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현대시'가 주관하는 제9회 현대시작품상 수상자로 위선환 시인이 선정됐다. 수상작은 '얼굴' 외 7편. 상금은 500만원이며 시상식은 9월 중 열릴 예정이다.
한편, ‘현대시’는 5월호에서 ‘제9회 현대시 작품상 특집’을 내고 위 시인의 수상작품인 ‘강진만’ 외 7편을 소개하고, 위선환씨의 자전에세이(그래서, 그리고, 그러므로)위선환-김기택씨 대담(‘실체적인 어떤 것’을 향하는 날아가는 새떼), 위선환씨의 작품세계를 다른 평론 2편(아래로부터 찔리는 ‘허공’의 세계/전도현, ‘빈 새가 되기’에 대한 시적 탐구/이성혁), 심사평 등을 70여 쪽에 걸쳐 실었다.
심사평에서 원구식씨는 “…위선환 시인은 특별한 비유도 없이 철저히 묘사 위주로 시를 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선환 시인의 시에는 운율이 꿈틀거리고 철학적 사유가 번뜩인다. 먼저 그는 싱싱한 이미지들의 대비와 다양한 변주를 통해 운율을 확보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묘사법을 개발한 것이다. 달리 말해 이것은 오랜 시 쓰기에 비롯된 필력의 힘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는 허공과 틈새를 통해 자신의 철학적 사유를 보여준다. 그가 보여주는 허공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새가 빠지는 진창이 있는 물질적 공간이고, 공간 사이의 틈새는 존재의 신비로움과 우주의 순환을 보여주는 통로이다. 이를 통해 위선환 시인은 묘사시가 갖고 있는 무의미성을 극복한다. 길 위의 풍경화로 탄생한 이번 수상작들은 위선환 시인의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주는 수작들이다…”라고 평했다.
또 정과리는 “위선환의 시는 요 근래 갑자기 한국시의 장을 압도하기 시작한 서정시의 추세와 은근한 긴장관계 속에 놓여 있다. 오늘의 서정시를 조금 재미있게 표현해 ‘자연에 들린 시’라고 말할 수 있는데 그것은 ‘자연에 귀의함’이라는 서정시 본연의 태도를 타고 절대 진리 쪽으로 날아오르려는 황홀경에 빠져들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위선환의 시는 정확히 그 반대 방향으로 간다.
그는 분명 ‘나’를 자연과 하나되게 하려는 서정적 지향을 뜨겁게 드러내면서도 그 하나됨에 이르기까지의 집념 혹은 고통, 그리고 그 하나됨의 불가능성의 빡빡한 면모들을 형성화한다. 그것은 그가 자연과 인간의 근본적인 이질성과 정직하게 대결하고 있음을 뜻하는데 그 때문에 자연에 귀의하려는 그의 의지가 최고도로 뻗칠수록 그 의지는 더욱 깊게 좌절하고야 마는 역설에 그의 시는 직면하고야 만다….”고 평했다.
또 오형엽은 “…위선환이 주시하는 자연 너머의 공간은 도달 불가능한 무한의 세계이며 그것에 대한 좌절은 그의 시에 적막의 그림자를 드리운다. 다시 말해 허무와 적막의 공간은 시인이 엿본 우주의 비밀인 무한의 높이를 음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강진만’은 우주의 비밀인 무한의 높이를 엿본 자만이 형상화할 수 있는 적막과 허무의 세계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이 상은 그가 보여준 적막의 깊이와 무한의 높이에 보내는 경외감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평했다.
장흥 관산출신 위선환 시인은 지난해 세번째 시집으로 <새떼를 베끼다>(문학과지성사) 를 발간, 시단에 아연 화제를 일으켰다. 적막과 허무의 깊이를 헤아리면서도, 이순을 훌쩍 넘긴 시인의 그것이라곤 믿기 어려우리만치 모던하고 담박한 시구 그리고 맑고 깨끗한 서정의 세계로 주목받았다. 그 이후 각 문학잡지에 발표한 신작 30여편의 시들도 ‘좋은 시’로 평가받으며, 올해쯤 큰 상 하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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