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악물고 덤빈지 12년… 여자도 공학계열 성공 가능”

자격시험계의 사법고시라 불리는 기술사(技術士) 자격증을 한 개도 아닌 세 개씩이나 따 낸 40대 여성이 있다. 주인공은 장흥군 출신 위명희(41·경기도 과천시)씨.

위씨는 지난 5월 정보통신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지난 2003년 건축전기설비 기술사 자격증을 딴 이후 2005년 소방기술사를 거쳐 자신의 세 번째 기술사 자격증을 따낸 것이다. 여성이 이 세 개의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한 것은 우리나라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너무 기뻐서 눈물을 펑펑 흘렸어요. 이와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 99%가 남자들인데 그 틈바구니 안에서 괄시 당하고 힘들었던 경험이 순식간에 머릿속에서 지나가더라고요. 이 악 물고 덤빈 지 12년 만에 이뤄낸 성과여서 제 자신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위씨는 장흥 관산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지난 1988년 서울로 올라와 인테리어 학원에서 설비·설계 등을 배우기 시작했다. 오전·오후엔 아르바이트를 하고 밤에 학원을 다니며 공부한 지 1년여만에 관련 업체에 취업했다.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성이 남자들이 득실득실한 곳에서 터를 잡기 쉽지 않았다.

전기분야에서 일을 하는 여성인 위씨를 남자들이 달갑게 여기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여자가 뭘 알겠어” “여자주제게 무슨 전기를 만져” 등 뒤에서 수군거리는 것은 물론 대놓고 무시하기도 했다.

“상상도 못할 정도로 무시당했어요. 물론 제가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여자라는 이유로 멸시하는 게 더 많았죠. 이 분야에 여자들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제가 이 길을 개척하겠다며 이 악물고 버텼죠.”


이렇게 12년간 관련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실력으로 인정받기 위해 기술사 공부를 시작했다. 기술사 자격증만 가지고 있으면 누구든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때부터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문제집과 동영상 강의 등을 들으며 싸웠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은 후에도 그녀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전기공사기사와 소방기사(전기분야)를 따고 기술사 자격증을 차례차례 취득했다.

기술사 자격증 중 가장 어렵다는 세 개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건축물 내부의 전기·소방·유무선 통신 등을 설계 및 감리를 할 수 있게 된다. 이 과정에서 위씨는 2004년 중앙대에서 전기공학과를, 2006년엔 한양대 공학대학원도 졸업했다. 최근엔 과천에 (주)나로이엔씨를 설립했다.

위씨는 “돈도·학벌도·빽도 없었고 게다가 여자였던 나에게 희망은 기술사 자격증을 따는 것 뿐이라 생각했다”며 “공학계열에서 공부하는 많은 여학생들도 이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고 공부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술사(技術士)=기술 자격 등급의 하나. 가장 높은 등급으로, 아래로 기사 1급과 기사 2급이 있다. 기술 분야에서 고도의 전문 지식과 응용 능력을 갖춘 사람으로서 법에 의거한 기술 자격 검정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