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전 11시. 때마침 전국에 불어닥친 매서운 한파 속에서 전남 장흥군 대덕읍 영보마을이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영보마을과 1사1촌 결연한 현대증권 임직원들이 마을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서울 본사와 전주·광주지역에 근무하는 임직원 13명은 이날 마을 특산물인 천관봉 수확도 돕고 마을 어르들의 근황도 알아보기 위해 영보마을을 직접 방문했다.

23가구 63명이 거주하고 있는 영보마을은 도시손님들을 맞느라 아침부터부산스러웠다.현대증권과의 1사1촌 결연마을인 영보마을은 장흥군에서도 서남쪽으로 외져있는 마을로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하늘만 보이는 곳으로 난세에 피란지로 ‘영구보존’하라는 의미로 ‘영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그만큼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 오지 마을이다.

이날 이마을을 찾은 현대증권 임직원은 영보마을 주민들과 함게 최근 호남지역에 내린 폭설로 인한 피해현황을 물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김재순(57) 이장이 “최남단 지역으로 날씨가 따뜻해 다행히 이번에 폭설 피해는 없었다”고 말하자 현대증권 직원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다.

현대중권임직원들이 마을 사람들과 함께 달려간 곳은 천관봉 농장. 1967㎡(1200평) 비닐하우스 안에는 수확을 앞둔 탐스러운 열매(천관봉)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500그루에 열린 천관봉의 향기에 취한 듯 현대증권 임직원들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농장주인 김석주(50)씨가 “전국 최고의 일조량 덕분에 제주도 한라봉보다 평균 당도가 3 정도 높은 천관봉 재배에 최근 성공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수확할 예정이지만 오지인 탓에 판로 확보가 여의치 않다”고 말하자 순간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이날 능숙한 손놀림으로 천관봉 수확을 도운 전영배 현대증권 서부지역담당 본부장(이사)은 “천관봉에 대한 느낌은 한라봉과 비교할 때 표면이 밝고 색깔이 짙어 매우 탐스럽다”며 “결연마을의 지역 특산물이어서인지 더욱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전 본부장은 “설 명절용 직원이나 고객 선물로 적합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생전 처음으로 과일수확 체험을 해본다는 현대증권 전주 덕진지점 홍준백(28) 사원은 “무거운 열매를 가지에서 자를 때의 기분이 너무 짜릿하다”며 “마을주민들의 땀과 정성이 담겨 있어서인지 그 어떤 과일보다도 달고 맛있다”고 말했다.

천관봉은 평균 320g 무게 만큼이나 부피도 커서인지 10여명의 분주한 손 놀림 속에서 30분 정도 지나자 광주리 4, 5개가 가득 찼다.

이날 현대증권 임직원과 마을주민들은 영보마을 마을회관에서 조촐한 간담회도 열었다.

김 이장은 지난해 7월 1사1촌 결연식 이후 현대증권에서 마을내 집집마다 냉장고, 세탁기 등 필요한 전자제품을 제공해준 것과 지난해 한가위 명절때 특산미를 대량 구매해준 데 대해 거듭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마을 주민들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특산물을 현대증권 직원들에게 전달해 고마움을 대신했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농산물 시장 개방 확대에 대한 두려움이 한겨울 한파보다 더 매섭게 한국 농촌마을을 움츠러들게 한다는 요즘. 그러나 이날 현장에서 지켜본 영보마을 주민들은 현대증권이라는 든든한 ‘1사1촌 가족’을 옆에 둔 때문인지, 막연한 불안감을 떨치고 강한 자신감을 되찾고 있는 듯했다.


저작권자 © 장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