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찬현/정책넷포터




▲ 할미꽃 보드라운 솜털 옷을 입었으며 붉은 자주색이다.
ⓒ 조찬현 할미꽃


지난 8일, 할미꽃을 보러 갔습니다. 장흥 회진의 한재고개에 올랐습니다. 옛날에는 이곳이 덕도 섬이었다고 합니다. 민둥산인 한재산은 봄볕이 가득합니다. 천관산에서 뻗어온 산맥으로 소설가 한승원 선생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넘나들던 통로였던 한재고개를 지나 정상에 올랐습니다. 득량만의 짙푸른 바다가 발 아래 그림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덕산리의 울긋불긋한 지붕이 아름답습니다. 논두렁에서 타오르는 불길은 아지랑이 되어 하늘로 치솟습니다. 잘 정돈된 싱그러운 보리밭에는 파릇파릇한 기운이 짙습니다. 동네는 산자락에 감싸여 근심걱정 하나 없이 편안해 보입니다.

한재동산 3만평의 할미꽃 군락지



회진포구 아름다운 회진포구와 덕산리 풍경
ⓒ 조찬현 회진포구




▲ 한재 정상 한재 정상으로 이어지는 오솔길.
ⓒ 조찬현 한재 정상



회진 한재고개 야산에는 3만평의 할미꽃 군락지가 있습니다. 국내 최대 규모입니다. 할미꽃은 양지바른 야산과 무덤가에 삽니다. 보드라운 솜털 옷을 입었으며 짙은 붉은 자주색 꽃을 피웁니다. 노고초(老姑草) 또는 백두옹(白頭翁), 할머니꽃 등의 이름으로도 불립니다.

할머니의 하얀 머리칼을 닮은 열매는 흰 솜털로 뒤덮였습니다. 언제나 허리를 구부리고 있어서 할미꽃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뿌리는 이질의 지사제와 해열, 소염, 살균 등의 약재로도 쓰입니다.

한재동산의 할미꽃은 빨갛다 못해 검붉게 피어납니다. 미나리아재비과의 할미꽃은 여러 해살이 식물로 전국의 산야에 자생합니다. 3월에 한 포기에서 10여개의 꽃대가 올라와 30cm까지 자랍니다.

한승원 선생의 문학 현장이기도 한 한재는 해마다 봄이 되면 할미꽃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정겨운 탐방로를 따라 오르자 할미꽃이 삐쭉삐쭉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사방에서 움트고 있습니다.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집니다.

중턱으로 오를수록 꽃이 많이 보입니다. 한곳에서 무더기로 대여섯 개의 꽃을 피워냅니다. 외롭게 꽃대가 하나 올라와 홀로 고개 숙인 모습은 애처롭습니다. 그래도 무더기로 모여 있는 곳은 덜 외로워 보입니다.




▲ 할미꽃 마른 풀밭에 애처롭게 피어난 할미꽃 ⓒ 조찬현 할미꽃



▲ 할미꽃 이제 막 피어나기 시작한다. ⓒ 조찬현 할미꽃

봄소식 가장 먼저 전해주는 할미꽃

한재 정상 너럭바위에 오르자 주변 풍광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바다의 방파제가 옛날 섬이었음을 말해줍니다. 할미꽃의 애달픈 전설을 생각해서일까요? 바람소리도 서글프게 들립니다. 마른풀잎 사이에서 할머니의 애처로운 목소리가 바람에 실려 오는 듯합니다. 할머니가 둘째 손녀를 부르는 소리가 자꾸만 귓가에서 맴돕니다.

할미꽃은 할머니의 넋이 허리 굽은 모습으로 피어났다는 슬픈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할미꽃은 이른 봄 다른 풀잎이 아직 누렇게 죽어 있는 풀밭 사이에서 우리에게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해주는 꽃입니다.

건조하고 척박한 산의 양지쪽과 잔디밭, 또 남쪽을 바라보고 있는 묘 등성이에서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꽃잎은 6장이고, 꽃잎 안쪽을 제외한 모든 곳에 흰털이 많이 나 있습니다. 한 꽃대에 한 송이씩 검은 자주색 꽃이 땅을 향하여 피어납니다.

할미꽃은 유독성 식물이라서, 옛날에는 여름철에 벌레가 생기는 것을 예방하기 위하여 할미꽃 뿌리를 이용했다고 합니다. 이 꽃은 우리의 마음 속에 소박한 정서를 불러 일으켜주고, 효심에 젖게 하기도 합니다.



▲ 할미꽃 고개 숙인 할미꽃 ⓒ 조찬현 할미꽃



▲ 할머니 할미꽃을 닮은 할머니가 무덤가에서 김을 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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