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오랜 세월동안 일선에서 함께 근무하다 퇴직하신 고향의 선배공무원 중 민선자치단체장을 포함 지방행정에 잔뼈가 굵은 사무관급이상 간부 10여명을 조촐한 횟집으로 초대하는 기회를 가졌다.

내가 갑자기 여러분을 한자리에 모시게 된 동기는 아마도 최근 바보 노무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적인 비탄과 허탈한 심경이 나로 하여금 뒤늦게나마 야인이 된 선배님들을 한번 모셔야겠다는 강한 충동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모처럼 옛 식객들이 건배의식과 함께 우정을 나누게 되었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자 저마다 아직도 식지 않은 왕년의 지략과 담력을 뽐내면서 잠재된 민심과 지역의 진로에 대한 걱정이며 노후의 건강관리 등 격의없이 털어놓는 모습들에서 과거 머슴살이 시절 긴장했던 추억의 간부회의와는 너무도 대조적이었다.

모두들 표정에서 황혼의 고독을 인내하려는 원로다운 지성이 술잔에 곱게 번져가면서도 왠지 가슴한구석에는 옅은 우수가 서려 있음을 숨길 수 없었다.

모처럼 깊은 동료애를 공유하면서 그나마 고향이라는 울타리의 고마움과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 보람을 찾았다.

그런데 국가가 투자해 놓고 아직 녹슬지 않은 이들 고급 두뇌들을 시한만료 되었다고 그냥 방치해 두거나 외면하지만 말고 적절히 재활용 할 수 있는 뾰족한 아이디어는 없는 것인지 아쉬움도 느꼈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지방공무원 5급 이상만 해도 6,700명에서 이중 1,800명이나 정년퇴임 하였다고 하니 어림잡아 해마다 지방관청의 고급인력 20%가 새내기로 물갈이 되는 셈인데 사실상 일반직 60세 정년은 마치 일솜씨가 정련되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퇴출되고 마는 실정이므로 투자와 효용가치 면에서 볼 때 그 여력을 적은 비용을 들여 선용할 수 있는 대안도 고령화 지식사회의 틀에 어울리는 정책이라고 본다.

또한 갈수록 높은 실업률과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논리와 맞지 않는 욕된 발상일지 모르나 현행 교육공무원 정년 62세를 감안 일반직 공무원 정년도 현행보다 1년 더 연장시키는 통큰 개혁도 어떨련지...

다행이랄까 그런 취지에서 전라남도가 올 하반기부터 복지서비스 시책으로 은퇴한 교수나 교사, 기업인 등 전문가를 대상으로 실비보상 조건하에 자원봉사 희망자를 공모하여 ‘남도친구들’이란 정적인 카페운영 방침을 밝힌 바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앞으로 일반직 공무원 퇴직자에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관과 사회지도층과의 대화의 장도 가능한 자주 갖는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래야만 간혹 돌출하고 있는 정부독선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사사건건 상대 발목잡기에 체증이 걸린 정치권의 내흥도 올바르게 비판, 치유할 수 있는 사회기능으로서의 기회제공 등 국민과의 원활한 소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런속에서 우리사회가 좀 더 상생의 포용력을 갖고 능률적이면서 겸양과 도덕의 생명정신으로 피어났으면 싶다.
그렇듯 안에서 목청껏 부르짖는 구호와 밖에서 이를 수용하려는 진정한 민의와의 갈등, 그 폭을 좁히는 통로에 공무원이 의롭고도 외롭게 서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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