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汭泉)는 어느 날 장흥읍 남산에 올라 동남으로 보이는 억불산과 동으로 보이는 사자산을 바라보며 예나 이제나 변함없는 고향산천의 의구함을 회상했다.

예양강 기슭에서 철없이 뛰어놀던 그 시절과 꿈에 부풀었던 그 청장년기를 회상하니, 새삼 지나온 삶의 회억과 편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면서 인생무상(人生無常)을 절실히 느끼었다. 하여 이러한 마음과 눈앞에 놓인 정경들을 보며 한 편의 시를 짓게 되었다.

이 시를 지기(知己)에게 보이니, 운경혁은 한시(漢詩)로 직역해 주고, 장희구는 시평을 해주어, 여기 필자가 지은 시조 한편과 그 한시, 그리고 시평을 곁들여 정리해 본다.
(원작: 백승정 한역: 윤경혁 해설: 장희구)


■시조-예양강 물결을 보고 회포에 잠기다
옛고을 東쪽에 찬란한 아침해가 용솟음치듯이 떠오르니
汭陽江 물결이 한결 빛을 발하여 아롱다롱 반짝거리네
長興邑 南山에 홀로 앉아 우두커니 그 물결 바라보니
기쁘고 슬펐던 옛일들이 눈앞에 아롱거려 회포를 품네


■한시- 汭陽江波望懷抱
日 童 舊 山 上 燦 然
汭 陽 江 浪 去 潺 湲
南 山 獨 坐 光 波 望
悲 喜 顧 思 慕 幼 年

▷日+童(日과 童의 합성자):동틀 동. ▷燦:빛날 찬. ▷浪:물결 낭.
▷潺:물 흐르는 소리 잔 ▷湲:물 흐를 원. ▷顧:돌아볼 고.

▶光波望:햇빛 드는 물결을 봄
▶思慕幼年:꿈 많던 유년 시절을 돌아보며 사모하는 마음에 젖음
▶汭陽江:장흥읍을 가로지르는 강으로 탐진강(耽津江)의 이전 이름

■여명 장희구 詩評

인생무상이라고 말한다. 지나간 시간이 덧없음을 회상하는 말이다. 수구초심이라고들 이야기한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성어로 쓰인다. 위의 詩(절구)를 읽고 있노라면 마치 이런 성어를 연상하며 회상에 젖게 한다.


원작자 汭泉이 고향 장흥에서 낳고 자라면서 덧없는 인생을 살아왔음을 회한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날마다 보았던 예양강(汭陽江)이지만 오늘따라 유난히도 빛을 발휘하는 그 정경이 달리 보였다는 자기 감성을 술회하고 있다.

汭泉은 예양강 굽이가 한 눈에 보이는 장흥읍 남산에 올라 동남의 억불산과 동으로 굽어보인 사자산을 바라보며 예나 이제나 변함 없는 고향산천과 자연의 의구함을 통절한 마음으로 회상하고 있다.


예양강 기슭에서 철없이 뛰놀던 그 시절과 꿈에 부풀었던 청장년기를 회상하면서 한 편의 시를 읊조리니 인생무상(人生無常)과 수구초심(首邱初心)을 젖게 한다.


시인은 지금 해 뜨는 동녘을 바라보며 심회에 찬 시를 읊고 있으니 한 시대를 풍미했던 풍류객을 담는 동양화를 연상케 한다. 또한 汭泉 자신의 의기에 찬 모습은 비록 생업을 위해 고향을 등지는 사람이 많지만, 자신은 어려운 환경이 닥칠지라도 고향 장흥만큼은 꿋꿋하게 지키며 살아가겠다는 의지에 찬 심정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순수 자연시 절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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