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21권의 책을 펴낸 지묵스님은 재미와 감동 불교지식을 전달해주는 글쓰기로 유명하다. 당송(唐宋) 팔대가(八大家) 중의 한명인 구양수(歐陽修)는 글을 잘 쓰려면 갖추어야 할 세 가지 노력 즉 ‘삼다(三多)’로 다문(多聞, 많이 듣기), 다독(多讀, 많이 읽기), 다상량(多想量, 많이 생각하고 헤아리기)을 언급했다. 지금은 다문을 다작(多作, 많이 쓰기)으로 바꾸어 사용하는데 어쨌든 많이 경험하고 자주 쓰고 남의 글을 꾸준히 읽는 것이 글 잘 쓰는 왕도(王道)인 셈이다.
스님들은 대개 문자를 멀리해 구양수와는 반대편에 서있다. 불립문자(不立文字)를 수좌 가풍으로 여기는 수행풍토 영향을 받아서다. 하지만 스님들이 글을 잘 못쓸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사회적으로 꽤 이름을 날리는 문필가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필력’이 출중한 스님들이 많다. 고려시대 <선문염송>을 엮은 혜심스님이나 <선가구감>의 청허스님, <동다송〉의 초의선사 등 뛰어난 글을 자랑하는 스님들이 적지 않다. 스님들의 글은 이미 세속 문필가들 기준으로는 잴 수 없는 경지에 올라 막힌 가슴을 탁 걷어내는 청량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으며 소재가 주로 인간 잡사보다 자연이나 수행을 담고 있다.

현대 스님들 중에는 지묵스님<사진>이 그 대열을 잇고 있다. 지묵스님의 글은 전방위로 내닫는다. 산사생활을 다룬 가벼운 수필집에서부터 경전 해설서에다 기행문까지 다양한 영역을 오간다. 그리고 다산(多産)이다.

20여 년간 20여권의 책을 냈다. 하지만 책은 한결같다.
스님의 책 속에는 수행생활과 산사의 풍경, 부처님 가르침, 조사어록이 가득하다. 그 이야기들은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알 수 없는 내용들이다. 듣거나 베껴서는 도무지 맛이 나지 않는 일화들이다.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생각을 하게 하고 여운을 길게 남긴다. 강요하거나 미리 결론을 내지 않지만 저절로 사색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감동이 있다.


스님의 책 속에 스님들의 일상과 풍습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강원 생활과 선원에서의 일화 만행 등 스님들 생활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초발심자경문>은 가히 압권이다. 자칫 딱딱해지기 쉬운 내용을 재미있으면서도 교훈을 듬뿍 담았다. 해설을 붙인 부분을 읽다보면 어디서 듣고 보았을 까 의심이 갈 정도로 ‘희귀한’ 일화가 많다. 그것도 내용과 딱 들어맞는다. 웬만한 독서로는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풍부한 지식은 스님의 공부량을 짐작케한다. 이는 스님의 거의 전 책에서 일관된다. 한 마디로 스님의 글은 지식공부에다 재미 흥미 교훈 감동까지 담고 있는 구양수의 지적대로 ‘삼다’를 갖추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글들이다. 여기에다 한가지 다 갖추었으니 ‘다 경험’이다.


출가 전에 엿장수, 막노동, 무전여행을 하며 전국 산천을 넘나들고 출가해서도 제방선원에서 수행하는 틈틈이 미국, 프랑스, 일본, 인도, 중국 등 세계를 누비며 해외포교와 성지순례를 멈추지 않았으니 그 다양한 경험을 감히 따를 자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책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모으기가 쉽지 않았는데 다행히 스님을 따르는 신도들이 편집위원회를 구성해 스님이 그동안 쓴 책을 한 질의 전집으로 엮었다. 그동안 출간된 20여권의 책 중에서 10권을 가려뽑아 <지묵스님 전집>(우리 출판사)으로 엮은 것이다.


스님은 1990년 <죽비 깎는 아침>을 펴낸 이후 20여년간 공동 저서를 포함해 모두 21권의 책을 펴냈다. 수필집 <죽비깎는 아침>, 성지 순례기 <나마스테> <봉쥬르 길상입니다> <달마와 혜능>, 강설본 <초발심 자경문> <육조단경>, 수필집 <산승일기> <날마다 좋은날> <노스님의 젊음> <비온 뒤에 무성한 조롱박 넝쿨>, 참선 교재 <보충 좌선의> 등을 차례로 펴냈고, <스님 이야기> <우리가 뽑은 대장> <금강경> <아미타경> <출가 4박5일> <인과경> 등을 공저했다. 앞으로도 <선가귀감> <조주어록 보기> 등을 준비하고 있다.


지묵스님은 1948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 1976년 조계산 송광사에서 법흥화상을 은사로 출가했다. 송광사 총무, 길상사 선원장, 법련사 한주를 지/ 불교신문 2488호/ 12월27일자/박부영 기자


■지묵 스님 _ 1948년 전남 장흥에서 출생하였으며, 1976년 조계산 송광사에서 법흥 화상을 은사로 출가했다. 송광사 총무, 길상사 선원장, 법련사 한주를 지냈으며, 불교방송 신행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각종 수련회를 이끌고 걸림 없는 다양한 글쓰기를 통해 불교를 널리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올해 3월 보림사 주지로 오기 전까지, 평택 아란야선원 원장으로 선농일치를 실천하며 대중들과 더불어 수행정진했다.
저서로 『초발심자경문(난자집)』,『산승일기』, 『나마스테』,『날마다 좋은 날』,『봉주르, 길상입니다』,『비온 뒤에 무성한 조롱박 넝쿨』, 『보충좌선의』 등 20여 권의 책을 펴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