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진 앞 바다를 문지르니 들립니다
임의 나직한 목소리, 애정 어린 담소들.......

임은
여기 진목의 한 달개비 풀로 태어나
질긴 생명력과 왕성한 의욕, 높은 지조로
고향 산해(山海)를 향기롭게 하는
난이 되었지요.
선학동의 학이 되었지요

임의 잦은 왕래, 그리고 눈 가의 잔주름들......
우리들은 이제야 뼈아프게 깨닫게 됩니다
그것들이 우릴 얼마나 세심하게 보살피는
당신의 고독한 손길이었는가를
쓸쓸한 담배연기였는가를

오늘 우리는 임을 당신의 어머님 곁에 모시려 합니다
당신의 어머님을 떠올리니 또
눈물도 갑자기 앞을 가립니다

그 시절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시고, 아들인 당신
어머님 품에 안겨 고이 잠드소서
이 더위 물러가고 눈 내리면
우리는 또 <눈길>을 걸으며 걸으며
임과, 임의 어머님과, 임의 삶에 대하여
여기 춘란의 향처럼 그리워하리라
선학동의 학 울음소리도 받아 적게 되리라
-2008. 8.2 고 이청준 선생 노제에 바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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