출 정경 역시 참 아름답습니다. 해서 모 사진작가에게 억불산 전경을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사진을 받으면 사무실에 걸어 놓았다가 고향 집으로 가져갈까 합니다. 장흥은 저의 첫 육지근무지이기도 했지만, 산과 강과 바다가 아름다워 영원히 잊지 못할 것입니다. 해서 더욱 장흥에서 보람 있는 일들을 해내고 싶은 것입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